사기는 남을 속여 착오에 빠지게 만들어 피해를 입히는 위법 행위다. 우리 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사기 사건은 24만건이 넘는다. 사기는 멍청한 사람이 당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명확한 수치다.
최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사기는 피도 눈물도 없으며, 국경도 넘나든다. 이러한 사기 행위는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추세다.
전세계적으로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ICPEN)는 2월을 ‘사기 조심의 달’로 정하고 30여 회원국과 함께 국제 캠페인을 펼치는 중이다.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한국소비자보호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사기 유형과 사기 식별 요령, 예방을 위한 대응 방법을 소개했다.
사기는 왜 당하는가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기꾼은 프로이고 피해를 입는 소비자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프로 야구팀과 아마추어 야구팀이 시합하면 누가 이기겠는가? 프로가 이길 것은 뻔한 이치와 같다.
사기꾼들은 나이·소득·지역·학력·지식에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돈에 관심을 가진다. 돈에 초점을 맞추어 정교한 기술을 연마하고 지식을 습득한다. 돈이 된다면 과감하게 투자도 한다.
프로 사기꾼들이 갖추는 지식은 생각보다 정교하다. 그들은 △전문적인 마케팅 자료 △세밀히 다듬어지고 연구된 대본 △친밀한 톤의 목소리와 매력적인 제안 △당신의 까다로운 질문을 한 방에 죽이는 설득력 있고 자신감 넘치는 대답 △당신의 반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법과 임기응변 등의 다양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추었다.
당신은 당신을 과대 평가하는 반면 그들을 과소 평가하는 데서 사기를 당한다. 미끼에 현혹되거나 머뭇거리는 순간 당신의 허점을 파고든다. 그때 그들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는데 관심을 가지거나 눈길이 머무는 순간을 포착해 수렁으로 끌어들인다.
사기로부터 당신을 지키는 방법
1. 외부 유혹에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대답하라 - 유혹은 선배·동문·동향 등 당신이 약해질 수 있는 모든 가면을 쓰고 찾아온다.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나 인터넷으로 당신을 방문해 유혹한다. 머뭇거리지 말고 단호하게 거절하라.
2. 상세하고 문서화된 정보를 요구하라 - 사기꾼들은 인터넷과 이메일·무작위 전화·광고를 통해 거미줄을 친 뒤 소비자가 걸려
들기를 기다린다.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미끼를 내걸고. 사기꾼들은 본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싫어한다.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이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으면 1번 항목을 다시 한 번 읽어보라. 그리고 꼬치꼬치 확인하고 문서화된 정보를 요구하되 그 문서를 믿지 마라.
3. 내용을 더 살펴보라 - 사기꾼은 그야말로 ‘선수’다. 세련된 매너와 정교한 논리를 조심하라. 전문가도 속을 정도로 정교의 솜씨를 가진 ‘선수’들에게 그 동안 당하지 않은 이유는 재수가 좋아 그들과 조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늑대가 문을 두드릴 때는 엄마의 모습을 하고 목소리까지 흉내 내는 동화를 기억하는가. 그들이 준 문서는 믿을 만한 곳에서 사실을 크로스 체크하라. 구청에 등록돼 있다면 구청에 확인하고, 특허를 받았다면 특허청에 확인하라. 그들이 하는 말은 믿을 필요가 없다. 지금 결정해야 한다고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데 시간을 두고 생각한 뒤 전문가에게 문의해도 절대 늦지 않다. 아직까지 주도권은 당신이 잡고 있다.
4. 물어보라! - 꼬치꼬치 물어보라. 통화자의 인적 사항과 전화 번호 등을 확인하라. 일단 통화를 끊거나 사이트에서 나와 냉정하게 생각하라. 포털사이트의 정보 탐색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라. 전문가나 관계 기관에 전화를 걸어 그들이 말하는 ‘공짜 점심’이나 ‘무임 승차’가 가능한지 꼬치꼬치 물어보라. 상담 전화를 걸 때 통화중일수록 짜증내면서 포기하지 말고 더 확인하라. 당신이 생각하는 ‘순간의 쪽팔림’이 당신의 재산을 지켜줄 것이다.
언론에 비친 최근의 사기 사례
취업철이나 취업이 힘든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취업·부업을 빙자한 사기가 유행한다. 최근 인터넷 취업 포털 잡링크(www.joblink.co.kr)가 구직자 1천8백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꼴로 구직 활동중 사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능력에 따라 월 수백만원 보장, 평생 일거리 보장, 초보 가능, 재택 근무, 정규직 채용 등의 감언이설로 속인다. 업체명 등의 정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휴대 전화 번호만 있는 업체는 피해야 한다. 앞
쪽에 설명한 ‘사기로부터 당신을 지키는 방법’은 취업하거나 부업을 구할 때도 유효하다.
경향신문
2월 15일자 7면에 ‘내집 꿈 등친 49억 딱지 사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무허가 건물을 구입하면 곧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도록 해주겠다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해 이를 보고 찾아온 66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각각 4천만~9천만원을 받아 총 49억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재개발될 것이라고 광고한 상계동·신길동 등은 아직 어떠한 구체적인 개발 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지역으로 밝혀졌다.
* 좋은 경험의 새로운 기준-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일상적인 삶의 여러 가지 즐거움-막 뽑아낸 커피의 향, 아름다운 봄날의 꽃들과 신선한 바람-을 상대적으로 낮게 만들어버린다.
-배리 슈워츠의 <선택의 패러독스> 중에서(웅진닷컴, 176쪽)-
■ 글/오승건(osk@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교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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