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해가 뜨고 저녁에는 해가 진다. 해
뜨는 날이 365일 반복되면 새해가 밝는다. 역사는 흐르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한다.
소비자 피해는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피해의 역사는 악덕 사업자의 번성의 역사이기도 하다.
꽃이 피는 신학기가 되면 대학가에는 악덕 상술이 판을 친다. 악덕 사업자는 베테랑이다. 다양한 판매 전술을 구사하면서 법의 울타리를 넘나드는 악덕 사업자에게는 신입생은 속된 말로 표현하면 ‘밥’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이혜진(19세, 여) 양은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나오다가 ‘선배’의 달콤한 권유에 속아 39만6천원짜리 어학 교재 세트를 계약했다. 실제로 배달된 교재를 보고 이씨의 부모가 해약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신학기만 되면 학생들에게 다가가 학구열을 충동질하면서 각종 교재를 판매하는 악덕 상술이 기승을 부린다. 이러한 악덕 상술은 보고 듣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학생들에게 바가지 씌우려는 방문판매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노리는 주요 목표물은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대학 신입생들. 반듯한 복장, 세련된 말솜씨, 무늬만 화려한 해박한 지식으로 신입생들을 유혹한다. 교재를 사지 않으면 낙오생이되고 구입하면 전도 양양한 미래가 펼쳐진다고 겁주면서 혼을 빼놓는다.
이렇게 구입한 교재는 대부분 내용이 허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책은 마진이 적어 이들이 가지고 다니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들이 자주 인용하는 ‘책 속에 미래가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미래는 방문판매원의 미래일 뿐이다.
방문판매원이 즐겨 쓰는 고전적인 방법은 학교 선배를 사칭하는 것. 들뜬 마음으로 등록금을 내고 나오는 신입생을 주로 노린다. 학교 선배라고 하면 마음을 열 것이라는 심리를 훤히 꿰뚫으면서 외국어의 필요성을 자상하게 역설하지만 종착역은 테이프가 든 값비싼 외국어 교재 판매다.
학교 선배를 사칭하는 방문판매원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그들만의 노하우로 자유자재로 드나든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는 황금 시장이다. 교수가 강의를 끝내고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 오리엔테이션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연출한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이용해 방송국에서 실시하는 설문 조사라고 속이기도 하고,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교재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진로 상담을 해준다며 관심 분야를 파악해 집중 공략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소 등을 포함한 인적 사항으로 막무가내로 교재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악덕 상술 피해 예방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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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판매원에게 구입하는 것을 자제한다. 당장 구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끌고 가면 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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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친절이나 호의는 의심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미래를 앞가림하기도 바쁜데 불특정 다수의 후배를 위해서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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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자료 우송 등의 핑계로 인적 사항을 알려 달라고 하면 단호하게 거절한다. 십중팔구 교재를 보내 황당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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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등 물품을 훼손하면 청약을 철회하기가 어려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방문판매원이 물품을 뜯도록 유도하더라고 속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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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가 집으로 배달되면 물품을 훼손하지 말고 즉시 한국소비자보호원 등 관계 기관에 SOS를 요청한다.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계약했더라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으므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다. 혼자 고민하다가는 점점 해결하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즉시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 글/오승건(osk@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교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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