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는 소비자피해가 하나 있다. 그것은 자동차 운행시 운전정보를 안내하는 GPS 기기 구입과 관련한 피해이다. 피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된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18만원에 판매되는 GPS가 일부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부대 서비스 제공을 이유로 6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둔갑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왜 시중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GPS를 사는 것일까? 그 이유는 카드회사에서 소개한 가맹점의 선전 내용 때문이다. 즉, GPS를 구입하면 할인주유권을 구입할 수 있고, 자동차보험금을 할인 받을 수 있는데 그 기대 이익이 수백만 원에 이른다는 선전 때문인 것이다. 판매원에 따라서는 1~2년 후에 GPS를 특별히 새것으로 무상 교체해준다는 조건을 덧붙이기도 한다. 가맹점은 왜 이렇게 선전할까? 물론 매출을 늘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다.
그러면 소비자에게 수백만 원의 이익을 주면서 GPS 판매 가맹점은 어떻게 돈을 벌수 있다는 말인가? 답은 간단하다. 18만원에 판매되는 GPS를 60만원에 팔고나서 할인주유권과 자동차보험금 할인약속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00만원의 이익을 주겠다는 약속을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어떻게 영업이 가능할까? 그것은 카드 가맹점인 판매자가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우선 판매대금 60만원을 먼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소비자가 할인주유권과 자동차보험금 할인서비스 이행을 독촉하기 시작하면 연락처를 슬며시 변경시켜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불량 가맹점을 소개한 카드회사의 태도이다. 판매원과 연락이 두절된 소비자는 부득이 가맹점을 소개한 카드회사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런데 카드회사의 답변은 소비자를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가맹점을 두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답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즉. "자동차에 GPS를 설치했으면 가맹점의 채무는 이행된 것입니다. 할인주유권 제공과 자동차보험금 할인 서비스는 계약의 목적 달성과 상관없으니 우리가 도와드릴 책임이 없습니다. 18만 원 짜리 상품을 조금 비싸게 구입했다고 생각 하십시오" 오히려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나무라는 훈계를 보태기도 한다. 가맹점의 잘못을 시정시킬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카드회사의 답변에 당황한 소비자는 한 번 더 도움을 간청해 보지만 카드사의 냉담한 반응과 가맹점을 두둔하는 태도에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어버린다. 더 이상 말을 붙일 용기마저 잃게 된 소비자는 결국 정부의 보상행정 담당기구에 구제를 요청하게 되지만 이 때까지 입게 되는 소비자의 정신적 고통과 시간적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 마음에 더 이상의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카드회사의 가맹점관리가 지금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와의 약속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불량 가맹점을 더 이상 신용카드 회원의 거래 파트너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와 연락을 두절시키는 악덕 가맹점과 신용카드 회원과의 거래를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신용카드사가 진정으로 회원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소비자피해를 발생시킨 모든 가맹점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여 피해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고객을 가족이 아닌 봉으로 여기는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까? 지금처럼 가맹점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회원을 봉으로 여긴다는 의심을 면키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GPS 구입에 따른 소비자피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신용카드회사가 진정으로 국민의 사랑을 원한다면 하루 속히 가맹점 관리 방식을 혁신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가맹점 관리 방식이 개선되는 순간, 회원의 사랑은 카드회사와 영원히 함께 하리라 믿는다.
■ 글/신용묵(sym@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2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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