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건의 세상보기(97)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세상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뉜다. 지구별에 사는 여자도 변하고, 한반도에 사는 남자도 바뀐다. 그래서 여자의 변신은 무죄다. 남자의 변신은 무죄지만, 변심하는 경우는 상황에 따라 돌을 맞기도 한다.

사람의 욕심은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에 꼽힌다. 도가 깊어지지 않으면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욕심은 제어하기 어렵지만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행의 속성은  변하는 것이다. 사업자의 잘못된 욕심은 끊임없이 새로운 악덕 상술을 만들어 소비자를 울린다.

눈에 띄는 섹시한 것을 조심하면 살면서 심각한 피해는 당하지 않는다. 섹시한 것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현란한 화술·화려한 조명·대박·재택 부업·쉬운 돈벌이·공짜 같은 것이다. 오늘의 키워드는 부업을 빙자한 손쉬운 돈벌이다.

초보 가능 재택 부업의 함정

몇 달 전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발표한 부업 알선 권유 소비자 피해 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사업자라고 하기에는 너무한 통계 수치가 나왔다. 사업자의 권유나 유혹으로 부업을 시작한 268명 중 푼돈이라도 건진 소비자는 14명으로 5%에 불과했고, 95%는 보증금 등으로 예치한 알토란 같은 돈만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업 제공 광고는 유형별로 다양하다. 최저 비용과 최저 노력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한다. 광고를 보는 순간 호기심을 갖기 쉬운데 이것이 함정에 빠지는 첫걸음이다.

광고 문구는 최대한 눈길이 가도록 만든다. 인터넷 재택 근무, 시간 자유, 월 200만원 이상가, 대학생·주부·직장인 교육생 모집, 교육 후 100% 취업 가능, 월수입 100만～200만원 이상 선착순 가정 부업 간단한 워드 작업, 초보가 시간 자유, 재택가 2～3시간, 월 30만～70만원 가정 부업 색연필 색칠 장당 1천～1만원, 당일 결제 선착순 배달가 간단한 도안 십자수, 재료지원비 10만원, 배달 가능 상자 무늬 오리기 지역 상관무, 배달가, 우편비 지원 등이다.     

부업 상술 사업자들의 영업 방법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유인→대금 요구→부업 포기 유도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생활 정보지·인터넷 등에 월수 100백～200만원 이상 평생 일거리 제공 초보 가능 재택 근무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광고를 낸다. 일감 제공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물품 구입·회비 또는 보증금을 요구한 후 당초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거나 까다롭고 힘든 부업거리를 제공해 소비자 스스로 포기하도록 유도한다.

비정상적인 부업 제공 사업자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부업 선택의 판단 기준이 작업의 용이성이나 광고에 실린 수입 가능액이 아닌 실현 가능성이다. 부업이 확실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일감을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한 뒤 선택해야 할 것이다.

손쉬운 돈벌이는 세상에 없다

미국의 파이낸셜 컨설턴트인 린 로빈스는 그의 저서 <매일 아침 부자가 돼라>에서 사기꾼에 속지 않기 위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밝혔다.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는 행태와 너무 똑같아 알아두면 당하지 않을 것 같아 소개한다.

사기의 본질은 같고 트렌드는 끊임없이 바뀌므로 손쉬운 돈벌이에 욕심을 자제하는 것이 내 지갑을 지키는 부자의 첫걸음이다. 내 지갑의 돈을 지키는 것이 남의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사기꾼에 속지 않는 법

●그들은 지나치게 높은 배당금을 약속한다. 전문가도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그들이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기회는 이번뿐이라고 주장하며 당장 행동으로 옮기도록 재촉한다. 만약 사기가 아니라면 하루 이틀 후라도 기회는 있어야 한다.

●그들은 서류 등을 별로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특히 위법성이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서류 주는 것을 꺼린다.

●전화·다이렉트 메일·신문·잡지 광고 등을 이용해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한다. 탄로 나기 전에 속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속이기 위해서이다.

●짭짤한 돈벌이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투자만 하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끝난다. 투자라는 것은 보통 손해를 보든지, 아주 조금 돈벌이가 되든지 둘 중 하나이다.     

■ 글/오승건(osk@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교육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