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비자보호원 상담실에서 3년 째 근무 중입니다. 많은 소비자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귀한 시간들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대간 격차가 크다고 하는데, "소비자상담"에서도 그러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 휴대폰과 인터넷의 사용이 능숙한 젊은이들은 점차 인터넷상담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지요. 반면, 노인들은 직접 방문하여 상담하길 좋아합니다.
첨단 통신기기를 소유하거나, 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인간"(어느 광고카피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이 아니므로 노인들은 휴대폰 혹은 인터넷으로 상담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지요. 또 하나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노인들도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고 소비자문제에 대처하는 것입니다.
노인들은 젊은이와는 달리 사람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물건도 사고, 상담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해도 사람을 직접 보고 숨결을 느낄 수 없으므로 먼 길을 마다않고 우리 상담실을 찾아오시는 것 같습니다.
다정하게 부부끼리, 친구끼리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외로우신지 보통 우리 상담원과 상담시간이 평균 1시간은 됩니다. 소비자문제에 얽힌 자식 이야기, 동네사람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중간에 끊기 어려워 난감할 때가 많지요. 상담실 문을 나서는 노인들의 뒷모습은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매우 쓸쓸해보이기도 하는가 하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데서 생긴 위풍당당함도 엿보입니다.

인생의 가을 혹은 겨울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노인들.
이 분들이 걱정 없이 인생의 가을 혹은 겨울을 보내길 바라는 건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겁니다. 주변 노인 중에 소비자문제를 겪고 있는 분이 있으면 젊은 귀하께서 소비자보호원 상담전화(02-3460-3000)로 연결시켜 주시겠습니까? 귀하의 작은 친절이 소비자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글/이창옥(colee@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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