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도
되고 멈춰도 되는 고스톱 판에서 선택의 중요성을 생각해 본 비풍초똥팔삼이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글을 쓴다.
이름하여 어게인 비풍초똥팔삼이다.
학생들에게도
국영수가 중요하지만 성인들에게도 국영수가 중요하다. 학생들은 국영수에
투자하는 시간이나 노력이 엄청나고, 부모들은 국영수에 부담하는 과외비에
허리가 휜다.
제대로
국어를 배우면 주제 파악이 가능하다. 수학은 웬만큼 배우면 분수는
안다. 영어를 열심히 배우면 영어(囹圄 : 감옥)에 가는 일이 줄어든다.
영문을 열심히 익히면 세상 이치나 형편(영문)을 깨치는 수도 있다.
중요 과목인 국영수에다가 과학까지 열심히 공부하면 철(Fe)의 이치를
깨달아 철이 들이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소비
생활에서의 비풍초똥팔삼
소비
생활에서의 선택은 여럿 중의 하나를 고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도 선택의 문제에 포함된다. 고르는 것도
선택이고, 버리는 것도 선택이다. 주제를 파악하고 분수를 알아, 잘
선택하고 잘 버리는 것이 즐거운 소비 생활의 시작이다.
몇
년 전의 모 화장품 광고에서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카피 문구가 돌풍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화장을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귀찮아서’ 혹은 ‘잘 몰라서’ 대충 하는
습관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화장품
광고의 문구를 빌려와 소비 생활에 적용하면 ‘생활은 구입하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로 바꿀 수 있다. 구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고,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아예 사지 않는 것은
더 중요하다.
요즘
유행하는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의 가장 큰 적인 비만도 섭취한 칼로리를
잘 버리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적게 먹거나 먹은 것보다 많이 버려야
날씬해지는데 그렇지 못해 뚱뚱해지는 것이다. 에너지를 잘 소모하는(버리는)
것도 웰빙의 한 가지 실천 방법이다.
아무
것도 못 버리는 사람
장식이나
가구가 없는 집에서는 사람이 돋보인다. 최신 가구와 인테리어가 잘
된 집은 주인보다 물건이 돌출돼 보인다. 소유한 물건이 많을수록 그만큼
사람의 에너지는 적어진다. 무소유는 무한대의 에너지이므로 공간을
먼저 비워야 마음도 비워진다.
이런
동양적 사상을 서양의 실용주의와 결합해 공간 정리 개념을 들고 나온
사람이 영국의 캐런 킹스턴이다. 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잡동사니
청소 워크숍을 개최하는 청소 전도사이다. 그의 저서인 베스트셀러 <아무
것도 못 버리는 사람>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킹스턴이
말하는 잡동사니는 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물건, 조잡하거나 정리하지
않은 물건, 좁은 장소에 넘쳐나는 물건 등이다. 이런 잡동사니를 제한된
공간에 쑤셔 넣을수록 에너지가 움직일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잡동사니를
보관하기 위해 다른 물건을 사는 등 잡동사니를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최후의 해결책은 넓은 집으로 이사하거나
물건을 버리는 것이다. 잡동사니를 사고 유지하는데 비용을 소비했기
때문에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캐런
킹스턴의 잡동사니 테스트
‘나는
절대적으로 이 물건을 좋아하는가?’ ‘정말로 유용한가?’ 이 두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면 잡동사니가 아니다. 답에
따라 쓰레기통에 버릴 것인지, 아닌지 결정하면 된다.
잡동사니를
집에 두지 않으려면 잡동사니가 쌓일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 물건을
사기 전에 반드시 두 번 이상 생각하고, 집안의 쓰레기통은 정기적으로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
감사할수록
신은 더 많은 좋은 일들을 내려주신다.
캐런 킹스턴의 <아무 것도 못
버리는 사람>
■
글/오승건(osk@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