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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출근하자마자 화가 몹시 난 소비자 전화를 받았다. 소비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 마디씩 이어갔다. “신용카드사가 회원의 피해를 알면서도
해결은 둘째치고 사과 한 마디 없으니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건은
외국 유학 당시 일어난 일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비자는
현지 휴대폰서비스가맹점과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고 보증금 15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물론 결제 대금은 다음달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그런데
현지 가맹점은 카드사로부터 보증금이 입금되지 않았다며 휴대폰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버렸다. 휴대폰 서비스 중단은 고국을 떠나있는
유학생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즉시 카드사에 항의했으나
카드사 직원의 답변은 간단했다. 현지 거래 은행에 입금했으니 현지
가맹점에 다시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몇
차례 확인했으나 가맹점은 은행으로부터 입금된 사실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맹점에 입금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신용카드사, 현지
은행, 가맹점 세 곳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기 위해
카드사에 사실조사를 요청했다. 카드사는 현지 거래 은행에 입금한 것으로
처리된 자료를 팩스로 보내줄 뿐 더 이상의 확인은 어렵다는 답변이었고
휴대폰 서비스 중단 문제는 가맹점과 해결하라는 식이었다.
소비자는
카드사가 보내준 입금 자료를 가맹점에 팩스로 송부하고 수십 번에 걸쳐
휴대폰 서비스 개통을 요청했다. 가맹점에서는 입금된 사실이 없으니
개통이 불가하다는 대답뿐이었다. 카드로 결제한 보증금 150만원만 감쪽같이
사라진 셈이 되었다.
소비자는
그때부터 2년에 걸쳐 카드사에 항의하고 150만원의 환불을 요청했으나
카드사의 반응은 무정하리 만큼 냉랭했다.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참다
못한 소비자는 결국 소비자보호원과 연결된 전화를 통해 지나간 설움을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소비자
피해는 두 가지 원인이 복합돼 발생했다. 즉 고객의 항의를 가볍게 생각한
담당 직원의 업무 미숙과 경영진의 불성실한 고객 보호 마인드가 원인이었다.
담당직원이 사고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면
소비자 피해는 조기에 진화될 수 있었다.
카드
회사에서 외국 거래은행으로 송금한 대금이 현지 가맹점에 입금되지
않았다면 카드사와 외국 거래은행과의 송금사고 이거나 외국 거래은행과
현지 가맹점간에 송금사고가 발생한 결과가 된다. 따라서 이는 명확히
규명했어야 했고 이것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직원은 외국 거래은행에 송금한 사실만 주장하며 소비자
스스로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신규전입직원이나 신입직원은
업무가 미숙할 수밖에 없다. 경력직원이라 하더라도 혼자서 해결하기
곤란한 사고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이로 인해 멍든 소비자 마음을 치료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응급치료 시스템을 항상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건 카드사의 경우에는 이러한 응급치료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신용카드로 결제한 보증금 150만원은 찾았지만 2년의 세월 동안 소비자가
입은 마음의 상처는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기업은
종종 "고객 보호 차원에서 보상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기업의 과실이 별로 없어도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기업의 이러한 구호 이전에 성실하고 예의 바른 기업
경영을 더 원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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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용묵(ymshin@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2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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