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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being)을 모르면 ‘무식’의 단계를 넘어서 ‘간첩’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웰빙 열풍이 거세다. 신문 기사는 물론이고 신문 광고에도 웰빙 제품을 강조하는 다양한 품목들이 등장했다. 바야흐로 웰빙 권하는 사회다.
올해 초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04년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웰빙 소비 확산’이 국내 산업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서도 웰빙, 저기서도 웰빙 권해
최근의 웰빙 열풍은 육체적·정신적인 조화를 통해 잘 먹고 잘 사는 웰빙 본래의 뜻은 퇴색되고 상대적인 고가 소비·사치 생활을 부추기는 상업적인 마케팅이 득세하는 추세다. 웰빙은 웰빙 식품·웰빙 가전·웰빙 펜션·웰빙 패션·웰빙 아파트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심지어 웰빙 바람은 주류와 담배에까지 번져 나갔다.
다양한 서비스와 다양한 제품이 웰빙의 이름으로 포장돼 화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가·미용·스파·헬스케어와 관련된 업체들이 성업중이고 친환경 아파트·천연 화장품·두피케어 제품도 웰빙의 영향으로 잘 나간다.
백화점에서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매출이 늘어나고 검은콩 우유가 흰 우유보다 잘 팔린다. 순한 와인의 매출이 증가하고, 기존 도수보다 낮은 순한 소주가 등장한 것도 웰빙의 영향이다. 타르 함량이 일반 담배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담배가 애연가의 사랑을 받는다.
상업화로 치닫는 웰빙 산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이 드는 스파나 피트니스 클럽·요가 강습 등이 웰빙족의 모범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인식되면서 웰빙의 정신이 부유층의 문화로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행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웰빙 박람회도 2004년 3월 26일~29일 서울의 삼성동 코엑스 몰에서 열린다. 전시 품목은 아로마·허브·보디케어·스킨케어·피부 관리·침구류·공기 청정기·비데·가습기·월풀·정수기·욕조·주거용품·유기농산물·생식·건강 식품·차·다이어트 식품·와인·레저·스포츠·피트니스·펜션·가정 의료기·여행 콘도 등이다. 웰빙 상품과 서비스가 이렇게 다양한지 예전에 미처 몰랐을 것이다.
우유를 먹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유기 농산물을 사먹고, 타르가 적게 함유된 담배를 피우며, 음이온이 방출되는 TV를 구입하면 잘 먹고 잘 사는 것일까. 검은콩 우유를 마시고, 비싼 피트니스 클럽에서 몸을 단련하며, 황토 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하면 웰빙족에 편입되는 것일까.
웰빙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타르가 적게 함유된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피우지 않는 것이 낫고, 음이온이 방출되는 TV를 시청하는 것보다 전원을 끄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잘 사는 길이다. TV를 끄면 도리어 사랑이 켜진다.
‘검은콩 우유를 먹는 사람보다 검은콩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은 웰빙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몸에 좋다는 비싼 유기농이나 건강 보조제를 먹는 것보다 하루 세끼 밥 잘 챙겨 먹는 것이 더 웰빙에 가깝다.
최근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김종인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 ‘100세 이상 노인의 장수 요인’은 웰빙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논문에 의하면 노인의 장수 요인은 화를 내지 않고 낙천적인 삶을 살며 채식 위주의 소식(小食)으로 나타났다. 된장국을 먹는 노인의 비중이 높았으며, 경제 수준은 중하위 계층이 95%를 차지했다. 이번 논문은 지난 99년 12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전국의 100세 이상 노인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려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행복한 마음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을 세월을 투자해야 한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상태인 웰빙의 경지는 상업적인 유행 테마를 좇아서는 이르지 못한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눈앞에 펼쳐지는 웰빙 트렌드의 추종이 아니다. 좋은 행동의 반복, 즉 좋은 습관이 세월에 숙성돼야 심신이 행복한 웰빙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 글/오승건(osk@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