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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위기 이후 지속되는 사회변화는 소비자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학벌과 집단이기주의와 더불어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자율성이 확대되었지만 차별도 심화되었다.
오륙도,
사오정, 삼팔육, 이태백으로 이어지는 노동시장의 붕괴는 노동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시장에서 사업자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소비는 양극화되고 있다. 신용불량자 공화국이 된 현실에서 소비자는
빈곤에서 느끼는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를 풍요로움 속에서도 경험하고
있다.
계층간 격렬해지는 경쟁적
소비로 발생하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과소비, 신용불량, 사교육
등 차별화된 소비자사회에서 소비자는 부(富)에 대한 절대적 기준에
만족하기 보다는 부자들과 과도하게 비교하면서 자신의 부를 판단하여
항상 현실 너머를 향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패배감을
맞보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은 경쟁적
소비행태와 함께 소비자에게 피해자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희생자 의식을
각인시킨다.
삶에
대한 막연한 허무감과 불만감에 빠져 있는 소비자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쿨(cool)이다. 쿨한 소비자가 되어 보자.
쿨한 소비자는 욕망을
억압하기보다는 효과적으로 연출하고 다양성과 강렬한 감정을 선호하면
자기 자신만의 삶을 추구한다.
쿨한 소비자주의는 나르시시즘,
역설적 초연, 쾌락주의의 세가지 요소가 결합한 이념이다.
나르시시즘은 자신을
찬양하고 자신의 외모를 드러낸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자신의 분위기를 공유한다는 느낌을 갖는다. 연예인을 영웅시하는 것을
넘어 얼짱, 몸짱 등 새로운 우상을 찾는다.
역설적 초연은 자신의
감정을 반대로 표현하는 숨기기 전략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권태로움을
보이고 억압적인 상황에서 즐거움을 표현한다. 낭만적 아이러니라 할까
진지한 회의주의라 할까 쿨한 역설은 자기보호적 개성을 유지시켜 준다.
쾌락주의는 즐거운
것 보다는 세속적이고 모험적인 것을 원한다. 경쟁을 즐기고 더 나은
조건을 지향한다.
세계화시대에 쿨은 일종의
생존을 위한 마음가짐, 즉 계속되는 차별, 비교, 불이익, 피해 등에
대처하기 위해 고안된 소비자의 방어기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개인주의의 새로운 양식으로 등장하고 있는 쿨한 소비자문화를 이용한
기업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과 지갑을 노리고 있다.
쿨한
소비자의 진정한 모습은 자기창조성이다. 다른 소비자와의 파괴적 비교를
거부하고 차별를 삼가며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
물건을 사기전에도 사고난
후에도 쿨한 소비자가 되어 쿨링오프(Cooling- off)한다.
총선에서도 정치적으로
쿨한 유권자가 되어 세상을 바꾼다.
부자되기와 대박신화로
닥달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담담하게 맞설 수 있는 쿨한 소비자가
되어보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 글/김성천(kimsc@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정책연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