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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색색으로 물이 드는 가을의 끝이다. 잎이 진 감나무 꼭대기에는 잘 익은
까치밥이 온갖 잡새를 부른다.
단풍의 빛깔이 제각각이다.
빨갛게 타는 단풍잎, 노랗게 물든 은행잎,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낙엽, 땅바닥 엎드려 쓸리지도 않는 짓밟힌 낙엽이 늦가을의 풍경을
깊게 만든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을
보면 고향이 떠오른다. 허수는 어디로 놀러 가고, 아비만 빈 들판에서
새를 쫓는 허수아비의 쓸쓸한 풍경. 저절로 눈이 감기고 유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눈을 감으면 입에서는 흘러간 가수 남상규가 부른
‘고향의 강’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지금도 흘러가는 가슴 속의 강 아아 아∼ 아아 아∼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소비의 관점에서 사람을 나누면 크게 소비자와 사업자로 구분된다.
사업자도 다양하다. 좋은 사업자도 계시지만 악덕 사업자도 많다. 두
눈 크게 뜨고 있는데도 코 베 가는 간 큰 사업자도 상당수다.
눈 감으면 고향의 강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코 베이기 십상이다. 두 눈 크게 뜨고 있는데도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 환경이 복잡해지고 지속적 계약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생활의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필자도 악덕 사업자에게 수시로 피해를 입는다. 하물며 선량한
소비자들은 얼마나 피해를 많이 당하겠는가? 그래서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상담실 전화와 인터넷 게시판은 날마다 불이 날 정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내게도
아픔이 있었다네
피해 경험 한 가지를
소개한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서비스 위탁 업체에 전화로 신청했다.
제일 요금이 싼 서비스로 요청하고 요금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으로
했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인터넷을 사용했는데 요금은 자동으로
빠져나갔다.
몇 달 뒤 배달된 요금
청구서를 살펴보니 그 동안 내가 받은 서비스는 내가 신청한, 제일 싼
요금의 서비스가 아니라 전문가용이었다. 당연히 요금도 전문가용으로
비싸게 빠져나갔다.
서비스를 업체에서 수당을
많이 챙기기 위해 내가 신청하지도 않은 비싼 요금의 서비스를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 몇 달 동안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게 요금
청구서도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두 둔 멀쩡하게 뜨고
당했지만 나중에 그러한 사실을 알았고 입증할 방법도 별로 없어 그냥
체념하고 살았다. 계약 기간 1년이 지나 바로 해지하는 것으로 분노를
표시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악덕
사업자를 혼내준 내 친구 이야기
휴대폰은 기능과 요금
체계가 복잡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지도 못하고 사용하는 물건이다.
젊음의 거리인 서울의 강남역 부근의 휴대폰 매장에서 사용하던 휴대폰을
주고 새 휴대폰을 구입한 내 친구.
휴대폰 대금 25만원은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하고 가입비 3만원은 면제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이루어졌다. 대금은 신용카드 할부로 해결했다.
한 달 뒤 배달된 요금
청구서에는 가입비 분납금 1만원이 깨알 같은 글씨로 다른 항목과 함께
일렬로 나열돼 있었다. 내역서를 보지 않았거나 대충 보았다면 대금이
그냥 빠져나갔을 것이다.
꼼꼼한 내 친구는 내역서를
잘 살펴보고 업체에 전화해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요금 청구서를
보았을 때의 감정의 흔들림과 업체 직원과 다툰 금쪽 같은 시간, 통화하기
위한 전화 요금은 고스란히 피해로 남았지만….
폭설이
내렸고 쌓인 눈이 녹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진달래가 방긋 웃는 봄에 배달된 휴대폰 요금 청구서에는 알지도 못하는
매너콜 서비스와 또 다른 서비스 요금이 각각 80원, 1천2백9원 청구됐다.
다음달에도 같은 항목으로
2백33원, 7백원이 청구됐다. 물론 신청하지 않은 서비스 요금이므로
시정해 내지는 않았지만 열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이런 유형의 피해를 입었을까?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이런 피해를 입을까?
소비자
피해의 특징과 예방법
소비자 피해는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다. 피해액이 푼돈이어서 적극적으로 행동해도 건지는
것이 더 적을 수도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몰라서 속고 알아도 푼돈이라서
그냥 넘어간다.
악덕 사업자는 틈만
나면 소비자를 노린다. 악덕 사업자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두 눈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 소비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소비자 스스로 노크 소리(일명
똑 소리) 나게 살아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래도 피해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관계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피해가 커지지 않고 조기에
수습이 가능하다.
눈을 지긋이 감고 고향의
강을 흥얼거려도 ‘코를 베이지 않는 따뜻한 세상’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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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오승건(osk@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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