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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 신드룸
    등록일 2003-08-07 조회수 5024

    오승건의 소비자 세상보기(37)
    자살 신드룸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충격적인 투신 자살이 온 나라를 뒤흔드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정 회장 자살 사건에 충격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모방 자살이 우리 사회에 자살 신드룸으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실제로 1930년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는 ‘글루미선데이’라는 노래에 심취된 젊은이 수백명이 모방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에서는 하루 평균 36명, 매시간 1.5명 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자살 건수도 역대 최고인 1만3천55건으로 2001년의 1만2천2백77건에 비해 6.3%가 늘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자살의 동기는 실업·신용 불량자 전락·사업 실패 등 경제적인 이유가 많다.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비하하며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자살은 사회의 타살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살인의 추억’과 5백만명의 대박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이 전국 관객 5백만명을 돌파하며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영화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졌던 10차례의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작품성과 오락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5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제40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 주연상·조명상 등 4개 부분을 석권한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 형사로 나오는 송강호는 대종상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더 나아가 한 영화 전문 사이트의 설문 조사에서는 ‘살인의 추억’으로 대종상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가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1위로 뽑혔다.

    ‘살인의 추억’ 한방으로 10년 무명을 끝낸 연극 배우도 있다. 정신 이상자로 억울하게 용의자로 지목됐다가 기차에 치여 죽는 백광호를 연기한 연극 배우 박노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연극 배우 10년 동안 주연을 한 번도 못 해 봤고, 한 극단에서는 7년 동안 단 한번 무대에 섰던 철저한 무명이었다. 이제 팬클럽도 생기고 영화의 원작이 된 연극 ‘날 보러 와요’의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아름다운 사람

    살인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고, 자살은 스스로 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자살도 살인의 범주에 포함된다. 살인의 추억과 자살의 추억. 살인과 자살이라는 단어와 행위가 유행하고 있다. 대량 소비 사회에서 소비의 막다른 끝이 자살일까?

    자살이라는 단어를 계속해 소리 내어 보자. 자살자살자살자살자살자살자살자살자…. 어느 시점에 가면 자살을 꿈꾸던 사람도 ‘살자’를 외치게 된다. 자살은 죽도록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죽도록 살다 보면 살 길이 열리는 것이 삶의 이치다.

    자살에 이르게 하는 감정 중에는 노여움도 포함된다. 노여움(anger)은 위험(D-anger)에서 한 글자가 빠진 것이다. 노여움(anger)을 잘 다스려 응어리진 것을 풀면 바로 천사(angel)가 된다. 단어 마지막 알(r)자의 굽은 부분을 펴기만 하면 엘(l)자가 되면서 몸도 마음도 아름다운 상태로 바뀐다는 사실을 아는가.

    살인과 자살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유형의 사람들일까? 강은교 시인이 말하는 아름다운 사람을 음미하면서 ‘자살’을 한번 다시 생각해 보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살아서 땀으로 꿈을 적시는 자가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는 아름답다.

    자기의 밭에 홀로 그리고 열심히 씨를 뿌리는 자, 아름답다.

    그 씨가 아무리 하잘 것 없어 보일 나무의 씨앗이라 하여도

    열심히 자기의 밭을 갈고 자기의 밭을 덮을 날개를 보듬는 자,

    한겨울에도 부드러운 흙을 자기의 밭에 가득 앉아 있게 하는 자,

    그래서 이번 겨울 아침에도 땀을 흘리는 자,

    땀으로 꿈을 적시는 자, 아름답다.

                                                    강은교 시인의 <허무수첩> 중에서

     글/오승건(osk@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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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정보팀김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