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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과 방패
    등록일 2003-03-20 조회수 5121
    오승건의 소비자 세상 보기(23)

    오승건의 소비자 세상보기(23)
    창과 방패

    나라 장사꾼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저잣거리에서 방패[盾]와 창[矛]을 늘어놓고 ‘골라∼ 골라∼’를 외치고 있었다. “날 보지 말고, 여기 방패를 보시오. 이 방패는 어찌나 견고하면서 잘 빠졌는지 제아무리 날카로운 창이라도 막아냅니다.”

    수비가 전문인 몇몇 사람들은 잘 빠진 방패를 집어들고 꼼꼼하게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 중 품질확인을 마친 두세 사람은 방패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갔다. 붉은 해가 서산에 무겁게 걸려 영업을마쳐야 할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창을 집어들고 다급한 목소리로 ‘골라∼ 골라∼’를 외치기 시작했다. “자, 이 창을 보십시오. 이 창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꿰뚫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때 구경꾼 속에서 창과 방패를 한 나절 동안 살펴보던 남루한 차림의 사내가 창보다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 거요?”

    창과 방패를 팔던 무기상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짐을 챙겨서 종종걸음으로 저잣거리를 빠져나갔다. 창과 방패를 지고 가는 상인의 뒤통수 위로 어둠이 한 겹씩 내리기 시작했다.  

     

    동에서 제일 싼 집 & 서울에서 가장 싼 집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맞지 않음을 뜻하는 모순(矛盾)은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예시한  사례는 웃자고 하는 차원에서 모순의 고사를 약간 각색한 것이다. 취미가 독서인 사람 중에 한비야 씨는 잘 아는데 한비자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형제간 아니냐고 묻는 현대판 모순형도 계신다.

    젊은이들이 물결치는 명동 거리에 나가보면 볼거리·살거리·눈요기거리가 넘쳐난다. 점포가 즐비하므로 경쟁이 치열하다. 호객꾼의 멘트와 광고 문구는 어느 가게에서 화장품을 사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명동에서 제일 싼 집’을 지나면  ‘서울에서 가장 싼 집’이 나오는데, 그 옆에는 ‘우리 나라에서 최고 싼 집’이 보인다.

    창과 방패에서 유래된 모순의 고사는 허위·과장 광고의 효시가 아닐까? 좌우지간 전쟁은 파괴와 무질서를 낳고, 사업자의 허위 과장 광고는 소비자 피해를 낳는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부당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당한 광고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부당 광고의 유형에는 허위 과장 광고·기만 광고·부당 비교 광고·비방 광고 등이 있다. 부당 광고는 광고가 사실과 다르고 그 다름으로 인한 소비자의 오인성이 있어야 된다. 광고의 위법성 판단은 문구 하나하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의 전체적인 이미지,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소비자의 눈을 현혹하는 허위 과장 광고가 많다. 어떤 업체는 쇼핑몰을 분양하면서 ‘전층 마감 임박’ ‘서울 최고·최후의 핵심 상권’이라는 광고 문구를 썼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공표 명령을 받았다. 어떤 업체는 ‘인근 아파트보다 2천4백만원 이상 저렴’ ‘계약하고 한 달이면 1천5백만원이보인다’는 과장 광고를 게재해 물의를 일으켰다.

    분양 광고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공정위는 ‘상가 등의 분양 및 임대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을 새로 마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입지와 관련해서는 ‘인근에…’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 단지에서 반경 1㎞를 넘지 않아야 하고, ‘도보 ○분’의 경우 1분에 80m가 기준이라고 한다.  

     

    “별 볼일 없는 영화도 손님 많이 오게 하는 광고가 최고”

    아이디어 뱅크로 통하는 개그맨 전유성 씨는 월간 <광고정보> 3월호 대담에서 광고의 창의성이란 물음에 “글쎄요. 잔머리라고 생각해요. 상 받는 광고하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광고는 다르죠. 저는 영화 광고를 주로 했는데, 그때는 영화가 별 볼일 없어도 손님 많이 오게 하는 광고를 최고로 봤어요. 그래서 제가 많이 팔려 다녔죠.”라고 답변했다.

    별 볼일 없는 영화를 별 볼일 있게 만든 아이디어와 카피는 심야 극장과 ‘한여름밤의 심야 쌍쌍 공포 파티’였다. 11시 30분까지 썰렁했는데 11시 50분에 떼로 몰려와 1천3백50석의 극장이 꽉 차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심야 영화는 입장하기 전에 하늘만 쳐다보게 하면 별 볼일 없는 것도 별 볼일 있는 영화로 바뀐다. 비오는 날은 빼고. 요즘 서울은 대기 오염이 문제다. 심야에 하늘을 쳐다보면 별이 보이지 않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정말 별 볼일 없는 날이다.     
                

    리 알리거나 자기 선전을 의미하는 광고는 허위 과장의 요소가 있으므로 소비자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상가 분양 광고의 계약 책임과 관련된 대법원 소송에서 “선전 광고에 다소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판시해 사업자의 계약 책임을 부정한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광고 천지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소비자는 1일 3천개의 마케팅 메시지를 접한다고 한다.1년이면 1백만개가 넘는다. 이런 광고의 홍수 속에서 광고의 속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익사할 것은 뻔하다. 아는 만큼 보이므로 광고 공부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한 마디로 광고를 알면 인생이 즐겁다.

    ■ 글/오승건<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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