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 한 해 동안 40여 만 건의 소비자상담을 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담은 계속된다. 엊그제 눈보라가 몰아쳐 온 세상이 얼어붙고
상담실 유리창 너머 풍경이 영화속의 모스크바를 연상케 하는 낭만스런
날에도 상담실은 소비자들의 분노와 탄식으로 더욱 춥게만 느껴진다.
지난
한 해 동안 소비자보호원 상담실을 찾은 소비자들은 이제 막 성년이
되려는 청소년들로부터 인생 황혼기에 들어선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또한 학식높고 부유한 소비자에서부터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을 망라하고 있다. 뿐만인가. 소비자보호원 바로
앞 양재동에 사는 소비자로부터 저 멀리 독일, 미국, 중국...등지의
동포들과 서울, 전주...등지에 사는 在韓 외국인들도 있다.
소비자들의
상담 내용 또한 다양하다. 수 억대 부동산 거래로 인한 피해에서부터
몇 천 원의 세탁서비스문제에 이르기까지, 또한 경제적 피해 뿐 아니라
사망사고에 이르기까지 실로 우리들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을
포함하고 있다. 영화나 소설보다 더 리얼한 인생 이야기들이다.
가출한
장성한 아들의 수 천 만원 빚을 상담하러 온 80대 늙은 할아버지 어깨
위에 고스란히 내려앉은 삶의 무거움에서 우리 상담원들은 안타까움을
감출 길이 없다. 건강보조식품을 강매당하고 수 년 째 해결방법을 몰라
사업자에게 시달려온 생활보호대상자 老부부의 전화목소리에서는 고단한
삶에 지친 슬픔이 배어나온다. 가난해서 배우지 못하고 결혼도 하지
못해 정신이상이 되어버린 40대의 농촌 노총각이 부패했다고 고발해온
돼지고기에는 섬뜩함에 앞서 진한 연민이 느껴진다. 한 때의 쾌락으로
신용카드빚을 짊어져 이혼의 위기를 맞게 된 부유한 남편, 아내들의
후회에는 할 말도 잃게 된다.
새해도
어느 새 한 달이 흘렀다. 올해에는 많은 국민들께서 소비자문제를 겪지
않으시길, 그리하여 지난 해보다 더 행복해지시길 기도한다.
■ 이창옥(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