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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끌 모아 신용 불량
    등록일 2002-10-31 조회수 7328
    소비자칼럼(46), 피 보지 맙시다

    오승건의 소비자 세상 보기(7)

    티끌 모아 신용 불량

    조금씩 모은 것이 나중에 큰 덩어리가 된다는 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티끌 모아 태산이다.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비유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재·흙, 그 밖의 온갖 물건의 잔 부스러기 혹은 찌꺼기를 일컬어 티라 하고, 티가 많이 모이면 티끌이 된다. 티끌을 모으면 태산이 된다는 말과 같은 뜻의 고사성어가 진합태산(塵合泰山) 또는 진적위산(塵積爲山)이다.

    시사 상식 한 도막. 태산은 중국의 산동성에 있는 해발 1,450m의 명산이다. 또한 높고 큰 산을 지칭해 흔히 태산이라고 한다. 고생을 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즐거움이 온다는 것을 뜻하는  속담이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다.

    끌 모아 북한산

    Bills! 2.jpg중국의 태산 높이가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한국판으로 바꾸면 티끌 모아 설악산(1,708m)이 될 것이다. 서울 시민들에게는 티끌 모아 북한산(803m)이 더 와 닿는다. 살기 위하여 먹는 일 때문에 하지 못할 일까지 하게 된다는 ‘목구멍이 포도청’은 ‘목구멍이 경찰청’으로 비유하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

    티끌 모아 태산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사람은 바로 신용카드 사용자가 아닐까? 몇 천원에서 몇 만원 되지 않은 수수료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티끌과 같은 사소한 재미에 여왕처럼 쏘다 보면 한달 뒤 카드 사용액은 월급을 넘어서기 일쑤다.

    그러다 보면 손쉬운 것이 현금 서비스. 신용카드를 넣고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수십만원의 지폐가 웃으면서 나온다. 2002년 9월 말 현재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 불량자는 86만9천여명으로 지난 8월 말에 비해 10만명 이상 늘어났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현금 서비스도 처음 빌리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 한 번이 두 번이 되는 데는 주기가 훨씬 짧아진다.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세 번이 네 번이 되면 급기야 연체로 이어지기 쉽다. 이자에 연체 이자를 물면 태산이 눈앞이다.

    신용카드 할부 수수료율(연 9.0∼19.0%)·현금 서비스 수수료율(연 11.43∼28.0%)·연체 이자율(17∼29%)은 그야말로 티끌 모아 북한산이다. 저축으로 티끌 모아 북한산 만드는 것보다 연체 이자·할부 수수료·현금 서비스 수수료가 만드는 북한산이 훨씬 빠르다. 저축할 때의 이자는 눈곱만큼 붙지만 빚의 이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지꿈은 꾸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가는 것

    img61.gif제39회 저축의 날에 영화 배우 이미연과 가수 탁재훈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탁재훈은 인터뷰에서 “모진 고생 끝에 이제 겨우 가수로서 자리를 잡으면서 돈을 조금 벌었지만 함부로 쓸 수 없었다. 통장에 한푼 두푼 불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입이 생길 때마다 13개의 통장에 수시로 입금한다고 한다.

    또한 ‘순돌이 아버지’로 잘 알려진 연기자 임현식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표창 받은 비결을 묻자 “어머니의 통장 검사가 꾸준히 저축을 하게 된 밑거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큰 기쁨이나 큰 아픔은 하루 아침에 찾아오지 않는다. 티끌 모아 북한산도 남의 일이 아니다. 어릴 때의 경제 교육이 기쁨의 씨를 뿌리기도 하고 아픔의 싹을 심기도 한다. 돼지꿈은  꾸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 자녀들에게 플라스틱 꿈돼지 한 마리씩 선물하는 것은 어떨지.

    ■글/오승건<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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