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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일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기 전 이미 여행경비의 상당부분이 바닥나 있는 상태라서 한참
발품을팔고 나서야 그래도 좀 싼 호텔을 구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다음 예정지인 뮌헨에서의 잠자리가 걱정이 되어 출국 전에 알아두었던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민박집에 전화를 걸었다.
들려오는
목소리로 보아 장사에 꽤나 이력이 난 듯한 중년 아주머니였다. 방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일이 옥토버 페스트(뮌헨에서 개최되는 유명한 맥주
축제) 마지막 날이라서 뮌헨은 지금 방 때문에 난리란다. 지금 자기
집에도 방이 딱 하나 남았는데, 이것마저도 당장 예약하지 않으면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방을 예약하지 못하면 뮌헨에
올 생각을 말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가격을 물으니 100유로란다. 아무리
축제기간이라곤 하지만 유럽의 웬만한 민박집 숙박비가 20유로부터
50유로를 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비싼 가격이다.
내일은
유로파 버스를 타고
"로만틱가도"를 거쳐서 저녁 늦게나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그 길은 별로 볼 것도 없는데 뭐하러 그렇게 오냐고, 아침 일찍 기차
타고 오란다. 선뜻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다 전화를 끊고 말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속이 들여다보이는 주인이 맘에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서
몸으로 부딪혀 보면 어찌 되겠지 하는 심산으로 전화를 끊기는 했지만,
정작 가고 싶었던 옥토버 페스트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감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무작정 뮌헨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가는 동안 새로운 풍광에
잠시 숙소 걱정을 잊을 수 있었지만, 뮌헨이 가까워질수록 잠자리가
걱정이 되었다. 이미 어둠이 깔린 시간이었고, 하루종일 여행에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민박집에 전화해 볼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몇 군데라도 찾아보기로
했다.
큰 호텔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걷다가 문득 뒷골목에 있는 펜션이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방이없을 거라는 생각에 별로 기대도 안하고 들어섰는데, 이상하게
분위기가 썰렁했다. 방이 있느냐는 조심스런 질문에 50을 넘겼을 듯한
주인은 "No English"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Sure를 연발했다.
더구나 아침식사까지 포함해서 30유로란다. 방은 좀 작은 듯하기는 했지만,
깔끔하고 하룻밤 지내기에는 더 없이 좋았다. 뮌헨이 숙소 때문에 난리라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였던 것이다.
걱정했던
잠자리가 해결되었다는 안도감 한편으로 씁쓸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축제기간 동안 호텔비가 크게 뛰는 것은 유럽에서 흔한
일이다. 대목에 한몫 챙기려는 것은 우리나 그네들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값은 올려 받을지언정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영업행위는 여행자들로 하여금
한국인 상점이나 숙소를 외면하게 할 것이고, 결국 손해는 그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불어나고 있는 여행수지 적자 규모를
더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것 또한 말할 필요가 없다.
상거래의
기본은 거래 당사자간의 신뢰 확보에 있다. 이는 우리가 지향하는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한다 하더라도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결단코 우리는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우리시장에서
소비자와 사업자간의 신뢰관계는 어떤지 한번 돌아볼 일이다.
■글/문성기<한국소비자보호원 기획관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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