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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단풍과 바람과 햇볕이 빛나는 가을이다. 아름다운 자연도 보는 사람의
눈에 맞아야 필(느낌)이 꽂힌다. 사람과의 사랑도 눈이 맞아야 하고,
자연과의 교류도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계절에
걸맞은 빛나는 시, 혹은 연애할 때 인용하면 감정의 교감을 불러일으켜
딱 걸리기 좋은 의미심장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 전문>
화장발·조명발·말발의
진실 게임
사람에게는
남(여)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본능이 내재돼 있다. 학문적인 접근은
생략하고 실생활에서 빚어지는 희화적인 사례를 들어 살펴본다.
여자든
남자든 화장을 한다. 여기에서의 화장은 얼굴에 찍어 바르는 것은 물론
패션 등 본래의 자기 자신보다 돋보이게 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되는
광의의 말이다. 화장발을 조심하라는우스갯소리에서부터 ‘키높이 구두’
‘뻥브라’ 등은 진실과 사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든다.
조명발도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디스코텍·나이트클럽·콜라텍·쇼윈도는
각종 현란한 조명으로 사람의 눈을 현혹한다. 꾼들은 나이트클럽의 조명발을
의식해 의상 선택에도 최선을 다한다. 조명발에 신경 쓰는 만큼 진실과
사실 차이는 괴리감이 커진다. 술 깨고 맨 정신으로 돌아와 자연 조명에
노출됐을 때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발도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말 잘 하고 징역 가랴’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은 말만 잘 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한 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의 힘을 인정한다. 장래희망이 ‘말 잘하는 사람’인
어린이도 있을 정도다.
불이
아니면서 불 행세를 하는 반딧불이는 차라리 낭만적이다. 반딧불이는
옛날에 일정 부분불의 역할을 했다. 고생을 하면서 공부하여 얻은 보람을
일컫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의 고사성어가 그것을 증명한다.
“무늬만
상품권 아니예요?”
가치는
별로 없으면서 소비자를 현혹하는 ‘눈속임 상품권’과 ‘말로만 상품권’이
유행한다. 신용카드사에서 보내는 우편물에 끼어 배달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불특정인의 우편함에 넣는 등 현혹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이런
유형의 상품권은 소비자를 현혹하는 미끼일 가능성이 높다. 가만히 있는데
얼굴도 모르는 사업자가 쓸모 있는 상품권을 배달해 줄 까닭이 있겠는가.
대부분 하나의 상술이다.
상품할인권·창사
1주년 감사사은권·특별우대권·무료 콘서트 초대권 등의
소비자를 현혹하는눈속임 상품권이 유행한다. 신용카드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면서 마치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는 것처럼 선전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신용카드사에서 보낸 우편물을 뜯어보니 한 제화업체의 7만원권 상품할인권이
들어 있었다. 상품할인권 뒤쪽의 매장 전화 번호를 보고 확인했더니
그곳에서 구입 가능한 가장 싼 제품은 13만원이었다. 이처럼 유사 상품권을
발행해가격을 크게 할인해 주는 것처럼 판매하는 얌체상술이 활개를
친다.
몇 년
전 바닥재 광고에서 연예인 이의정이 말해 히트한 ‘무늬만 나무 아니예요?’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스테레오 음량으로 ‘추억의 유행어,
유행어…’.
무늬만
상품권인 유사 상품권은 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을 요구한다. 사업자가
왜 공짜로 상품권을 뿌릴까? 입장 바꿔 생각하면 소비자 피해는 상당
부분 발생하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업자가
여러 가지 현란한 말로 관심을 유도해도 소비자는 냉철한 시각으로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 상품할인권·증정할인권 등으로 폼나게 말발을
내세워도 소비자에게는 쓸모 없는 종이 조각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춘수
시인의 꽃뿐만 아니라 상품권도 서로의 눈빛이 오고가 교감이 될 때
비로소 빛난다. 그들이 말발로 아무리 상품권이라고 우겨도 현혹되지
않으면 피해를 입는 일은 없다. 소비자가 상품권이라고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상품권이 된다.
■글/오승건<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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