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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보호는 규제완화의 대상이 아니다.
    등록일 2002-10-02 조회수 5976
    소비자칼럼(46), 피 보지 맙시다
     소비자 칼럼(57), 소비자보호는 규제완화의 대상이 아니다.

    난 7월 1일 시행된 제조물책임법을 계기로 소비자보호는 소비생활과 기업활동에 큰 변화를 주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제조물의 결함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어 소비자의 권리는신장되었고 기업은 소비자안전전담조직을 갖추는 등 소비자보호에 대한 태도가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아직도 소비자보호를 애써 외면하거나 필요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표방하고 있다. 최근 그 일단면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는 한 사업자단체의 소비자보호제도의 개편방향이다. 주요 내용은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됨에 따라 소비자보호는 이해당사자간에 해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법제를 보완하고 사전적이고 직접적인 규제는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면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행정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감이지만 근본적으로 소비자보호를 규제완화의 대상으로 보려는 것은 소비자보호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선진국의 정책동향이나 세계화를 헤쳐나가야 하는 기업환경에서 볼 때 찬성할 수 없다.

    이원론적인 패러다임(정부규제를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로 나누고 전자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규제완화나 철폐를, 후자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강화를 전제로 하는 모형)을 가지고는 소비자보호규제가 자리매김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 정부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니라 정부가 기업의 규제를 완화하면 소비자와 기업간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연계되어야 한다.  

    이미 규제개혁의 기치를 들고 그 효과를 보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규제완화에 따른 소비자보호규제의 자리매김은 중요한 정책과제로서 다양한 소비자보호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EU의 경우 소비자계약 및 소비자안전분야의 소비자보호지침을 지속적으로 제정하여 회원국가로 하여금 동일한 수준의 소비자보호규제를 요구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 소비자계약법의 제정, 식품안전행정의 강화, 제조물책임법의 개정 논의 등 소비자보호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UN, CI, ISO, UNIDROIT,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소비자보호는 주요 논제로 제기되어 통일화 또는 표준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런 국제 동향으로 볼 때 소비자보호는 규제완화의 대상이 아니라 강화되어야 할 규제영역이어야 한다.

    Law Scroll.jpg진국들이 1960년대 소비자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는 소비자보호규제를 정비한 것에비하여, 우리나라는 1980년에 들어서서야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였고, 이후 소비자보호규제가 점진적으로 정비되어 왔다. 약관규제법, 할부거래법, 방문판매법, 제조물책임법,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보호규제는 체계적으로 도입되어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소비자보호규제의 목표도 단순한 수혜의 대상, 보호의 객체로서 소비자보호가 아닌 자주적 역량을 가진 주체적 소비자의 실질적 권익 실현으로 재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21세기 들어서 심화되어 디지털화·세계화·녹색화·바이오화·지방화·고령화 등 환경변화에 부응하는 소비자보호규제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라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의 제공이, 정보통신 및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라 유전자재조합식품 등 새로운 제품의 등장에 따른 소비자안전의 확보가 시급하고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확립된 소비자보호규범을 어떻게 국내의 법제도에 수용하느냐도 주된 과제이다. 더 나아가 소비자보호를 더 이상 정부규제정책 차원만이 아닌 기업의 자율적 규범확립과의 조화문제로 접근하도록 요구되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불량 수입농수산물, 위해한 기능성식품 등 식품분야의 소비자안전규제는 시급하다. 소비자거래분야에서는 계약체결전 표시·광고규제는 완화대상이 아니라 좀더 강화되어야 할 분야이다. 이는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이다. 소비자 스스로 피해구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소비자피해구제제도도 확충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주체적인 대응 능력을 배양시켜 소비자 스스로 자율적으로 시장 내에서 기업도 감시하고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소비자운동도 하고 정책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   

    앞으로 소비자가 소비생활 환경변화에 좀더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보호규제의 양적 팽창과 질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소비자법령의 체계화와 현대화를 목표로 하는 소비자보호규제의 질 향상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우선 소비자보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소비자보호법, 방문판매법, 할부거래법, 각종 사업법 등 기존의 소비자법령의 체계화를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분산된 소비자보호규정으로 소비자행정의 비효율성이 야기되는 분야, 국내 소비자법령간 내용이 서로 상충·중복되어 개정이 필요한 분야, 상위법령에서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 하위법령의 미비로 법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있지 못하고 있는 분야, 현재의 경제·사회환경에 맞지 않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는 분야 등이 정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소비생활 환경변화에 의해 새롭게 대두되는 소비자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소비자법령의 현대화가 도모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의 소비자법령은 물론 OECD, ISO, UNIDROIT 등에서 논의되고 확립된 국제적 소비자보호규범을 분석하여새로운 소비자법령의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집단소송법, 소비자신용법, 회원계약법, 여행계약법, 품질보증법, 소비자파산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소비자금지청구권제도 등이 있다.

    특히 소비자법령의 세계화 추세에 따른 소비자보호규범의 표준화 내지 통일화에 뒤쳐지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EU 소비자보호입법지침은 물론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독일 등에서의 소비자법령의 제·개정 동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미 1999년 규제개혁이란 기치아래 상품권법의 폐지, 방문판매법상 소비자보호규정의 삭제 등 소비자보호규제를 완화하여 소비자(단체)의 저항을 불러왔던 경험을 되새겨 소비자의 지지를 받는 규제개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재 진행중인 규제개혁이 좀더 소비자를 위한 또한 소비자의 지지를 받기 위한 몇가지 제언을 부언하고자 한다.

    첫째, 소비자보호규제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산업별 정부규제의 상당수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이 때 정부와 기업은 총량제와 같은 방식으로 정부규제를 완화/철폐하지 말고, 소비자보호규제와의 관계를 전제로 한 응답적 패러다임에 따라 규제개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소비자보호규제는 단순한 소비자이익의 확보가 아닌 소비자권리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8대 권리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규제방안을 강구하여 소비자가 그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권리 중심의 규제기조는 OECD의 규범이기도 하다.

    셋째, 소비자보호규제는 민사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소비자 스스로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정보제공의무, 철회권 등 사업자의 의무와 소비자의 권리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넷째, 국제적 규제환경에 부응한 새로운 소비자보호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야 한다.

    다섯째, 현재 추진중인 규제개혁의 진정한 혜택자는 정부도 기업도 아닌 소비자여야 한다. 세계화의 물결에서 소비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하고 소비할 수 있는 보호망이 제공되어야 한다.

    ■글/김성천<한국소비자보호원 법령정비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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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정보팀김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