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시내버스를 탔다가 우연히 한국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캐나다에
오신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는 구순의 그 할머니는 "지금 Southgate(대형쇼핑몰)에서
공짜로 뭐 준다해서 받아오는 길이야. 나야 시간이 많으니 구경하는
셈치고 종점까지 왔다갔다하고 있는데, 한국사람을 만났네. 반갑다,
반가워" 하신다. 조금 친절하게 들어드렸더니 처음 만난 내게도
당신 사생활을 술술 털어놓으신다.
이렇게
정 많고, 사람 그리워하고, 작은 선물에도 마냥 좋아하는것이 어찌 한국
할머니들만의특성이랴? 이곳 캐나다 노인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덕분에 이를악용한 기만상술이나 소비자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텔레마케팅 기만상술 피해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캐나다 전국 기만상술전화센터(일명:
Phone Busters)*에 의하면, 텔레마케팅 기만상술의 가장 주된 타깃이
바로 이들 노인소비자들이다. 지난 1996년의 경우, 전체 피해자의 56%가
60세 이상 노인소비자였고, 이로 인한 노인소비자 피해액은 온타리오주만
해도 3백50만불(한화로 약 28억원)에 다다랐다. 더구나 5천불(한화로
약 4백만원)이상의 고액 피해자는 85%가 노인소비자로 밝혀졌다(기만상술
내용 등, 보다 자세한 것은 참고1 활용).
<참고1>
- 캐나다의
전국 기만상술전화「Phone Busters 」는 지난 1993년
설립. 전국 어디서나 핫라인 무료전화(Hot-line
Toll Free) 1-888-495-8501를 사용.
- 초기에는
온타리오주(연방수도가 있는 주) 경찰청 산하로
출발, 점차 전국 규모로 발전(http://www.phonebusters.com).
- 미국의
경우는, 전국 기만상술전화센터「NFIC(The National
Fraud Information Center)」가 지난
1992년 NCL(National Consumer League)에 의해
설립. 역시, 전국 어디서나 핫라인 무료전화
1-800-876-7060(Be Alert의 뜻) 사용.
- 1996년부터
「전국 기만상술정보 및 인터넷기만감시(Internet
Fraud Watch) 센터」로 발전(http://www.fraud.org).
|
이러한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은퇴자협회(AARP: the 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는 텔레마케팅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 시니어들이라 보고했다. 또한 지난 2002년 8월 25~31일, 시니어
기만방지주간(elder fraud week) 내 발표에 따르면, 2002년 상반기
미국 기만상술전화센터(NFIC)에 걸려온 텔레마케팅 피해자 4명중 1명이
60세 이상 노인소비자였다. 특히, 고액 및 다중피해자의 경우는 이들
비중이 더욱높았다(이 역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참고1 활용).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다.
물론 기만상술문제야 공통 고민거리지만, 이것이 텔레마케팅 분야에까지
이른 것 같지는 않다(참고 2). 이건 어쩌면 우리 노인소비자들이 독자적으로
전화를 받고 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거·문화환경에 살지 않는
덕(???)을 보는 걸까?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참고2>
- 지난
1999~2001년 6월,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상담
분석 결과, 60세 이상 노인소비자의 상담은 총
2,932건이며 이중 텔레마케팅 상담은 단지 23건이다
(송순영, 노인소비자교육프로그램에 관한 연구,
2001 정책연구보고서 참조)
- 따라서
노인소비자상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나(0.8%)
텔레마케팅상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나(총
7,187건 중 23건)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라
볼 수 있겠다.
|
아무튼,
캐나다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 1997년 특별프로그램을 발족했다.
즉, 기존 Phone Busters 내에 별도로 Senior Busters program을 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또 재미난 것은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조직이 바로 이들
시니어들, 50세 이상의 자원봉사자(volunteer) 50명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사실 캐나다는 자원봉사자 없이는 어떤 조직도 제대로 운영될
수 없을 정도인데, 여기서 시니어들의 공헌이란 실로 지대하다).
이렇듯
텔레마케팅 기만상술 방지를 위해 캐나다 전역과 심지어 미국까지 합세해
들썩거린 결과(예: 1998년 양국 공동 프로젝트 Colt, http://strategis.ic.gc.ca),
다음 도표에서 보는 바대로 1998년 이후 Phone Busters에 걸려오는 상담건수가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들 무엇하리! 아무리 양적 차원에서 혁혁한 성과가 있었다 할지라도,
노인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씁쓸하기만 한 것을... 유감스럽게도
전체 상담에서 차지하는 노인소비자 상담의 비중은 점점 높아져만 가는
것이다(1996년 56%에서, 1997년 64%, 1999년 77%, 2001년에는 드디어
90%에 이르렀다! 자료 http://www.phonebusters.com).
왜
꼭 하필 이런 데서 끝까지 남는 사람이 노인소비자들일까? 이러한 도표에서야말로,
맥아더 장군의 표현처럼 노장이 사라질 그런 멋진 날이 올 수는 없는
것일까?
■글/배순영<한국소비자보호원
정책연구실> eleven30@empal.com,
consumer119@cpb.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