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이
핑핑 날아다니는 첨단 과학 시대에 도깨비 방망이 때문에 신용 불량자로 등록돼 눈물
흘리는 사람이 많다. 돈 나와라 뚝딱 하면 돈이 나오고, 옷 나와라 뚝딱 하면 옷이
나오는 현대판 도깨비 방망이는 다름 아닌 신용카드다.
신용이
웬만한 사람이면 몇 장씩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는 한도 내에서 도깨비 방망이처럼 휘둘러
먹고, 마시고, 장보고, 서비스 받는다. 유식한 말로 정의하면 신용카드는 현재의 소비와
지불 사이에 시간이 개입된 소비자 신용 제도 중 하나로 현대 소비 문화의 상징물이다.
창이
있으면 방패가 있고, 창과 방패가 있는 곳에는 초나라 상인이 계신다. 초나라 상인은
자기가 파는 창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고, 자기의 방패는 어떤 창이라도 막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고사 성어로는 모순(矛盾)이고, 요즘 상황으로 풀이하면 허위·과대 광고다.
동전에는
앞면과 뒷면이 있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긴다. 현대판 도깨비 방망이 역할을 하는
신용카드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습관적으로 긁다가 통제 수위를
넘어서면 횡재수가 터져 신용카드 복권에 당첨돼 1억원을 받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신용 불량자로 등재돼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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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알아보는 신용카드 이야기
최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02년 3월 말 현재 신용카드로 인한 개인(법인 제외) 신용
불량자는 63만4천9백83건으로 지난해 말 58만5천23건에 비해 약 5만 건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신용 불량자로 등록돼 눈물 흘리는 건수는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
신용카드가
신용 사회의 필수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국민 2천3백7만 여명이
8천9백33만 여장의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다. 경제 활동 인구 1인당 4장을 보유하고 있는
꼴이다.
올해
들어서도 매달 2백만∼3백만 장의 신용카드가 신규 발급돼 지난 1월에 이미 9천만 장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4월중으로 1억장, 올해 말까지 1억2천만 장에 달할 것이며,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6백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신용카드를 4장 이상 발급 받은 7백60만명 중 카드론을
제외하고 현금 서비스만 5백만원 이상 대출 받은 사람이 1백37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신용카드
등 국내 7개 전업 카드사들은 지난해 2조원 가량의 순이익을 냈다. 여기에다 비씨카드
산하 회원 은행과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신용카드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도 2조원 안팎이다.
가히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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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방망이가 주는 교훈
신용
사회에서, 신용 있던 사람이, 신용카드 때문에 신용 불량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신용카드 긁는 재미에 빠져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남의
일만은 아니다.
전래
동화 혹부리 영감에서 도깨비 방망이로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심술쟁이 혹부리
영감은 혹 떼러 갔다고 혹 붙이고 온다. 외상이라고, 즐기려고, 카드 빚 돌려 막으려고
옷 나와라 뚝딱, 술 나와라 뚝딱, 깡 나와라 뚝딱 하면서 도깨비 방망이인 양 신용카드를
흔들다가는 혹 붙이는 격인 신용 불량자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카드
돌려막기·카드깡 등은 신용 불량자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고 절제와 관리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것이다. 신용카드는 약과 독의 양면성이 있다. 잘 쓰면 빛나고, 잘못
쓰면 빚 구덩이에 빠진다.
빛과 빚 중에서 어느 것을 고를지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글/오승건<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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