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사이에 복권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유행에 뒤지지 않기 위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복권을 한 장 샀습니다. 50억원×2명〓100억원으로 표시된 빅슈퍼더블복권, 추첨일은
3월 31일이었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식사하러 가자고 할 때 선약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사무실의 먹는샘물로 마음에
점을 찍었습니다. 눈물 묻은 그 돈으로 복권을 샀습니다. 복권 가격은 장난이 아니어서
자장면 곱빼기 값보다 비싼, 한 장에 4천원짜리였습니다.
1등
당첨금 30억원, 점심을 굶은 대신 4천원으로 희망을 산 것입니다. 이왕 산 것이니 대박
터지게 해달라고 사무실에 부쳐놓고 기를 불어넣었습니다.
★
당첨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복권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면서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깨알 같은 글씨로 5매 연속 당첨시
최고 당첨 가능금 50억원이라고 인쇄돼 있었습니다. 2천만 장 중 2매는 30억원짜리가
나오겠지만 50억원의 대박을 차지하려면 2만원어치 복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복권에 기를 불어넣으면서 복권의 이면을 살펴보았습니다. 최고 당첨 가능금
100억원이라고 고딕체로 인쇄된 복권 아래쪽의 당첨 내역을, 새끼손가락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합산했습니다.
발행된
2천만장의 복권이 모두 팔리면 800억원, 당첨금과 행운상을 포함한 당첨금 합산액은 약
4백60억원 정도입니다. 수익금 전액은 연구 개발 사업의 투자 재원으로 쓰여집니다라고
복권 뒤쪽에 고지해 놓았습니다.
당첨금
4천원짜리인 6등 200만장을 제외하면 당첨의 기쁨을 누릴 만한 당첨자 수는 2천90명에
행운상(뉴EF쏘나타 1천대) 1천명을 더하면 3천90명입니다. 2천만명 중 3천90명이 본전
이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첨금
1백만원 이상 되는 행운의 당첨 확률은 0.01545%, 4천원짜리 6천4백72장을 사야 합니다.
즉 2천5백88만8천원어치 복권을 구입해야 1백만원 이상 되는 당첨금에 한번 뽑힐 확률이
있다는 뜻입니다. 당첨
확률을 계산하고 나니 마음을 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마음을 비웠습니다.
복권과 관련해 두 번 마음을 비운 것입니다.
점심
굶어 아낀 돈으로 복권 살 때 육체적으로 한번, 추첨 전에 건강 생각해 정신적으로 한번
합해서 두 번입니다. 우리 나라의 과학 발전을 위해 4천원 기부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
우리
나라의 복권 시장
우리
나라의 복권 시장은 지난 69년 주택복권이 발행된 이후 20개 기관에서 복권 발행 사업에
뛰어들어 20여종의 복권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시장 규모는 6천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확장 추세라고 합니다.
최근
사상 최고액인 55억원짜리 복권 당첨자가 나와 복권 열풍이 더욱 거세게 붑니다. 복권방이
생기고, 즉석 복권 자동 판매기까지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아이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실정입니다.
지난
3월 31일 추첨한 빅슈퍼더블복권은 연속 5장 당첨시 50억원까지 탈 수 있는 당첨자를
두 차례 뽑았습니다. 50억원은 5장을 구입해 1등 1장, 2등 2장, 3등 2장에 나란히 당첨돼야
받을 수 있는 액수입니다.
대박을
꿈꾸며, 점심을 거른 돈으로 구입한 4천원짜리 복권. 산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과학
발전에 기부한 것으로 마음 먹었기에 꽝 해도 담담했습니다. 1장 구입해도 30억원의
대박을 맞는 경우도 있고, 2장 구입해 2장 모두 1등에 당첨되는 60억원의 쌍대박도 가능합니다.
최근
과다한 복권 발행 열풍이 국민들 사이에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판단, 국무총리실에 98년
말에 폐지한 복권발행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무분별한 복권 발행 및 최고 당첨 액수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대박의
꿈을 파는 복권이라는 단어가 궁금해 국어 사전을 펼쳤습니다. 사전에는 제비를 뽑아서
맞은 표에 대해 많은 배당을 주는 표찰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대박은 제비와
관련이 있는 모양입니다.
혹시나
하다가 역시나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이 복권입니다. 복권을 사는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것인지, 발행하는 기관이 복을 받는다는 것인지 아니면 양쪽 다 복을 받는다는
것인지…. 해석은 돈을 내고 복권을 사는 소비자의 몫입니다.
■글/오승건<소비자정보센터
미디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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