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덕질
자연을 엮은 작품,
“라탄공예로 무궁한 세계를 만나요”
한 땀 한 땀 엮으며 단 하나뿐인 작품을 완성해가는 라탄공예. 복잡해 보여도 조금만 배우면 초보자도 감성 가득한 소품을 완성할 수 있어 성취감이 높은 취미 중 하나입니다. 꽂히면 'GO!'를 외쳤던 문가람 작가님은 우연히 접한 라탄공예가 인생 취미가 되었고, 나아가 인생 직업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취미는 덕질 8월호에서는 때론 이국적인 느낌을, 때론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라탄공예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아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라탄으로 쓰임 있는 소품을 만드는 문가람입니다. ‘가람작업실’ 이라는 공방을 운영하며 공예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요즘은 유튜브 강의와 대면 수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라탄공예의 매력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어요. 취미가 직업이 된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덕업일치의 삶을 제대로 즐기고 있습니다. (웃음)
소재가 조금 생소해요. 독자분들에게 라탄공예가 무엇인지 소개해 주세요.
공방에 찾아주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하는 질문이네요. 라탄이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자라는 덩굴 식물로, 나무의 일종이에요. 말레이어로 ‘rotan’이라 표현하죠. 껍질을 벗겨내고, 줄기를 길게 뽑아내면 국수 가닥 같은 ‘환심’이 만들어지는데요. 라탄공예는 이 환심을 이용해 소품을 만드는 공예를 말한답니다.
흔히 나무를 이용한 공예라 하면 넓은 공간에서 기계와 도구들을 사용해서 커다란 가구를 만든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라탄 환심을 짜고, 엮으며, 무늬를 새기는 등 과정에 따라 컵 받침, 바구니, 화병과 같은 작은 소품부터 가방, 신발 등 의상까지 만들 수 있어요.
라탄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적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참 좋아했어요. 예전엔 퇴근하면 동네 문화센터에 방문해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는 게 일상의 낙이었을 정도죠. 꽃꽂이, 캘리그래피, 베이킹 등 웬만한 건 다 접해봤던 것 같아요. 싫증을 빨리 느끼는 편이라 한 번 꽂힌 취미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지만요.
그러다 우연히 취미생활 앱에서 ‘라탄공예’를 접하게 되었어요. 가방이나 작은 소품 정도를 제작하는 공예라 생각했었는데, 꽤 다양하고 멋스러운 공예품들을 만드는 기술이더라고요! 라탄공예에 대해 더 깊게 찾아보고,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이건 꼭 해봐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었어요.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취향에 딱 맞았고, 다양한 물건을 제작할 수 있기에 지루하지도 않았죠. 그렇게 라탄공예는 제 인생 취미가 되었어요.
7년 동안의 교사 생활을 내려놓고, 공방을 차리셨다 들었습니다. 일상의 변화를 이끈 라탄공예의 매력,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일 큰 매력은 쓰임새인 것 같아요. 라탄공예는 기본적으로 바구니를 베이스로 만들기 때문에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지거나 결과물이 예쁘지 않은 작품도 바구니로 사용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적어도 쓸모없이 방치되는 존재, 즉 예쁜 쓰레기가 되지 않아요. 다음으로 기초적인 기법만 배우면 충분히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네요. 방 서랍에 딱 맞는 바구니도, 강아지 용품을 담을 산책 가방도 제 취향대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는 특수교육을 전공했고, 특수교사로 근무를 했었어요. 그래서 처음 공방을 차렸을 때만 해도 친한 친구들 몇 명 외에는 창업했다는 소식을 알리지 않았죠.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특수학교, 특수학급, 장애인 복지관 등에서 수업 문의가 들어오더라고요. 자신 있는 수업이라 느꼈던 만큼 열심히 준비해 갔는데, 감사하게도 수강생들의 반응도 정말 좋았어요.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일까요? 요즘 제 일정의 대부분이 특수학급 수업이에요. 친구들이 라탄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공방 운영하길 참 잘했다 싶어요.
작가님의 작업실에는 라탄에 천이나 끈, 가죽을 덧대어 만든 개성 있는 소품들이 즐비해 있어요. 디자인할 때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사실 디자인이라 할 게 없어요. 일상에서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맞춤형으로 만드는 게 전부거든요. 예를 들어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면 여행용 가방을 커스텀하는 식으로요. 짐에 맞는 사이즈를 설정하여 제 스타일에 맞게 모양을 만들고, 원단과 가죽을 덧대어 실용성을 높이는 거죠. 작업실에 전시된 가지각색의 소품들도 이런 식으로 디자인해서 만드는 편이에요!
작가님께서 가장 공들인 작품
한 가지 소개 부탁드려요!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탄플라워’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라탄플라워란 토리버치라는 브랜드에서 백화점 디스플레이를 위해 요청했던 작품인데요. 사진으로 된 시안을 보고 2m 정도의 꽃을 제작해야 했기에 걱정도 많았지만,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설렘을 가지고 3주 정도의 야간작업에 매진했어요. 접해왔던 모든 공예의 잡다한 스킬을 모두 적용해서요! 그 결과 목표했던 방향대로 구현해냈답니다! 돌이켜보면 저 정말 고생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뿌듯하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라탄공예 기법을 소개한 책 「아름다움을 엮다, 라탄 가방」을 발간하셨어요. 어떤 책인지 소비자시대 독자들께
소개 부탁드려요!
‘라탄’하면 가방을 가장 많이 떠올리세요. 그래서인지 원데이클래스 중에서도 라탄 가방 수업이 가장 인기 있는 편이죠. 「아름다움을 엮다, 라탄 가방」은 공방에 방문하지 않아도 라탄 가방을 만들어보실 수 있도록 다양한 제작 방법과 제 노하우들을 엮은 책이에요. 저 역시도 처음 라탄공예를 배울 때 제일 먼저 가방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라탄공예에 대한 환상이 컸던 탓인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기 어려웠어요.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발견했더라도 제작방법이 상세하지 않아 자주 헤맸죠. 그럴 때마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디자인의 라탄 가방 제작 방법이 실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시간이 지나서 제가 발간하게 되었지만요. (웃음)
라탄은 재료 특성상, 가방 안쪽에 날카로운 단면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제작 방법 특성상, 가방 윗부분이 뚫려 있어서 잠금이 되지 않아요. 책에는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팁도 담겨있어요. 라탄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손재주가 없는 분이라면 라탄공예를 하기도 전에 겁부터 낼 것 같아요. 관심은 있지만 쉽게 용기 내지 못하는 분들께 한 말씀 전해주세요.
“제가 똥 손이라 잘 못 만들 것 같아요. 잘할 수 있을까요?”
공방에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에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라탄공예는 손재주랑 상관없어요!”
라탄공예는 손재주의 영역은 아니에요. 시간과 정성을 충분히 들인다면 누구나 예쁘게 만들 수 있답니다. 잘못 엮거나, 환심을 부러뜨리는 등 실수하더라도 전체를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가 없거든요. 소재가 낯설 뿐 초등학생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죠. 무궁무진한 디자인을 제 손을 이용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라탄공예. 관심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 보시길 바라요!
라탄공예 덕후로서 올해 중 꼭 해보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음···. 저만의 제품을 펀딩으로 판매해 보는 거요! 저는 지금까지 판매보단 수업 위주로 공방을 운영했어요. 계속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셨고, 수업이 잘 맞았으니까요. 한편으로는 공예품 판매가 어렵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 하나하나에 큰 공을 들였던지라 자식처럼 느껴졌거든요. 비싸다는 이유로 수공예품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요. 하지만 올해는 저만의 작품을 판매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오직 판매를 위해 만들어둔 제품들이 있어요. 언젠간 펀딩으로 판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 하반기에는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라탄공예가. 우연히 알게 된 라탄공예 매력에 빠져 공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실용적인 라탄 가방을 디자인하고 엮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작은 작업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라탄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주요 저서「아름다움을 엮다, 라탄 가방」,「라탄공예 : 덕업일치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실전코칭」
블로그blog.naver.com/garam_rat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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