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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덕질

“백지 위에 눌러쓴 기록”
평범한 하루가 추억이 되는 마법

글·심다은 <‘좋아서 하는 기록’ 저자>

작년 이맘때, 여러분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특별한 날로 기억하는 분이 있다면, 평범했던 날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 분도 계실 거예요. 또 지난 일기를 읽으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생생하게 회상되는 분도 있을 거고요. 하루를 기록하는 습관은 여느 때와 같았던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훗날 옛 기록을 들여다봄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찾아내기도 하죠. 심다은 작가님은 그림일기를 통해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의 틈, 그 사이에서 기억 남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취미는 덕질 2월호에서는 평범했던 지난날을 생생한 추억으로 남기는 기록의 매력에 대해 알아봅니다.

Q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일상을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심다은입니다. SNS에서 ‘오늘의다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8년째 꾸준히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발견한 즐거운 순간들이나 재밌는 생각들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완성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재밌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셈이죠. 기록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문구 브랜드 ‘단단라이프’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인 ‘그림’과 ‘기록’,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 먹고 살고 있으니 나름 성덕인 것 같죠? (웃음)

Q

기록을 하게 된 이유, 무엇인가요?

A

2017년, 대학교를 휴학하는 동안 늘어지는 게 싫어서 SNS에 그림일기를 올린 게 시작이었어요. 한 달 정도 매일 올려봐야지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재미가 붙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1년 동안 매일 그리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어느새 ‘그림일기 작가’로 불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일상을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더 재밌게 그려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생기고, 모두가 좋아할 만한 소재를 고르려 하다 보니 피로감을 느껴질 때도 있었거든요.

그 무렵, 작은 노트를 마련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따로 기록하기 시작했는데요.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소소한 추억들이나 고민들, 나중에 써먹을 소재 같은 것들을 노트 안에 따로 기록하니 일상을 더 균형 있게 남길 수 있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기록을 하면 평생 간직할 수 있는데 기록하지 않아서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참 아깝더라고요. 그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Q

기록을 하면서 나타난 변화가 있다면요?

A

기록을 시작한 뒤로는 ‘나’라는 사람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뭔가 문제가 생겨도 기록을 통해서 다 해결할 수 있거든요. 우울할 땐 예전에 기록해 둔 소소한 추억들을 꺼내서 보며 웃으면 되고, 마음이 복잡할 땐 노트 안에 속마음을 훌훌 털어놓고 감정을 정리하면 돼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될 땐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답을 기록해 보며 길을 찾을 수 있고요. 이처럼 기록과 함께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일들이 아주 많아졌어요. 조금씩, 천천히 저 자신이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Q

작가님께서는 스스로를 ‘기록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라 표현하셨는데요.
기록의 매력,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기록하지 않았다면 잊어버렸을 수많은 순간들이 조금 전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고, 그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는 게 기록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이번에 기록 관련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남겼던 기록물들을 하나하나 정리했었는데요. 5~6년 전의 일들이 어제 일처럼 전부 기억나더라고요. 사진이나 영상에는 그때의 분위기가 담기지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까지는 담기지 않잖아요. 나만의 감상을 가득 담은 기록을 남겨두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보물을 계속 간직할 수 있다는 게 기록하는 사람들의 특권이 아닐까요?

Q

날마다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귀찮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작가님이 그림일기를 계속할 수 있게 되는 원동력 혹은 비결이 있다면요?

A

처음에는 그림일기를 일주일 동안 매일 올리는 걸 목표로 잡았었어요. 친구들이 관심 가져주고 응원해 주니까 점점 신이 나서 목표를 한 달로 늘렸지만요. SNS에 올리지 않고 혼자 조용히 그렸다면 아마 일주일도 달성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어느 순간부터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SNS에 방문하여 응원해 주시기 시작했어요. 독자들과 오래 알던 사이처럼 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게 점차 재밌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야기할 맛도 났고요. 지금은 좀 더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서 예전처럼 매일 올리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시고 댓글로 자기 이야기도 들려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즐겁게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고 있답니다.

Q

지속 가능한 기록 생활을 엮은 책
「좋아서 하는 기록」을 발간하셨습니다. 어떤 책인지 소비자시대 독자들께 소개 부탁드려요!

A

「좋아서 하는 기록」은 ‘기록 덕후의 아주 친절한 기록 안내서’ 같은 책이에요. 원래 덕질이라는 게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하면 더 재밌잖아요. “세상에 기록 덕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담아 기록의 매력부터 실제로 기록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까지 자세히 그리고 열심히 써봤답니다. 내용은 크게 ‘기록의 시작’, ‘기록의 종류’, ‘기록의 방법’, ‘기록의 활용’ 네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초반부에는 기록의 매력을 살펴볼 수 있게, 후반부에는 실제로 따라해 볼 수 있는 팁을 담아보고자 했어요. 그동안 제가 노트에 남긴 기록 페이지들을 사진 자료로 아낌없이 넣어서, 사진들을 구경하기만 해도 기록 영감이 마구 샘솟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웃음)

「좋아서 하는 기록」에서는 하루 기록법, 세 줄 기록법, 독서 기록법 등 다양한 기록방법을 추천하고 있어요. 기록 초심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꾸준히 기록하는 목표를 세웠다면, ‘세 줄 기록법’을 가장 추천해요. 세 줄 기록법은 하루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세 줄씩만 적어서 짧은 일기를 남기는 건데요. 일기 하나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보니, 매일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담이 없답니다. 네 줄씩 적고 싶을 때도 욕심내지 않고 딱 세 줄만 적는 게 포인트죠.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같은 에너지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만들어질 거예요. 올해에는 저도 세 줄 기록법을 제대로 실천해 보고자 직접 다이어리를 만들어서 쓰고 있어요.

Q

어떤 하루는 매우 특별했다면, 어떤 하루는 무던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평범했던 하루의 기록은 어떻게 남기는 게 좋을까요?

A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분일수록 기록을 더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이럴 땐 어제와 다른 점을 찾아내서 기록해 보는 걸 추천해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날 먹은 음식에 대해 적는 거예요. 보통 매일 똑같은 메뉴를 먹지는 않으니까요. 점심과 저녁에 무슨 음식을 먹었고 맛이 어땠는지만 적어도 꽤 그럴듯한 기록을 남길 수 있어요. 감정도 매일매일 조금씩 바뀌잖아요. 즐겁다면 즐거운 이유를, 화가 나면 화나는 이유를 적어보는 것도 좋아요. 굵직한 소재가 없다면, 사소한 틈을 파고들어 보세요. 일상의 사소한 변화를 발견하면 매일이 다른 하루처럼 느껴질 거예요.

Q

기록 덕후로서, 올해 꼭 해보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A

예전에 100일 동안 나의 취향에 대해 기록하는 ‘100days취향일기’ 챌린지를 진행했었는데요. 동참한 사람들이 서로 응원하며 기록하니까 목표 달성률이 굉장히 높았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세 줄 기록법을 실천해 보기 위해 만든 ‘세줄 다이어리’를 활용해서 기록 챌린지를 진행하고 싶어요. 1월부터 해보려다가 흐지부지된 사람들을 모여 2월부터 야심차게 다시 도전하는 거죠! 많은 분들이 꾸준한 기록에 성공하는 짜릿함을 느껴보셨음 좋겠어요. 이상, 기록 덕후 친구들을 더 늘려가기 위한 야심찬 계획이랍니다!

심다은
작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잊혀지는 나날들이 아쉬워, 매일 그림일기로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의 매력에 푹 빠져든 후로는 글, 그림, 메모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순간을 수집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몰랐던 작고 사소한 기록들은 시간이 지나 큰 보물이 되었고, 마음을 기록하며 스스로와 대화했던 시간들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기록을 통해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멋진 경험을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좋아서 하는 기록, 오늘의 컬러링북, 나도 손그림 잘 그리면 소원이 없겠네, 오늘의 다은

인스타그램@todayda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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