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비심리의 비밀

온라인 쇼핑 중독에 숨겨진 비밀

직장인 A씨가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저녁 8시. 현관 앞에는 오늘 오전 온라인 장보기로 구매한 식품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지난 밤 급히 구매했던 애완견의 사료도 있고, 오는 길에 미리 주문한 배달 음식도 놓여있습니다. 이렇게 A씨는 늘 오프라인 쇼핑보다 온라인 쇼핑을 애용합니다. 비단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오늘도 온라인 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죠.

현대인의 쇼핑, 편리함이 1순위

현대인은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 동안에도 시시때때로 온라인 상품과 마주치고, 스마트폰 앱에서도 수많은 상품을 보게 되죠. SNS 사용자들은 온라인 상품 광고의 유혹에 자주 흔들립니다. 더욱이, 온라인 시장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사용자의 조건에 따라 정렬해준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 구하기 어려운 해외전용 상품도 직접구매나 구매대행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죠. 간단히 몇 번의 클릭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온라인 쇼핑은 바쁜 현대인의 시간 소모를 대폭 줄여주는,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국내의 B카드사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지난 해 잇따른 폭염으로 인해 고객들의 소비 양상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지난 해 7월, 늦은 저녁 시간 대(19시~24시)의 오프라인 쇼핑 매출 비중이 높아졌으며 폭염주의보가 처음 발효된 셋째 주부터는 온라인 업종의 매출이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인데요.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쇼핑을 하는 대신 집에서 온라인 시장을 이용하는 것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죠.

온라인 시장, 가격 경쟁은 더욱 뜨겁다

1848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던 광대 댄 라이스(Dan Rice)는 이러한 군중의 심리를 이용해 당시 미국의 대통령 후보였던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의 선거운동을 펼쳤습니다. 화려한 마차에 악대를 태워 휘황찬란한 소리를 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사람들은 하나 둘 별 생각없이 마차를 따르기 시작했죠. 결과적으로 테일러는 대선에 승리해 제12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후 악대를 실은 화려한 마차는 선거운동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고, 이를 ‘악대차에 올라탄다’는 뜻의 밴드왜건(Bandwagon)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마차의 모습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유행’과도 일맥상통해 경제학적으로 ‘밴드왜건 효과’라는 이론이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소비는 반드시 또 다른 누군가의 소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특히, 미국에서 유래한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는 근래 국내 시장으로까지 확대되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데요.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로,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시즌이 시작되는 날을 말합니다. 이날 미국 소매업 연간 매출은 20%에 달하죠. 또, 사이버먼데이는 추수감사절 연휴 후의 첫 월요일을 일컫는 말로, 일상으로 돌아온 소비자들이 컴퓨터 앞에서 온라인 쇼핑을 즐김에 따라 온라인 매출액이 급등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이 기간 동안 대대적인 가격 프로모션을 제공하죠. 이와 같이 온라인 시장은 소비가 집중되는 기간을 이용해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펼쳐, 소비 양상을 더욱 두드러지도록 조성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 소비 ‘중독’ 빠지기 쉬워

실리콘밸리의 UX 전문가 니르 이얄은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데에 이용자를 중독시키는 ‘훅(Hook)’ 전략을 사용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전략은 1930년대 심리학자 B.F 스키너가 동물로부터 원하는 행동을 유도했던 실험을 바탕으로 세워졌습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보상심리가 있으며, 이 보상심리에 대한 강박을 이끌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니르 이얄은 사용자가 어떤 기능을 이용하는 동안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는지, 어떨 때 미소를 짓는지 등을 조사합니다. 이에 따라 이용자의 쾌락과 습관형성에 초점을 맞춰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것이죠. 그는 “중독은 사람을 해치는 것이 분명하지만, 중독이 발생할 때 뇌에서 벌어지는 과정은 좋은 일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은 인지·심리학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분석, 적합한 환경을 구현해 중독을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쇼핑을 하는 동안에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요. 이는 인간에게 의욕과 흥미, 행복을 느끼게 하는 물질로, 지속적인 자극에 노출되면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온라인 쇼핑 등 무점포 매출액 총 61조 2410억원, 전년대비 13.3% 증가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해 온라인 쇼핑 등 무점포 매출액은 총 61조 2410억원으로 전년보다 13.3% 증가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더 커져갈 전망인데요.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누리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자 자유이지만, 그 편리함이 나의 소비 생활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는 지혜는 꼭 필요합니다. 때론 좋은 것도 독이 되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