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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유통? 위험천만 살구씨

강성호 대리<안전감시국 식의약안전팀>

상큼한 향, 팡팡 터지는 과즙이 입맛을 돋우는 살구. 비타민과 베타카로틴·루틴 등 항산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생과는 물론 건강식품으로도 가공돼 여름철 식탁에 올라오곤 하는데요. 버릴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살구도 ‘씨’는 식품원료로 사용하면 안 되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대한민국은 지금 ‘살구씨 불법유통주의보’

살구씨에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란 성분이 함유돼 있습니다. 다량 섭취할 경우, 시안화중독으로 구토·간 손상·혼수·사망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데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약처 고시 제2019-31호)에는 살구씨를 식품원료로 사용하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살구씨 제품 유통 현황’을 조사한 결과, 13개 품목 40개 살구씨 식품 및 주사제가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개 제품을 제외하곤 모두 해외직구 형태로 판매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품목별로는 섭취가 간편한 ‘통씨’가 15개(37.5%)로 가장 많았고 캡슐, 두부, 건조씨, 푸딩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얼마 전 온라인 카페에서 살구씨가
암 치료에 좋다는 글을 접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를 드리려고 해외직구로
살구씨 주사제를 구매했는데요.
정말 항암 효과가 있나요?

소비자

항암효과에 대해선 두 가지 입장이
공존하고 있으나 중독사고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연구결과가 훨씬 지배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살구씨 제품 유통을 금지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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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씨 주사제 투여, 명백한 의료법 위반!

불법유통으로 적발된 업체 중에는 살구씨 주사제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암 치료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해당 주사제를 직접 투여한다는 소비자 사례도 확인됐는데요. 의료법*상 일반인이 의약품을 직접 투여하는 것은 위법 행위이기 때문에 소관 부처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사항 이외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 위 불법유통 실태조사는 네이버 쇼핑에서 ‘살구씨’, ‘행인(杏仁) 등으로 검색한 결과임
  • 네이버 쇼핑은 오픈마켓 등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검색값에 따라 보여주며, 실제 판매는 개별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음

유통 금지 및 관리·감독체계 강화 필요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업체들에게 유통 중인 살구씨 식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폐기하고 판매를 중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더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 보건복지부에는 살구씨 관련 식품·주사제의 유통 및 통관 금지와 함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관련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살구사전

Q살구씨 속 함유된 아미그달린은 무엇인가요?

A아미그달린은 살구·복숭아·견과류·사탕수수 등에 존재하는 시안배당체입니다. 아미그달린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은 레트릴이라고 합니다.

Q독성물질인가요?

A아미그달린 자체는 독성이 없습니다. 다만 체내에서 효소에 의해 가수분해되면 벤즈알데히드, 글루코오스와 함께 유독물질인 시안화수소를 생성합니다.

Q시안화수소는 인체에 유해한가요?

A시안화수소가 인체에 다량 노출되면 메스꺼움·구토·간 손상·혼수상태 등 중독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고용량 비타민C와 아미그달린을 함께 섭취할 경우, 시안화수소 생성이 가속화돼 위험이 가중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