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셋. 나에게 꼭 맞는 물건을 알아차리는 기술
나는 근본적으로 물건에 대한 욕심이 많다. 내 눈에 들어온 물건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말도 안 되는 합리화를 통해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렇게 사들인 것들은 대부분 서랍 깊은 곳 어딘가에 있거나, 어디에 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작년 봄이었던가. 이삿짐을 꾸리면서 합리화의 산물들을 한 곳에 모아 봤었다. 정말 놀랐다. 쓸모없는 물건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이야. 어딘지 모르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돈 그리고 여러 가지 노력들이 더해져서 내 손에 들어온 물건들인데, 빛도 보지 못한 채 집안 어딘가에 처박혀 있었다고 생각하니 허무했다. 이삿짐을 싸다 말고 그 물건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지금이라면 이건 사지 않았을 텐데”하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날 이후로 소비의 습관이 180도로 확 변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서랍 속에 처박힐 것들은 사지 않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의 약정이 만료된 시점이 돌아왔어도, 평소와는 다르게 최신형 휴대폰으로 바꾸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신형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나 성능에 비해 정작 내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최신형 스마트폰은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물건이었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물욕이 많은 이가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사건이다. 만일 불필요한 소비를 통해 아까움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최신형을 고집하고, 집안 구석 어딘가에 물건들이 쌓여가고 있었을 것이다. 어설픈 연애를 경험할수록 연애의 기술이 늘어나는 것처럼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소비와 후회를 반복하다 보면 나에게 알맞은 소비의 기술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