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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는 집에서 달콤시원하게

이소영 · 사진김현정 <슬로푸드브랜드 ‘인시즌’ 대표>

피서를 찾아 바닷가로 떠나는 것은 옛말이 맞습니다. 사실 거실에 에어컨 틀어 놓고 시원한 대나무 자리에 누워만 있어도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그저 누워서 뒹굴거리기엔 아쉽네요. 올 여름, 세상에서 제일 편한 집에서 오롯이 여름의 맛을 느껴보는 건 어떠세요.

7월의 레시피, 새콤달콤이 찰랑찰랑

점점 더워지는 날씨 때문인지 본능적으로 새콤달콤한 맛을 찾게 되는 계절이 돌아 왔습니다. 특히 매실부터 살구에 자두까지 여름이 시작되기 전 탐스럽게 열리는 열매들은 유독 그 새콤달콤한 맛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과일의 신 맛 속에는 우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좋은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하거든요.

쉬이 물러지는 과일, 새롭게 즐겨요

과일은 제철에 산처럼 쌓아놓고, 두 손과 온 입가가 전부 물들 것 마냥 먹는 게 최고라고 지금껏 믿어왔지요.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농원의 수확량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단위보다 훨씬 크다는데 있습니다. 과일 나무 한 그루만 털어도 온 가족이 질리게 먹을 수 있는 분량이거든요. 남는 과일들은 더워지는 날씨와 습기 때문에도 쉬이 물러지기 마련입니다. 물러지기 쉬운 과일들을 잼으로, 시럽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면 새콤달콤함이 입 안에서 찰랑찰랑, 오래 오래 여름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01 살구잼

유월 중순이 지나면 남쪽부터 슬슬 살구가 올라옵니다. 워낙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만큼 그 시기를 놓치면 살구를 맛보기가 어려운 편이지요. 대체로 과육을 깨물었을 때 맛보다 향기에 더 넋을 놓게 되는 살구는 잼을 만들면 그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적당한 단맛과 살구가 가진 독특한 신맛이 어우러져 과일잼이 가질 수 있는 최적의 밸런스를 맛볼 수 있지요. 약간은 맛이 밋밋한 살구가 잼이 되었을 때, 과실 본연의 맛이 뚜렷이 살아날 수도 있다는 것은 만들어 본 사람만 압니다.

재료(300~400g 분량) 살구 300g, 설탕 150g, 레몬즙 1 Tbsp

만드는 방법

  1. 1

    살구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꼭지를 딴 다음 잘 말립니다.

  2. 2

    살구는 반으로 갈라 씨를 발라내고 껍질을 벗기세요.

  3. 3

    볼에 2의 살구와 분량의 설탕을 부어 한차례 뒤적인 다음 1시간 정도 절여 둡니다.

  4. 4

    설탕이 다 녹아 흥건하게 국물이 되면 믹서에 곱게 갈아줍니다.

  5. 5

    냄비에 4의 내용물을 담고 센 불에서 끓입니다.

  6. 6

    한소끔 끓어오르면 거품을 건져내고 레몬즙을 넣어 약불에서 졸이세요.

  7. 7

    원하는 농도에서 불을 끈 다음 깨끗이 소독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보관합니다.

tip 갓 구운 토스트에 크림치즈와 함께 발라도 좋고, 요거트 볼에 곁들여 먹어도 좋습니다.

#02 매실주

혹시 30년 이상 숙성된 매실주를 본 적 있으신가요? 두 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저희 엄마는 큰 유리병 두 개에 매실주를 가득 담고 딸들의 이름과 담근 날짜를 써 두셨답니다. 안타깝게도 어느 해 아버지의 친구 분이 오셨던 날, 동생의 매실주는 꺼내 대접하고 말았지만 한 병의 매실주는 아직도 아버지의 찬장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큰 딸인 제가 시집가는 날, 그 병을 열어 축하하려고 삼십 년을 넘게 기다리셨는데 아직도 열지를 못했네요. 그럼에도 언젠가 제게도 아이들이 생기면, 그 아이들이 결혼할 때 선물로 남겨줄 매실주 한 병 담궈 주고 싶습니다.

재료(3L 분량) 황매실 1kg, 설탕 100~200g, 담금주 3L

만드는 방법

  1. 1

    황매실을 식초물(식초:물의 비율을 1:10으로 섞어 준비)에 2~3분 담궜다가 흐르는 물에 씻어 여러 번 헹군 다음 이쑤시개를 이용해 꼭지를 따주세요.

  2. 2

    매실의 물기를 제거합니다. 이때 분무기에 소주를 넣어 뿌려주면 빠르게 건조시킬 수 있고, 곰팡이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3. 3

    소독한 유리병에 2의 매실과 분량의 설탕을 넣어주세요.

  4. 4

    이어서 담금주를 붓고 뚜껑을 닫아 100일 정도 기다립니다.

  5. 5

    매실을 건져내고 술은 다시 소독한 밀폐용기에 넣은 후,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서 숙성시킵니다.

tip 매실주는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숙성시켜 마시기도 합니다.

#03 자두 시럽

저희 부모님 농원 입구에는 거의 열 살 쯤 되어가는 자두나무 세 그루가 가지를 빽빽하게 얽어가며 서 있습니다. 동네에서도 이런 자두나무를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가지가 크고, 울창하고, 높게 뻗어있지요. 그래서 가지 꼭대기 자두를 따려면 사다리로도 안 돼 잠자리채를 사용해야 합니다. 수고로이 따 내린 재래종 자두는 열매가 참 작습니다. 작고 단단하고 맛과 향이 촌스러울 정도로 진하지요. 열매가 그리 작아도 맛은 아버지가 어릴 적 먹던 자두의 맛 그대로라고 합니다. 어디 가서 사먹을 수도 없는 기억의 맛과 함께 살아가는 것, 나름 참 괜찮은 일인 것 같습니다.

재료(1L 분량) 자두 600g, 설탕 500g

만드는 방법

  1. 1

    자두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합니다.

  2. 2

    자두를 반으로 갈라 씨앗을 빼내세요.

  3. 3

    볼에 2의 자두와 분량의 설탕을 넣고 잘 섞어 3~4시간 정도 절입니다.

  4. 4

    설탕에 절인 자두를 믹서에 곱게 갈아줍니다.

  5. 5

    4를 깨끗이 소독한 밀폐용기에 담으세요.

  6. 6

    실온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 뒤 냉장보관합니다.

tip 자두시럽으로 집에서 시원한 자두 에이드 만들어보세요. (300ml 한 잔 분량)
ICE 탄산수 200ml + 자두 시럽 60g + 민트잎 3~4장 + 얼음 10개 + 장식용 자두 슬라이스 1개

8월의 레시피, 입맛 살려주는 향긋함

어딘가 멀리 놀러 다녀오는 길, 낯선 곳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피곤은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한가득 묻어나기 마련입니다. 다시 출근하기 하루 전, 징검다리 같은 날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요. 느지막히 일어난 아침과 점심사이, 온가족이 모여 조금은 특별한 브런치를 만들어 봅시다. 우리 집 식탁에서 이탈리아 느낌이 물씬 나는 브런치 테이블을 차리는 것,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까요.

페스토, 쉽게 즐기는 이탈리아 가정식의 기본

이탈리아 가정식은 어렵지 않다는 착각을 갖게 된 것은 전부 페스토 때문일 것입니다. 페스토는 우리네 식으로 이야기하면 어머니표 다대기 또는 양념장에 준하는 이태리식 만능 소스입니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저는 김장 담그듯이 1년치 페스토를 만들어 두곤 합니다. 페스토의 재료가 되는 바질처럼, 생잎으로 나오는 허브들은 한 여름에 가격이 제일 좋은 편입니다. 바질 페스토를 1년 내내 먹으려면, 제일 많이 나오는 여름에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얼린 뒤 조금씩 꺼내 먹는 것이 지혜롭습니다. 한 번 만들어 두기만 하면, 카나페, 샌드위치부터 각종 파스타까지 쉽게 할 수 있어서 든든해지거든요.

#01 바질 페스토

처음 바질페스토를 만들던 날을 기억합니다. 풀에서 소세지 향이 나다니, 믿기 어려웠거든요. 당시엔 생소했던 파마산 치즈 덩어리와 잣, 그리고 생바질 잎을 섞어서 페스토를 만든다고 들었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지요. 물론 맛보는 순간, 곧바로 그 생각들은 완벽히 뒤집혔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풀이 있더라고요. 저는 이 날부터 바질이 가득한 허브 텃밭을 꿈꾸기 시작했고, 모든 요리에 허브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풀이 양념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당신의 주방에도 전에 없던 향기로운 세상을 열어 줄 거예요. 바질은 특히 입맛 없는 여름날, 풀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감칠맛을 보여드립니다.

재료(300~400g 분량) 생바질잎 50g, 잣 50g, 파마산치즈 60g, 올리브오일 100ml, 마늘 1쪽, 소금, 후추 각 1/2작은술

만드는 방법

  1. 1

    흐르는 물에 생바질 잎을 잘 씻고 건져서 물기를 말려줍니다.

  2. 2

    믹서기에 분량의 모든 재료를 다 같이 넣고 잘 갈아줍니다.

  3. 3

    밀폐 유리병이나 용기에 담은 뒤, 공기와 접촉하는 면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넉넉하게 올리브유로 윗면을 덮어줍니다.

tip 냉장고에 넣어두면서 드시는 것은 2~3주. 그 이상은 냉동고에 보관하세요.

#02 토마토 계란볶음을 곁들인 바질 라이스

아빠들이 일요일이면 요리사로 변신하여 끓여주던 짜파게티는 이제 추억의 한 장면이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아빠들은 엄마보다 더 수준급의 요리실력을 자랑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하지요. 그럼에도, 솜씨가 부족해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짜파게티 만큼이나 쉬운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집에 남아있는 밥에 바질 페스토를 넣고 비비기만 하면 됩니다. 또 오믈렛은 어려워도 계란 스크램블은 쉽지요. 주먹밥과 함께 스크램블을 접시에 예쁘게 담아주면, 주말이 더 즐거워질 거예요.

재료(2인분 기준) 주먹밥 밑간(밥 2공기, 소금 1 작은술, 참기름 약간), 크래미 4쪽, 바질 페스토 2큰술(기호에 따라 콘이나
잘게 다진 양파를 함께 섞어도 좋아요), 계란 2개, 방울토마토 5알, 적양파 반개, 소금 약간, 후추 약간, 파슬리 약간

만드는 방법

  1. 1

    밥 2공기를 볼에 담고, 소금과 참기름을 약간 둘러 주먹밥 밑간을 해 줍니다.

  2. 2

    밑간이 된 밥에 크래미를 찢어 넣고, 바질 페스토를 넣어주세요.

  3. 3

    밥에 크래미와 페스토가 잘 섞이면 비닐장갑을 끼고, 먹기 좋게 주먹밥 모양으로 뭉칩니다.

  4. 4

    계란 2개를 잘 풀어주고 생파슬리(건파슬리)를 약간 다져 넣고 소금으로 밑간을 해 줍니다.

  5. 5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으로 썬 방울토마토와 채썬 양파를 볶은 뒤, 약한 불에서 계란을 부어주세요.

  6. 6

    계란물을 잘 스크램블하여 채소들과 섞고 살짝 소금후추를 뿌려준 뒤, 주먹밥 접시 한 쪽에 잘 올려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