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비심리의 비밀

어떻게 돈을 써야 행복해질까?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분들 많으시죠. 행복하지도 않고, 하루하루 어찌어찌 꾸역꾸역 살아내는 것만 같습니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하는 한탄과 함께, 행복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살피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한참 들락날락하며 장바구니를 채워 봐도, 좋아하는 디자인의 인테리어 소품을 사도, 간절히 사고 싶던 게임 CD를 구매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동에 가까운 쇼핑을 멈춘 후 우리는 다시 생각에 잠깁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세상이라던데, 어떻게 돈을 써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밀레니얼 세대가 말한다, “남는 건 오직 경험뿐”

특히 1980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이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세대는 개성이 넘쳐흐르지만,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취업난 등의 사회적 위기를 겪으며 자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로도 불립니다. 그 대신 밀레니얼 세대의 중심에는 늘 ‘나’가 있습니다. 곧 나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삶,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 여기는 인생을 사는 것이죠.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는 집을 마련하거나 결혼 자금을 위한 저축을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위한 소비에 아끼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국내 한 카드사에 따르면 20~30대 회원의 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문화생활과 여행 관련 소비액이 매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생은 한 번뿐 (You Only Live Once)’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이들을 총칭하는, ‘욜로(YOLO)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욜로족은 소비 활동에서도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라는 생각에 아낌없이 소비하는 양상을 보이는데요. 이 중에서도 더 다양한 경험을 위해 돈을 지출하는 욜로족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죠. 미래보다 오늘,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가치를 판단하는 욜로족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경험이라면 과감히 지갑을 엽니다. 왜냐면 인생은 오로지 한 번뿐이고,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나는 소중하니까요.

돈으로 산 경험, 이젠 돈 주고도 못 바꿔

미국의 심리학자 리프 반 보벤과 토머스 길로비치는 경험을 구매하는 것과 물질을 구매하는 것이 사람 심리에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 위해 미국인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일에 돈을 쓴 사람은 57%가 더 행복해졌다고 응답했으나, 물건을 사는 데 돈을 쓴 사람은 34%만이 더 행복해졌다고 답했습니다. 해당 소비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쪽도 경험을 위해 소비한 사람의 비율이 훨씬 더 높았죠.

하버드 대학교의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I.노튼 교수 또한 직접 저서까지 펼쳐내며 ‘체험과 시간을 구매하라’고 역설했습니다. 구매한 물품이 주는 만족감은 더 나은 것을 보는 순간 사라지지만, 체험에 의한 기쁨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죠. 마이클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물질적 구매 경험과 체험적 구매 경험을 떠올려 종이에 적어보라고 지시한 결과, 학생들은 적어낸 것 중 체험적 결과에 대해 만족한 이유를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들에게 경험은 사는 동안의 행복이 줄어들지 않도록 방패 역할을 하는 동시에, 활력을 북돋우며 스트레스를 완화해왔다는 것이죠.

나만의 경험은 매력적인 이야깃거리

A 씨는 지난달, 작년부터 눈독을 들이던 명품 가방을 구매했습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인 모임 자리에서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지만, 가방에 관해 이야기할 거리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비싸고, 좋은 가죽이고, 누군가 이 가방을 얼마나 탐냈는지에 관해 설명할 수 있을 뿐이죠. 반면 B 씨는 얼마 전,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세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B 씨는 친구들에게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행복한 표정으로 여행 중 겪었던 다양한 일화들을 쏟아냅니다. 그 여행지를 방문했던 친구들도 공감하며 대화는 꼬리를 물어가죠. 물론 A 씨와 B 씨 모두 자신의 만족을 위한 소비를 택했으며, 후회 없는 지출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B 씨의 이야깃거리가 조금 더 매력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B 씨의 경험 소비에서는 시간과 인물, 사건 등 다양한 이야기 소재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경험은 B 씨에게도 살면서 두고두고 떠올릴 추억으로 남을 테고요.

한 사람은 갑작스레 훌쩍 떠났던 여행을 떠올리며 지친 몸과 마음이 활력을 얻어 일상의 권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합니다. 누군가는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우연히 본 뮤지컬로 다시금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어릴 적 체험한 연극 공연을 통해 꿈이라는 소중한 씨앗을 가슴속에 간직할 수 있었고요. 이처럼 경험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남아 앞으로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자리 잡기도 합니다.

만약 지금 자신의 삶에 볕이 필요한 시점이라 느껴진다면, 양지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할 것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선택지는 그만큼 더 다채로울 테고요. 돈을 쥐고 고민 중인 당신,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요? 어떤 걸 보고, 듣고, 느낄 때 진심으로 웃고 있나요? 인생에 두고두고 남을 진귀한 경험은 당신을 진정한 행복으로 이끌 소비가 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