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이리저리 재기보다는 빨리 판단하고 결정하는 쪽이다. 결혼 같은 인생의 중차대한 일도 그렇게 결정했는데, 다른 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뭔가 구입할 때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고 싶은 제품의 상이 명확해서, 다른 사람과 가더라도 결국은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른다. 귀가 얇지 않아서 아무리 점원이 권해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 내 눈에 들어야 좋은 것이다.
예수나 부처 같은 성인도 아니고, 점쟁이나 점술가도 아닌 내가 매사 좋은 선택만을 할 수는 없다. 그저 그동안 살아온 삶의 태도와 직관을 믿고 고르는 것이다. 또한 내 선택을 받은 것이 좀 모자라거나 불편해도, 쉽게 내치지 않고 그 정도 선에서 만족하는 것이다.
선택의 패러독스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무한히 주어진 선택의 풍요 앞에서 우왕좌왕 하지 말고, 자기만의 절제력을 가져야 한다.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고, 더 좋은 것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큰 성공 따위와는 거리가 멀어도,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에 만족한다. 내일 당장 죽는다 해도 별로 아쉬울 게 없다. 그동안 잘못 한 선택이 왜 없겠냐만, ‘그때 이랬다면 좋았을 걸’ 같은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많은 점들이 촘촘히 선으로 이어져서 현재를 만들어 온 것이 아닌가. 어느 한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점을 찍는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긴 하다. 만약 좀 더 일찍 운동의 세계에 뛰어들었다면, 그래서 젊은 시절부터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지녔더라면 어땠을까? 지난 12년간 경험한 것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인생의 변화를 맛보지 않았을까? 어쩌면, 에디터가 아니라 아예 운동선수로 나섰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