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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시작한 후,
제 삶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강하라 <비건, ‘요리를 멈추다’ 저자>

“채식 그거 스님들만 하는 거 아니야?”라던 시대에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라고 솔깃해지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선뜻 도전하기에는 채식은 여전히 어렵고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글에서 누구나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채식’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현재 비건 4년 차입니다

채식은 먹는 음식 군에 따라 일반적으로 ‘비건’과 ‘베지테리언’으로 구분합니다. 비건은 꿀을 포함한 모든 동물유래 식품을 먹지 않고 곡식, 채소, 과일, 견과와 씨앗류를 먹습니다. 우유를 비롯한 치즈나 버터 등의 유제품, 달걀, 생선 중 먹는 것이 있다면 베지테리언이라고 부릅니다. 평소에는 대부분 비건 식사를 지향하지만 상황에 따라 가끔 고기를 먹는다면 플렉시테리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비건 4년 차입니다. 저의 경험이 채식에 관심이 있거나 시작하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비건으로 살게 된 이유

비건 라이프는 계획에도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습니다. 남들처럼 소문난 맛집을 찾고 맛있는 음식을 탐닉했습니다. 여행지에서도 늘 맛집 방문이 중요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먹고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맛있다고 여기는 대부분의 음식들이 고지방과 과한 설탕, 밀가루와 육류 위주였기 때문입니다. 나의 식습관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내 몸의 건강은 나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무거워지고, 늘 피곤하고, 자주 체하고, 예쁘게 입던 옷들이 더 이상 맵시가 나오지 않을 즈음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 내 삶의 지속 가능한 행복도 없을 테니까요. 이처럼 저는 건강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실제로 많은 분들이 건강적인 이유뿐 아니라 공장 축산 동물의 실상을 알고 고기를 먹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또한 시작은 건강이었지만 채식을 실천하며 관련 정보를 알아갈수록 채식이 단순히 개인의 취향으로 식사에서 고기를 빼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채식이 환경과 기후변화, 동물의 삶, 종의 다양성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 채식을 시작하면서 채식이 우리 몸에 주는 건강상의 이로운 점들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고기가 되는 동물들이 어떻게 살고 도축되어 식탁에 오르게 되는지 자세한 과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공장식 축산’이라 불리는 현대의 고기생산의 근원을 알게 되면서 ‘고기=음식’이라는, 한 번도 달리 생각해 본적조차 없던 당연했던 상식이 깨지게 되었습니다. ‘공장식 축산’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거대한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었고, 기후변화와 아마존 밀림의 산불 연관성까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식사의 변화였는데 채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의 창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비건으로 살면서 달라진 것들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곧 우리를 만든다는 말은 과학적으로도, 체험적으로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통해 영양을 전달받고 만들어지며 각 세포의 생명과 활동이 지속됩니다. 먹는 음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영양 정도도 달라질 것이고, 몸에 작용하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정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체험적으로도 지난 4년간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체력

가장 큰 변화는 체력이 월등하게 좋아진 점입니다. 늘 낮잠을 자고 싶고 피로를 자주 느꼈던 체력은 다시 20대 초반의 체력을 되찾은 것 같습니다. 식사 후 졸린 현상도 사라졌고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가벼워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채식은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작지만 무시하기에는 꽤 불편한 몸의 여러 증상들에 좋은 차도를 보입니다. 감기나 비염, 피부 트러블, 변비, 생리통, 치주 질환 등 제가 경험한 몸의 건강한 변화만도 여러 가지입니다.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이면 염증이 원인이 되는 우리 몸의 여러 불편들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저부터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이어트

일부러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었습니다. 살찌지 않기 위해 더 먹고 싶어도 멈춰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이전과는 달리 과일과 채소, 밥을 배불리 먹는데도 채식 초반의 체중 감량은 절로 흥이 날 정도였습니다. 어느 선까지 자연스럽게 빠지다가 유지가 됩니다. 먹는 음식의 종류만 바꾸어도 살빼기가 쉽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좋은 것은 먹고 싶은데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을 배불리 먹어도 이전처럼 살이 즉각적으로 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음식의 강박이 사라지고 내가 먹는 음식을 감사히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식비 지출

식비 지출이 줄었습니다. 유기농과 자연재배로 키운 제철 과일과 신선한 채소, 현미, 여러 견과류를 넉넉하게 구입해도, 고기와 치즈, 버터, 육류가공품, 빵과 디저트를 이용했던 예전보다 돈이 덜 들어갑니다. 채식을 하면 먹고 싶은 재료로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게 되고 과일도 이전보다 많이 먹게 되는데요. 외식이 줄고 장보기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가공식품보다 신선한 제철의 과일과 채소를 구입하면서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식비 지출 비용이 절약되는 만큼 그 비용으로 가족들과 여가를 보내거나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요.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선순환이 시작된 셈이죠.

미니멀라이프

먹는 음식이 간소해지면서 삶의 모습도 단순하게 바뀌었습니다. 제철의 좋은 먹을거리로 생명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식사를 하게 되면서 선택이 너무 많은 우리 사회의 소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적은 물건이지만 꼭 필요하고 애정이 가는 것들로 살림을 꾸리게 되고, 여백과 단순함이 주는 마음의 평화에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태도

채식은 흔히 말하기를 고통스럽게 살다가 잔인하게 도축되는 동물을 먹지 않기 때문에 마음에 좋은 기운을 준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 연구도 이루어졌다고 하는데요. 제 주변의 여러 채식인들부터도 이전보다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더 행복해졌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채식으로 인하여 삶 전체가 달라지고, 내적으로 마음이 성장할 수 있게 되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조금씩 우리 마음은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스스로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식스팩이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채식,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좋은 채식,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쉬운 채식실천 가이드를 알려드립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비건 채식을 하겠다는 욕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비건 채식을 하겠다는 욕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식사는 매일 2~3번, 평생 지속하는 것이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멀리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먹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작은 것부터 조금씩 바꾸어보고 몸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보세요. 얼마나 완벽한 채식을 하느냐보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식은 내 삶의 가치관과 방식을 조금 달리 생각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완벽함을 요구하는 경쟁이나 시험이 아님을 기억해주세요. 1명의 비건보다 100명의 비건지향인이 사회에도, 환경에도 더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사람들마다 환경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채식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정답이 있거나 최고점이 있지는 않습니다.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보세요.

채식 관련 책과 다큐멘터리,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보세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여러 채식인들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어떻게 무엇을 먹는지 노하우부터 채식하면서 경험하는 시행착오뿐 아니라 채식 맛집, 채식 디저트 카페 등의 최신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책과 다큐멘터리, 다른 채식인들의 경험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채식할 때 부족할 것 같은 영양문제도 책을 통해 올바르게 알 수 있습니다.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찾다 보면 스스로도 배우게 되는 점이 많아서 뿌듯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추천하는 책과 다큐멘터리입니다.

아무튼 비건(김한민), 사랑할까, 먹을까(황윤),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존 맥두걸),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하비 다이아몬드), 무엇을 먹을 것인가(콜린 캠벨)

다큐멘터리

What the health(자본의 밥상), 소의 음모(Cowspiracy), Dominion, 심채윤PD의 자본의 먹이사슬

채식을 해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이 많습니다.

채식은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채식이 사람들로 하여금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고행과도 같은 것이라면 이 세상의 수많은 채식인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채식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여러 식품첨가물과 기름진 음식으로 잃었던 본래의 미각을 되찾을 수도 있습니다. 현미밥을 중심으로 한 여러 통곡물, 제철 중심의 과일, 모든 종류의 채소, 견과류와 씨앗류 등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생으로 먹거나, 굽거나 쪄서, 볶아서, 갈아서, 단독으로 혹은 섞어서, 국처럼 끓여서 좋아하는 요리법으로 무궁무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구운 템페와 채소, 바질 드레싱을 곁들인 한 그릇 식사

자투리채소로 끓인 수프, 샐러드를 곁들인 현미밥

간식으로 좋은 소이 요거트

메밀과 수수로 만든 빵

채식을 시작하면 사이가 멀어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채식을 시작하면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 걱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채식인들이 꼽는 가장 큰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발상을 전환하면 다른 면이 보입니다. 주변인들과 가족에게 하루아침에 채식을 하겠다고 선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면 부담이 줄어들고, 좋은 변화나 경험을 조금씩 가족과 주변에 나누다보면 채식을 하지 않는 분들께도 거부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족과 남들에게 “나도 채식하는데 너도 해”라기보다 스스로 실천한 뒤 좋은 모습을 나누면 더 좋은 영향력을 나눌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채식 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채식하는 셀럽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가 육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고 공장식 축산의 가려진 실체를 고기 소비자들도 알게 되면서 최근 젊은 소비자들의 식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채식은 나의 건강에도 좋지만, 고통을 느끼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동물들을 살리고, 지구에도 착한 일을 하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친환경 실천법입니다. 작은 실천의 시작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놀라운 나비효과를 많은 분들이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