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비심리의 비밀

빨려 들어가는 매혹의 비밀

우리의 오감은, 오늘 하루도 바삐 움직입니다. 수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피부로 촉감을 느끼고, 혀로 맛을 느낄 수 있죠. 활발한 오감은 일상을 더 생동감 있게 꾸며내며, 우리의 깊은 무의식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움직이는 감각 탓에 계획에 없던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는 사실, 치밀하게 설계된 ‘오감’ 마케팅에 홀딱 넘어가 버렸다는 증표입니다.

컬러, 구매에 가장 큰 영향 줘

제품 구매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감각은, 단연코 시각입니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 대해 직관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그로부터 받은 느낌을 통해 제품 구매를 결정하게 되죠. 미국 컬러 리서치 연구소(CR)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오감 중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각으로, 무려 87%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제품의 색깔은 구매로까지 이어지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죠. 친환경 상품의 경우 초록색으로 패키지를 꾸며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더욱 자아내고, 패스트푸드점은 식욕을 돋우는 대표적인 색인 빨간색으로 대부분 도배되어 있죠.

단연코 ‘블랙&화이트’를 고집하던 IT 기기 시장에 오색빛깔의 기기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무채색으로 획일화된 기존 IT 기기와는 달리, 더욱 다양한 빛깔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이끌기도 했죠. 실제로 세상의 색은 무한합니다. 따라서 어떻게 색의 채도와 명도를 조절하냐에 따라, 혹은 어떻게 믹스매칭하냐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주곤 하죠. 이처럼 소비자의 취향이 더욱 다양해진 만큼, 색상의 선택 폭을 늘리는 것도 더 많은 소비자를 이끄는 마케팅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귓가에 지나쳤던 음악이 내 마음과 지갑 연다

길 가다 언뜻 들었던 특정 브랜드의 로고송이 어느덧 머릿속에 아른거립니다. 쉽고 직관적인 멜로디와 가사에,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되죠. 기억에 잘 남는 CM송은 대중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한 브랜드의 이름을 명확하게 각인시켜줍니다. 중독성이 강한 덕에 CM송의 패러디가 곳곳에서 등장해,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기도 하죠. 또 오랜 시간이 지나 제품이 사라진다고 한들, CM송은 대중의 기억에 남아 특정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한편 명품 매장은 템포가 느린 클래식 음악을 사용해 소비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함으로써, 매장에 최대한 오래 머물게끔 조성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한 백화점은 오후 시간에 부드러운 선율의 클래식 음악을 틀어 매출 상승의 효과를 누렸습니다. 매장 음악의 여파로 고객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에 따라 발걸음이 느려질수록 무언가를 구매할 확률도 늘어난 것이죠. 또 빅세일이나 특별 행사가 열리는 대형마트 코너에서 경쾌한 음악을 사용하는 것 또한 빠른 템포로 선택을 재촉해 충동구매를 이끌기 위함입니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음악팀을 별도로 꾸려 성심성의껏 매장용 음원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 음악팀은 전문가와 음악 애호가로 구성돼, 라디오, 영화,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새로운 음악을 발굴합니다. 이렇게 선정된 음악은 각 계절과 시간대별로 잘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로 새롭게 구성되어, 카페를 찾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그럴싸한 냄새, 마음을 움직이는 ‘향’의 비밀

국내 한 서점은 자사의 시그니처 향을 제작해, 모든 매장 곳곳에 그 향을 뿌려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향은, 공간에 대한 고객의 기억을 강화하는 데까지 이르렀죠. 서점과 잘 어우러지는 은은한 향을 맡으면, 자연스레 서점에 갔던 경험을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향에 마음을 빼앗겨 향을 맡기 위해 서점에 방문한다는 후문도 적잖이 들려옵니다. 또 서점은 이 시그니처 향의 룸 스프레이나 디퓨저를 함께 판매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죠. 공간과 제법 잘 어울리는 향을 채택한 덕에, 서점의 이미지를 더욱더 고급스럽게 만들기도 했고요.

또, 후각과 미각을 고루 겸비한 마케팅은 대형 마트의 식품 매대 중간 중간에 놓여있는 시식 코너가 대표적인데요. 맛있는 음식의 냄새는 고객의 후각을 자극해 걸음을 자연히 멈추게 합니다. 배고픈 시간대에 그 음식을 맛보기까지 하면 해당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더 높아지죠. 대형마트에서 주로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 오후 4시부터 폐점 시간까지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공복의 고객이 향기로운 유혹에 이끌려 지갑을 열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죠.

이제 천편일률적인 시절은 갔습니다. 개인의 다양한 입맛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시대가 도래 했죠. 오감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지극히 매력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 깊은 무의식을 침투해, 유혹의 손길을 뻗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포장지보다는 그 내용물이 더 중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럴싸한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매 전 내게 꼭 필요한 상품인지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곱씹어 생각해보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금방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