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비심리의 비밀

우리는 왜 비싼 것에 더 끌릴까?

“싼 것이 비지떡이다” 값이 싼 물건은, 당연히 그 품질도 나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를 가진 속담입니다. 실제로 소비자는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에 대해 의구심을 품곤 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품질에 문제가 있거나 좋지 못한 재료를 사용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도리어 ‘가격 값을 한다’는,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무언의 믿음을 주는 제품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비싼 것은 좋다'는 믿음

왜 우리는 비싼 가격에 끌리는 걸까요?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는 제품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뉴질랜드의 아이스크림 회사 ‘코후 로드’의 제품은 고품질의 재료를 사용합니다. 바닐라 농축액이 아닌 마다가스카르에서 공수한 바닐라 씨앗으로 아이스크림의 향을 내죠. 처음 납품을 할 당시 슈퍼마켓 측은 책정된 가격을 보고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릴 리가 없다’고 거절했지만, 대표 그레그 홀은 ‘증명해보이겠다’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코후 로드는 ‘천연 아이스크림’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뉴질랜드 및 호주 400개 이상의 전문 식품점과 슈퍼마켓에 입점해 그 믿음을 증명했습니다.

사진 : Kohu Road

그레그 홀대표

대표 그레그 홀은 “우리의 제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판매될 수 있었다”며 “고객들은 좋은 물건은 그만큼 값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맛이 좋기 때문에 가격 값을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 제품은 더 이상 비싼 것이 아니다”고 고품질과 고가의 연계성에 대해 시사했습니다.

리처드
와이즈맨
교수 연구팀

그러나 비싼 제품이 실제로 모두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영국 허트포드셔대학 심리학과 리처즈 와이즈맨 교수 연구팀은 일반인 578명을 상대로 약 7천원대의 값 싼 와인과 1~5만원대의 와인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와인 시음자에게 어느 쪽이 더 비싼 와인이냐 묻자, 이를 구분해낸 사람은 50%에 불과했습니다. 와이즈맨 교수는 “요즘 같은 불황기에 이번 실험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고가 제품의 허실을 지적했습니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아, ‘나’를 위해서라면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들이 똑똑해지는만큼, 소비 경향 또한 일률적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단순 활용 위주의 제품은 주로 초저가 브랜드에서 구매하고, 자신에게 가치가 더 월등하다고 느껴지거나 감성적 만족을 주는 제품에는 과감하게 소비하는 추세입니다. 때문에 매우 저렴한 축에 속하는 브랜드가 뜻밖의 인기를 끌기도 하고, 불경기 속에도 고가 브랜드가 선전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품의 가격을 따지는 것보다 자신의 가치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나’를 스스로 대우한다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한 요즘, 소비자는 제품이 자신의 가치를 드높여준다는 믿음에 매혹 되기 쉽습니다. 물론, 때로는 제품의 기능보다 상징이 주는 심리적 만족감이 더 클 때도 있는 법입니다.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과시욕

이처럼 ‘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해 비싼 제품을 사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런은 어떤 재화의 가격이 낮을수록 더 많이 팔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어떤 경우에는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부자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 물품을 사서 자랑하려는 심사에서 기인한 것이며, 이를 두고 최초로 ‘과시 소비’라는 말을 창시했습니다.

제품을 파는 기업들은 소비자가 상위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소비문화를 부러워하도록 유도합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허영심과 과시욕은 과도한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나는 특별하다’는 나르시시즘을 형성해 과소비의 굴레에 빠지도록 만들죠.

덕분에 명품시장은 초고가 전략과 경제적 불황에도 늘 호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미티드 에디션’과 같은, 희소성이 있어 자신의 가치를 더 빛내준다는 믿음을 주는 제품은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지요. 남들이 많이 사는 물품은 사지 않겠다며 고고한 척하는 속물적인 행동, 백로 효과(snob effort)에서 기인된 소비 양식입니다.

하지만 가격 결정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헤르만 지몬은 “최고의 제품을 내놓고 평가를 받고 싶은 욕망은 이해하지만, 소비자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해선 안 된다.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균형을 지킬 것을 조언했습니다.

고가 경쟁이 펼쳐지는 사회에서 ‘훌륭한 소비’란 무엇일까요? 물론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한 제품이라면 더 좋을 것이 없겠죠. 하지만 값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기에, 자신의 소비 취향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고, 그 판단이 적절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날마다 합리적인 소비를 해나갈 때, 우리는 자신을 ‘훌륭한 소비자’라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