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비철학

나, 너, 우리가 행복한 소비

한국소비자원 이희숙 원장

내 소비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나, 너, 그리고 우리가 행복한 소비이다. 이를 대학에 근무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가르쳐왔고 내 자신 또한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소박하지만 내 나름대로의 소비철학을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이희숙 원장님의

한 줄 소비철학

나,너 그리고 우리가 행복한 소비

추천 하나. 내가 행복한 소비

소비, 즉 돈을 어떻게 써야 바람직할까? 이에 대한 최고의 답은 단순하지만 ‘개인 소비자가 가장 행복하도록 돈을 사용할 때’가 아닐까한다. 그러나 행복의 잣대는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소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아마도 이 때문에 사람마다 돈을 쓰는 행태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 것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배낭 안에 젤리 한 봉지, 선글라스, 책 한권
집어넣고 집을 나설 때면 늘 마음이 설렌다. 특히 해외여행을 할 때면
주로 패키지를 이용하되, 가격보다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중요시 한다.
여행은 그저 돈 버느라 애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take 1

이런 나에게 오랫동안 여행을 함께 한 짝꿍이 있다. 패키지여행 시 방짝을 해 온 선배이자 동료다. 그녀는 지금까지 택시 한번 타 본일 없고 당연히 자가용도 없다. 미용실에는 가끔 들리며 대부분 본인이 직접 머리를 자르고 모자를 즐겨 쓴다. 또한 마라톤이 취미인 그녀와 여행을 같이 하면서 본 그녀의 옷 대부분은 마라톤 기념마크가 찍혀 있다. 이런 그녀가 여행상품을 고를 때는 아낌없이 주머니를 연다.

그녀는 독어독문학을 전공했고 소비자교육이라고는 나에게 귀동냥 한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소비철학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소비철학의 정의를 개인 소비자가 가치를 크게 둔 것에 돈을 쓰는 것,
그래서 소비하는 개인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take 2

나는 그녀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내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는 가능한 품질이 좋아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에스닉(ethnic)한 색이나 디자인이면 더욱 좋다. 이렇게 구입한 옷의 경우, 너무 오래 입어서 안감이 낡으면 다른 천으로 수선해 입은 적도 꽤 있다.

추천 둘. 네가 행복한 소비

내가 번 돈이지만 그 일부를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기부하면 어떨까? 나는 이를 다른 사람 즉 네가 행복한 소비라고 표현하고 싶다.

소비를 하면서 간접적으로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 회사의 신발이다. 신발 한 켤레를 소비자가 구매할 때마다 회사는 또 다른 한 켤레를 제3세계 아이들에게 기부한다. 이를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라고 하며, 소비자를 통해 경제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판매전략을 의미한다.

또한 소비재능 혹은 노동을 기부하는 봉사의 경우, 봉사자는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엔돌핀, 멜라토닌, 세로토닌, 도파민 등을 선물로 받는다고 하며,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는 얼마든지 있다.

나는 이를 실제 체험한 적이 있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복지회관의 요청으로 청소년들에게 용돈관리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했다. 갈 때마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에 매료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내가 가지고 간 과자와 빵 때문이었을 것도 같다. 이유야 어떻든 그 당시 몸이 아파도 아이들과의 만남을 거른 일이 없을 정도로 봉사의 중독 아니, 엔돌핀의 중독에 걸렸던 기억이 있다. 이 글을 쓰면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니, 은퇴를 하면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면역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추천 셋. 우리가 행복한 소비

우리가 행복한 소비는 지구촌 모든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치 있는 소비를 의미한다. 벌써 짐작 했겠지만 우리가 행복한 소비에는 후손까지 고려한 지속가능한 소비를 비롯하여, 착한소비, 윤리적 소비, 그린소비, 로컬소비 등이 있다. 이러한 소비들은 소비를 통해 자연환경이 황폐되는 것을 막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인체에 이로운, 그리고 인권유린 혹은 노동착취를 방지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요즘은 미세먼지가 우리를 괴롭히는 탓에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이슈다.

나는 저녁에 하루 일과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한다.
일기는 아니지만 내 하루하루를 어느 날 갑자기 되돌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때 빠지지 않고 적는 것이 있다. 오늘 하루 동안 사용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의 양, 그리고 물품을 선택할 때 우리가 행복한
소비를 고려했는지의 여부다. 그리고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의
사용량이 ‘0’이면 괜히 기분이 좋아 숙면을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작지만 우리가 행복한 소비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이희숙 원장

한국소비자원 이희숙 원장은?

이희숙 원장은 1995년부터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소비자학회 회장, 학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표시광고심사자문위원회 위원장, 한국소비자원 CCM인증 평가위원 등 공공부문에서의 소비자정책 수립·운영에 활발히 참여한 소비자분야의 전문가다. 현재 한국소비자원 제15대 원장으로 소비자 주권 실현을 선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