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비심리의 비밀

따라쟁이 친구, 왜 그럴까?

“엄마, 나도 사 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아이들에게서 종종 듣게 되는 말입니다. 같은 반 친구가 입고 있기 때문에, 단짝 친구가 신고 있기 때문에, 나만 빼고 다들 갖고 있기 때문에 사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이들. 이렇게 아이들 사이에는 또 하나의 유행이 퍼져나가기 시작하죠. 비단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유명연예인이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옷은 순식간에 완판되기도 하고, 누군가 모임에 들고나온 예쁜 가방은 만인의 아이템이 되기도 하죠. 우리는 왜, 누군가를 따라 하면서까지 제품을 구매하는 걸까요?

인간은 ‘군중 속’ 사회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정의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회적 집단에 소속해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또 사회적 집단은 구성원의 제품 구매 욕구에도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집단 내 대다수의 사람이 구매하는 제품이라면, 나도 사야 할 것만 같은 묘한 착각이 들죠. 이러한 행태를 두고 프랑스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은 비이성적·충동적 존재’라 정의했습니다.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이 누구든, 그들의 생활양식·직업·성격 혹은 지적 수준이 비슷하든 아니든, 그들은 군중의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일종의 집단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각자가 고립된 개인으로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귀스타브 르 봉은 사회 집단에 속한 구성원이라면 개인의 합리성을 상실하고 맹목적인 감정에 휩쓸리기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론은 대중들의 소비 형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수가 선택하는 물건은 결국 ‘좋은 것’이라 여기며, 별다른 고민 없이 따라 구매하는 것이죠. 특히 집단에서의 깊은 소속감을 갈망하는 청소년은 이런 군중심리에 더 영향을 받곤 합니다.

‘모방 심리’ 자극하는 밴드왜건 효과와 거울 뉴런

1848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던 광대 댄 라이스(Dan Rice)는 이러한 군중의 심리를 이용해 당시 미국의 대통령 후보였던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의 선거운동을 펼쳤습니다. 화려한 마차에 악대를 태워 휘황찬란한 소리를 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사람들은 하나 둘 별 생각없이 마차를 따르기 시작했죠. 결과적으로 테일러는 대선에 승리해 제12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후 악대를 실은 화려한 마차는 선거운동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고, 이를 ‘악대차에 올라탄다’는 뜻의 밴드왜건(Bandwagon)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마차의 모습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유행’과도 일맥상통해 경제학적으로 ‘밴드왜건 효과’라는 이론이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소비는 반드시 또 다른 누군가의 소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또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뇌의 뉴런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의 행동을 가만히 관찰하기만 해도 자신이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뉴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리촐라티 교수는 이를 ‘거울 뉴런’이라 명명하며, 우리 뇌에 있는 거울 뉴런은 ‘모방’을 주도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처럼 거울 뉴런은 유년 시절 타인으로부터 언어와 관습을 학습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거울처럼 반영되는 신경을 통해 타인과의 교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죠. TV 속 광고에서 주로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거울 뉴런의 작용을 통해 연예인의 모습을 모방하고픈 욕망에 휩싸이며, 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더 강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유행보다 중요한 건, ‘나’의 만족

세상에는 수많은 요소가 우리의 모방 소비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심리적 허점을 공략하고 있는 마케팅이 여기저기서 성행하고 있죠. 하지만 결국 훌륭한 소비란 무엇보다 ‘나’ 자신이 만족하는 소비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유행의 굴레를 벗어나,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누군가를 따르는 것이 아닌,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좇는 것은 무엇보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