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치있게

아주 멋진 가짜, 클래시 페이크

‘가짜’.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민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가짜 뉴스, 가짜 수표, 가짜 학위… 진짜인 체 꾸미고 남을 기만하는 부정적인 행위에 자주 쓰이는 수식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요즘은 가짜가 오히려 진짜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고급이라는 뜻의 클래시(Classy)와 가짜라는 뜻의 페이크(Fake)가 만난, 진짜를 압도할 만큼 아주 멋진 가짜. ‘클래시 페이크(Classy fake)’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미닝아웃’이 불러온 클래시 페이크

작년부터, 소비시장에서 미닝아웃이 활발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미닝아웃은 ‘의미’와 ‘신념’을 뜻하는 ‘미닝’과 ‘벽장에서 나오다’는 뜻의 ‘커밍아웃’이 합해진 신조어인데요. 남의 시선을 의식해 쉽사리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의 의미나 신념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시대, SNS가 활발해질수록 미닝아웃의 전파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습니다. 해시태그(#)를 이용해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을 사진과 함께 밝히면,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인 지지와 배려를 보내주기 때문입니다. 또 그 미닝아웃이 사회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면, 나 하나로부터 시작된 작은 파동이 세상을 바꾸는 물결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기도 하고요.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파급력 있는 유명인의 경우, 옷이나 가방 등에 자신이 추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슬로건 패션’을 입고 공석에 등장해 미닝아웃을 펼치기도 하죠.

진짜보다 빛나는 가짜의 등장

이렇게 미닝아웃을 펼치는 소비자를 위해, 시장도 ‘클래시 페이크’라는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페이크퍼

대체 육류

바이오 플라스틱

인공 계란

인조 가죽

조화

페이크 퍼

패션 업계의 경우, 동물의 고통으로부터 착취한 털이나 가죽 대신 합성 섬유나 3D 프린터로 만든 페이크 퍼나 인조 가죽을 이용해 다채로운 옷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비단 친환경 옷의 생산뿐만 아니라, 파급력 있는 브랜드 이름을 이용하여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 또한 벌이고 있고요. 지난해 9월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 패션 위크’는 ‘현대의 소비자는 피 묻은 동물의 가죽을 입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모피로 만든 모든 옷을 런웨이에서 퇴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몇 유명 브랜드는 동물 가죽으로 옷을 만들지 않겠다는 홍보 전략을 내세우며 미닝아웃에 동조하기도 했고요.

©Stallamccartney

바이오 플라스틱

그리고 석유에서 추출되는 원료를 결합해 만든 고분자 화합물이자, 쉽게 썩지 않아 골칫덩어리로 여겨지는 플라스틱 또한 ‘가짜’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등장했는데요. 재생 가능한 원재료로 만들어진 바이오 플라스틱이 대체재로 제시돼 친환경 포장재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콩 등으로 만들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폐기물의 퇴비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요. 아직 세상에 널리 이용될 만큼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친환경 포장재의 탄생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진짜보다 빛나는 가짜의 등장

대체 육류

‘가짜’는 제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식물성 대체 육류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임파서블 푸드’는 3년간의 연구 끝에 100%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개발하는 데 성공시켰고, 유명 프랜차이즈와 계약을 맺고 ‘고기 없는 버거’를 출시했습니다. 또 대체육류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 ‘비욘드 미트’가 생산한 가짜 고기를 시식해 본 빌 게이츠는 ‘진짜 고기보다 맛있다’며 감탄했다는 후문이 전해지는데요. 이러한 대체 육류는 도축으로 인한 환경과 생명의 고통을 잠재우는 동시에, 사람의 건강과 미각까지 만족할 수 있는 식재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Beyond meat

©Just egg

인공 계란

미국의 식품기술 회사 ‘저스트에그’는 식물성 계란을 식품 시장에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저스트에그의 CEO 조시 테트릭은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이 지저분한 공장식 양계장에서 살충제 덩어리로 생산되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며 인공 계란의 탄생 비화를 밝혔는데요. 깨끗하고 안전한 데다, 콜레스테롤 걱정까지 없는 계란을 만들겠다던 결심은 어느덧 실현되어 우리나라로까지 상륙했습니다. 이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없는 알레르기 환자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희소식이기도 하지만, 건강과 맛, 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들에게도 탁월한 발명품인 셈이죠.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개구리는 뜨거움을 곧바로 느끼고 냄비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하지만, 냄비 속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서서히 달아오르는 물 온도를 쉽게 체감하지 못하고 결국 냄비 안에서 죽고 말죠. 이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으로 불리며, 곧 닥칠 위험을 예감하지 못하고 화를 당하는 어리석음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구의 환경 문제 또한 그렇습니다. ‘나 하나쯤이야’ 라는 안일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인간의 욕심에 의해 지구가 얼마나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지 돌아보세요. 찰나의 편리함을 지속하다 보면, 또 다른 생명은 푸른 땅을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생존의 위협과 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큰 결심과 실천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단 하루, 단 한 가지라도 바꿀 수 있는 습관과 신념이 있다면 실천해보세요. 앞서 말했던, ‘클래시 페이크’를 소비하는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