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덕질
반려동물 삼남매와 떠나는
구석구석 지구 투어
인생을 함께하는 가족이자 누구보다 나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 반려동물. 반려인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자연 속을 자유롭게 누비며, 뜻깊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여행을 꿈꾸곤 합니다. 싱그러운 풀내음, 폭신한 흙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까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면 더욱 좋은 법이니까요. 동생들과 하고픈 게 너무도 많다고 전한 이수경 작가님은 가지각색의 특징을 지닌 세 마리의 여행 메이트와 전국을 걸으며, 따뜻하고 건강한 트래킹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요. 취미는 덕질 12월호에서는 반려동물과 떠나는 트래킹의 매력에 대해 알아봅니다.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골든리트리버 장군이, 믹스견 연두, 고양이 태백이와 함께 여행, 트래킹, 캠핑을 다니고 있는 이수경입니다. 장군이와 함께 다녀온 유럽 여행 에세이인 「유럽, 우리 함께 오길 잘했다」와 국내 반려견 동반 트래킹 장소를 소개하는 「네발로 떠난 트래킹」을 집필했습니다. 두 책 모두 ‘이장군 걷고 이수경 씀’으로, 장군이와 공동저자로 출간했어요.
작가님의 SNS와 유튜브에는 3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한 트래킹 기록이 가득한데요.
트레킹 메이트 3인방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장군이는 12살 골든리트리버로 저의 가장 오래된 여행 메이트입니다. 20살 때, 4살이던 장군이랑 제주도 올레길을 걸었는데요. 그때부터 함께 걷는 여행에 빠져 매주 트래킹을 했고, 유럽이랑 미국에도 함께 트래킹을 다녀왔답니다. 평생을 막내로 살게 될 줄 알았던 장군이지만, 동생이 생긴 뒤로 큰 덩치만큼 듬직한 오빠이자 형 노릇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에게는 항상 애교 넘치는 동생이랍니다.
연두는 내년에 4살이 되는 믹스 소형견으로, 친척이 사는 시골에 놀러갔다가 데려오게 되었어요. 연두의 엄마 개는 노란색 발바리였고, 아빠 개는 누군지 몰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고르자브종(시골잡종)입니다. 엄청 활발하고 까불이처럼 보이지만 장군이 오빠를 따르고 동생 태백이를 매우 잘 챙기는 사랑둥이죠. 다만 SNS에서 보이는 활발한 모습과는 다르게 사람을 많이 무서워해요.
태백이는 2살 반의 코숏 고양이입니다. 집 근처에서 새끼고양이 2마리를 발견했는데 태어난 지 2~3일 정도 된 아가들이었어요. 안타깝게도 한 마리는 금방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난 고양이가 현재의 태백이로 자란 것이랍니다. 눈을 뜨기 전부터 강아지들이 보살펴 준 터라 장군이랑 연두를 아빠, 엄마처럼 굉장히 좋아하고 잘 따릅니다. 지금은 강아지들을 따라 산책도 같이 다니고 캠핑을 즐기는 건강한 고양이로 성장했어요.
반려동물과의 트래킹, 매력은 무엇인가요?
장군이는 고등학생 시절 가족이 데리고 온 강아지였어요. 당시 저에게는 집에 있는 귀여운 강아지 정도로 느껴졌죠. 고3 수험생이 되고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던 어느 날, 늦은 시간에 귀가하니 어두운 마당에 홀로 있는 장군이가 외롭고 쓸쓸하게 보였어요. 그때 장군이와 햇살 아래에서 질리도록 산책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수능이 끝난 다음 날부터 장군이랑 산책하기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천을 따라 10km 이상, 때론 20km 이상을 걸었죠. 해가 떠 있는 시간 내내 거의 장군이랑 산책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에요. 이렇게 하루하루 산책으로 보내면서 장군이와 걷는 매력에 스며들었어요. 동네 천에서 시작했던 산책은 장군이와 함께 걷기 좋은 곳들을 찾아 걷는 트래킹으로 바뀌었답니다. 평범했던 산책이 전 세계를 누비는 트래킹의 연장선이 된 거죠.
국내부터 유럽, 미국까지 다양한 트래킹 코스를 걸어보셨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트래킹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해주세요.
유럽 ‘뚜르 드 몽블랑’*에서 있던 일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코스를 걷기 위해선 매일 2,000m가 넘는 높이의 산을 열흘 동안 오르내려야 하는데요. 여기에 25kg 상당의 야영 배낭까지 메고 걸어야 했으니 정말 강행군이었어요. 그래도 우리가 이곳을 함께 걷는다는 사실만으로 매일매일이 감격의 순간이었고, 아름다운 풍경 덕에 걷는 내내 무척 행복했어요.
특히 몽블랑에서의 마지막 야영지였던 락블랑에 도착하기 직전, 벽에 박힌 3m 높이의 수직 철제계단을 만났을 때는 아직도 잊지 못해요. 평소에는 장군이가 올라가기 힘든 바위나 장애물을 만나면 장군이가 먼저 앞발을 얹고 제가 장군이의 엉덩이를 들어 올려주곤 하는데요. 철제계단을 오르는 사다리를 보고 낙담한 저와 다르게 장군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저에게 엉덩이를 보여주더라고요. 그 모습에 저도 힘을 얻어 계단을 오를 수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락블랑에서의 풍경은 또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동안 함께 쌓아온 시간과 경험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추억 중 하나입니다.
뚜르 드 몽블랑 :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국경에 걸친 약 180km 코스
반려동물들과 트래킹을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가 있다면요?
삼둥이 모두 데리고 함께 한 곳 중에 민둥산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은 가을이면 억새축제를 열 정도로 억새가 유명한 곳이지만, 사실 어느 계절에 와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특히 풀이 푸릇푸릇할 때 방문하면 마치 외국에 온 듯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답니다. 돌리네*가 발달한 발구덕은 산이 움푹 파인 이국적인 모습을 자랑합니다. 다만 이름 그대로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라 여름은 피하길 바라요.
돌리네 :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으로, 접시 또는 사발 모양으로 오목하게 파인 지형
‘반려동물과 트래킹 vs 혼자서 트래킹’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좋은 곳을 가면 장군이와 같이 하고 싶고, 멋진 풍경을 보면 장군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제가 8년 넘게 트래킹을 즐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에요. 장군이가 없으면 걷는 이 길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군이가 나이가 먹으면서 저도 장군이 없이 트래킹을 몇 번 해봤는데, 혼자 하는 트래킹을 즐기게 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반려동물과 호흡을 맞추며 걷는 트래킹은 더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게 해줍니다. 반려견이 있으시다면 같이 조용한 오솔길도 걸어보고 도전적인 등산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반려견과 함께 가기 좋은 트래킹 안내서이자,
여행 후기를 생생하게 담은 에세이
「네발로 떠난 트래킹」을 발간하셨습니다.
어떤 책인지 소비자시대 독자들께 소개 부탁드려요!
트래킹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은 책입니다. 트래킹을 위해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하는지, 어떻게 가방을 꾸려야 하는지, 돌발상황이 생겼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와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계절에 따라 반려견과 함께 가기 좋은 등산로와 그 외 트래킹 장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트래킹이라는 단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자 집필하게 됐어요.
「네발로 떠난 트래킹」에서 소개된 곳 모두 공동저자 이장군 작가(반려견)와 함께 걸어보셨어요.
이장군 작가가 가장 추천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장군이라면 선자령을 제일 좋아할 것 같아요! 선자령은 저희가 지난 8년 동안 매년 2~3번씩 방문하는 곳 중 하나인데요. 봄이면 바람의 언덕에 푸른 목초가 자라고, 여름에는 계곡을 따라, 가을에는 물들어가는 단풍을 따라 트래킹을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선자령이 있는 강원도 대관령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지역이라, 겨울이면 선자령에서 멋진 설산 트래킹을 할 수 있습니다. 애정하는 트래킹 코스인 만큼 이곳에서의 추억도 정말 많은 편이죠. 회기점인 바람의 언덕까지 왕복 10km로 짧지 않은 거리이긴 하나, 경사가 거의 없는 편이라 반려견들이랑 걷기 좋으실 거예요. 꼭 한 번 걸어보세요!
연말을 맞이해 반려견과 여행을 준비하는 분이 많으실 것 같아요. 반려견과 트래킹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겨울에 하는 트래킹은 다른 계절보다 여러모로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게 많아요. 먼저 동행하는 반려견이 단모종이나 소형종일 경우 보온에 신경 써서 입혀야 합니다. 사람처럼 강아지들도 얇은 옷 위에 외투를 입히는 등 여러 겹으로 레이어링하면 체온 조절에 좋아요.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외투를 벗겨주어 이너만 입히고, 잠시 쉬거나 하산할 때에는 외투를 입혀주세요.
설산에서 트래킹을 할 땐 털뭉치에 생길 수 있는 얼음 알맹이를 주의해야 해요. 특히 장군이 같은 장모대형견종은 야외에서 취침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추위를 타는 일이 거의 없지만 털이 길어 눈이 몸에 잘 뭉칩니다. 뭉친 눈은 얼음 알맹이가 되는데, 방치하게 되면 점점 커져 걸을 때마다 고통을 유발할 수 있어요. 그러니 발바닥 털을 미리 잘 정리해 주고 등산 직전에는 바세린을 발라주세요. 수시로 마른 수건을 이용해 발바닥과 배, 다리 털 등에 묻은 눈들을 털어주면 얼음알맹이들가 커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답니다. 눈이 제일 잘 뭉치는 발이라면 신발을 신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마지막으로 겨울 산의 하루는 매우 짧습니다. 5시면 해가 지고 어두워지기 때문에 정오 전에 등산을 시작해야 합니다. 안전한 트래킹해요.
트래킹덕후로서,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해 꼭 해보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이번 겨울에는 눈 내린 자작나무 숲에서 트래킹을 하려고 합니다. 밤에는 캐빈 앞에서 모닥불도 피우고, 따뜻한 방안에서 창문 너머로 눈 내리는 풍경을 즐길 예정이에요. 장소는 강원도 영월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캠핑카를 장만해 아이들이랑 편하게 국내여행도 하고 싶고, 알프스 산지에서 트래킹도 하고 싶어요. 시간과 금전적 제약 때문에 모두 다 이루기 힘들 것 같지만, 사랑하는 삼둥이와 하나하나씩 해보려고요.
팔자에도 없던 개 누나가 되었지만 이제 장군이, 연두 그리고 태백이까지 삼둥이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 골든리트리버 장군이와 함께한 6주간의 유럽 트래킹 여행 에세이 「유럽, 우리 함께 오길 잘했다」를 썼다.
주요 저서네발로 떠난 트래킹, 유럽, 우리 함께 오길 잘했다
인스타그램@peach2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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