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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비

저출산·초고령 시대의
소비 변화

글 ·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우리나라의 출생률 하락과 초고령화의 속도는 어느 나라보다 빠릅니다. 합계출산율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4.53명에서 2013년 1.10명으로 40여 년만에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후 우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최저 기록을 매년 갱신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기록적인 0.78명이고 올해는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인데 2년만 지나면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성장률은 낮아지고 노년층 증가로 의료비 지출·연금 지급 등과 관련한 재정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저출산·초고령 사회의 문제입니다. 출생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연구와 정책적 노력을 지켜봐야 하지만, 그와 별개로 소비 행태의 변화는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

먼저 주거 형태에서 혼자 사는 가구가 급증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40%를 돌파해, 한 때 ‘표준’으로 여겨졌던 4인 가구 비율(18.7%)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 중년·노년층인데 청년층과 장년층의 1인 가구 수도 꾸준히 늘어날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다는 통계(2018년 전국 주택보급률 104.2%, 서울은 94%)에도 불구하고 ‘집은 없고 월세만 치솟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바로 가구형태 변화에 따른 주택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대형 주택은 남아돌겠지만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은 더 많이 필요해질 것입니다.

주택뿐이겠습니까. 식생활에서도 1인용 밀키트나 소포장 식재료 시장이 열렸고 앞으로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배달과 구독 또한 소비습관 변화와 맞물려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돌봄의 필요성과 정년 연장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고령 인구가 늘지만 가족형태와 문화의 변화로 돌봄을 가족 구성원에게 맡기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돌봄서비스는 복지제도와 민간시장에서 모두 확장될 것입니다. 시장과 공적 복지의 역할이 상호보완하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정년은 연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늘리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게 지난 정부 때입니다. 지금은 높은 청년 실업률이 문제로 여겨지지만 미래엔 노동력 부족 문제가 닥칠 것이고 연금 수급이 늦어지는 만큼 근로소득으로 메워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65세 이상 고용률 36.2%, 통계청)은 일을 합니다.

교육과 의료의 변화

학교 교육은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학교 문을 닫는 방식으로는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올초 서울 광진구 화양동 화양초등학교가 폐교됐다는 소식은 저출생에 따른 초등학교 폐교가 농어촌 지역만 아니라 대도시까지 다다랐다는 것을 실감케 했습니다. 하지만 효율적 재정 지출을 고려한다고 해서 공교육 공백 내지 불편을 초래할 폐교가 능사는 아닙니다. 소수 인원이라도 의무교육을 제공할 저출생 시대의 학교를 도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의료계에서도 소아과 전문의 없는 종합병원,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지역이 화제가 될 정도로 저출생의 여파가 실감됩니다. 만성질환, 암, 치매, 재활의학 등은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와 치료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이 또한 교육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적극 개입해 필수 의료의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변화를 맞이해야 할 때

2003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대책팀을 뿌리로 삼아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5년부터 4차에 걸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발표했고 2006년 이후 15년간 280조 원의 관련 예산을 지출했습니다. 위원장은 무려 대통령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출산초고령사회가 가져올 소비와 생활의 변화에도 대비하고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은 알아서 변하겠지만 제도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이는 기후변화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추려는 탄소중립 노력이 계속돼야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환경에 적응하는 것 역시 준비해야 합니다.

About the Interviewee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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