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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덕질

그림으로 만나는 자연의 선물
식물로 일상을 전합니다

글·조아나 <‘식물 좋아하세요?’ 저자>

계절이 바뀌면 주변 모습도 함께 변화해 갑니다. 앙상했던 가지에는 새순이 돋아나고 밋밋했던 담벼락에는 다채로운 색감의 꽃들이 피어나는 것처럼요. 소비자시대 4월호에서는 애정을 가득 담아 식물의 생애를 기록하고 있는 조아나 덕후님을 만나 그 매력에 대해 알아봅니다.

Q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식물 그리고 식물과 맞닿은 일상을 기록하는 조아나입니다.

Q

작가님 SNS를 보면 식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껴져요. 식물의 매력,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자연스러움인 것 같아요.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에서 생동감, 부러움, 해방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지거든요. 식물은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자신의 힘을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요. 또 오락가락하는 날씨, 예측할 수 없이 급변해가는 환경 속에서도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잎을 내며, 다시 씨앗으로 내려앉죠. 이러한 식물을 보면 볼수록 자연스러운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아요.

Q

2021년 「식물 좋아하세요?」라는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어떤 책인지 소비자시대 독자들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A

「식물 좋아하세요?」는 일상에서 만나는 식물과 그에 담긴 저만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요. 흔히 식물이라고 하면 크고 울창한 나무, 화려하게 피어난 꽃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책을 통해 밥상에 오르내리는 채소와 과일, 무심코 지나치는 아파트 화단의 작은 나무와 꽃도 우리 곁에 있는 식물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내 공간에 번듯한 화분 하나 없더라도, 꽃집에 들러 꽃 한 송이 사는 게 낯설고 어렵더라도 우리는 이미 식물과 친하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Q

「식물 좋아하세요?」에는 작가님께서 직접 그린 그림이 수록되어 있더라고요.
그림은 어떻게 그리게 되신 건가요?

A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감사하게도 약간의 재능이 있어서 주변으로부터 잘한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죠. 어린 시절에 받은 상장도 대부분 그림과 관련된 상이었어요. 한때 미대 진학을 꿈꾸기도 했는데, 상황이 여의찮아서 좋아하는 취미로 남겨뒀지만요.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여유가 생기니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더라고요. 취미니까 거창하고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보타니컬 아트라는 장르를 발견했죠. “색연필로 그렸는데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재료도 색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이거다’ 싶었어요. 그렇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는 9년 넘게 배우고 있어요.

Q

식물은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A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보타니컬 아트를 취미로 배우게 된 것도 식물이 좋아서라기보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리는 소재가 식물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던 것 같아요. 식물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면서 각각의 식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살펴보는 일이 흥미로웠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내 목을 축이는 것보다 식물의 물시중을 먼저 드는 게 당연해졌죠. 땅바닥에 붙어나는 식물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철퍼덕 주저앉는 걸 개의치 않게 되었고요. 또 길을 걷다가도 마음을 사로잡는 식물이 나타나면 그대로 멈춰서 관찰하는 게 일상이 되었어요. 이렇게 식물 곁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현타(현실자각 타임)가 오면 그때 깨달아요. ‘아, 나 진짜 정말 식물을 좋아하는구나’ 하고요.

Q

특별하게 좋아하는 계절이 있나요?

A

예전에는 따스한 봄과 선선한 가을을 좋아했는데요. 최근에는 식물 덕분인지 가장 싫어했던 겨울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더위보단 추위를 많이 타고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어서 겨울나기를 힘들어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아파트 단지에 화단을 주기적으로 관찰하면서 겨울의 에너지를 느끼게 되었어요.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던 화단에서 사부작거리는 움직임을 발견했거든요. 가지마다 맺혀있는 겨울눈이요.
겨울눈은 나무나 풀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만드는 싹인데요. 어떤 건 깃털 같고, 어떤 건 열매 같아요. 봄이 다가올수록 꽃과 잎으로 피어나려고 한 꺼풀씩 벗어내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던 고요한 곳에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존재들이 있구나 싶어요. 그 에너지를 받아 조금 덜 힘겹게 겨울을 나게 되었어요.

Q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식물이 있나요?

A

요즘 ‘회양목’이라는 식물에 눈길이 가요. 회양목은 어느 아파트 화단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키 작은 나무예요. 제가 사는 아파트 화단 곳곳에도 있는데요. 아파트 화단을 관찰한 지 두 해가 넘어가고 나서야 이 녀석에게도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봄이면 초록색, 가을이 넘어가면 주황색 잎만 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도시 식물 관련 책에서 회양목 부분을 읽었는데 꽃 그림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찍어둔 지난 사진들을 보는데 주황색 잎 사이로 하얀색 꽃눈이 있던 걸 발견했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마침 그때가 12월이라 바로 아파트 화단으로 나갔어요. 꽃눈이 진짜 있더라고요! 이후로 꽃이 피어날 순간을 기다리며 들여다봤어요. 3월에 들어서고 기온이 올랐던 며칠 사이에 꽃눈이 팍 터지면서 꽃이 피었더라고요. 와 너무 짜릿했어요.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대견하고 기특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Q

요즘 ‘반려식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집안에서 식물 키우기가 유행이던데요. 초보자들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식물을 추천해 주세요!

A

전 식물을 여럿 키우고 있는데도 항상 어려워요. 키우기 쉽다고 한 식물이 내게는 어렵고, 반대로 키우기 까다롭다는 식물이 의외로 우리 집에서는 잘 자라거든요. 식물도 살아있는 생명이라 환경에 예민해요. 다 자란 나무를 집에 들이면 이미 적응되어 있던 환경과 달라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식물을 키우라고 추천하기보단 환경에 유연한 작은 나무를 들여서 같이 맞춰가며 크게 키우기를 권해드립니다. 이때 한 번에 여러 종류를 들이기보다 하나씩 들이는 게 좋아요. 내 공간이 식물이 살아가는 데 적합한 환경인지 알 수 있고,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차근차근 갖춰나갈 수 있거든요. 우리 작게 들여서 크게 키워요!

Q

식물 덕후로서, 올해에 꼭 해보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A

올해는 씨앗을 심어보려고 해요. 작년에 사둔 씨앗 키트를 날씨가 따스해지면 심어야겠다는 핑계로 방치해 두었거든요. 그리고 그 과정을 그림과 글로 기록해 보려고 해요. 씨앗에서 싹이 트는 모습부터 떡잎이 자라는 모습, 줄기가 뻗는 모습, 꽃이 피는 모습,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얻는 모습까지요. 가능할진 모르겠지만요(웃음). 식물의 삶을 조금 더 밀도 있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조아나
작가

마음에 닿은 식물을 오롯이 기록한다. 보타니컬 아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식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식물을 들여다보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며,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식물을 둘러싼 선, 식물을 채우는 결, 식물을 비추는 색, 그리고 이들이 어우러져 풍기는 분위기를 기록한다. 그림을 통해 식물이 지나온 삶의 흔적을 함께 나누고 싶다.

주요 저서식물 좋아하세요?, 식물세밀화가의 친애하는 초록 수집 생활

인스타그램@anasdrawer

블로그https://blog.naver.com/anasdra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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