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덕질
혼자서도 OK!
골프에 진심인 편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야외활동이 제한될 때, 오히려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스포츠가 있습니다. 바로 골프. 기성세대의 문화로 여겨졌던 골프는 최근 MZ세대들까지 매료시키며 인기 취미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소비자시대 2월호에서는 골프에 빠져 티칭프로 자격증까지 취득한 강찬욱 덕후님을 만나 골프가 지닌 매력과 견해를 들어봅니다.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진심골프’ 저자 강찬욱입니다. 저는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독립하여 CF프로덕션의 대표이자 기획실장으로 광고영상프로덕션(시대의 시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쿠쿠하세요’ ‘Have a good time KTF’, '세상의 베이스가 되다 포스코’, ‘맛은 쌓인다 백설’ 등의 카피를 쓰고 제작에 참여한 바 있는데요. 일과는 별개로 골프가 좋아서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한 일이 조금씩 커지면서 지금은 골프 관련 서적도 출간하고 칼럼도 쓰고 있네요. 집필활동 외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덕후들과 영상으로도 소통하고 있습니다.
「골프의 기쁨」, 「나쁜 골프」에 이어 지난해 「진심골프」라는 신간을 출간하셨습니다. 골프와 관련된 책만 벌써 세권 째 쓰셨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골프의 매력,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골프의 매력이라 함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첫 번째 매력은 ‘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공략할 지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 도전과 방어, 직진과 돌아가기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 그리고 이 선택이 옳았음을 샷으로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깨기’와 ‘만회’도 골프의 큰 매력입니다. 영어로 ‘break’와 ‘recover’, 즉 새로운 스코어와 각종 기록을 깨는 것, 그리고 어떤 실수의 상황에서 만회하고 지켜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 역시 골프가 지닌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골프는 스포츠임과 동시에 마치 특별한 여행 같기도 합니다. 도시에서 자연으로 떠나는 것, 익숙한 일터에서 푸른 잔디로 떠나는 것, 골프코스에만 가면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인생소풍 같은 것 말이에요.
골프와 가까워지게 된 계기,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젊은 시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자주 차리곤 했습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 고생을 각오했었지만 사회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차가웠고 사람들의 시선을 날카로웠죠. 그러면서 건강도 좀 상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제게 골프채를 사서 보내셨습니다. ‘얼굴이 까매진 게 건강이 안 좋아 보이니, 운동을 좀 해라’하면서 말이죠. 아버지께서는 테니스를 오래 치셨는데, 뒤늦게 골프로 전향하셔서 골프에 진심이던 분이셨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골프채를 잡았는데, 저는 처음 채를 휘두를 때부터 알았습니다. 골프라는 이 행위에 제가 완전히 빠질 것을요. 아버지의 소원이 삼부자가 함께 라운드를 하는 거였는데, ‘올여름에 셋이 같이 가요’라고 말한 그 해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골프는 제게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이면서도 정이 많이 가는 취미랍니다.
필드에는 얼마나 자주 나가시나요?
요즘은 한 달에 서너 번 나가는 거 같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한창 골프에 진심일 때는 더 자주 나갔죠. 저는 골프멤버들부터 친구들까지, 평소 다양한 사람들과 골프를 즐기는 편입니다. 골프장도 특별히 가리지 않는 편이라서 경기도 일대는 물론 강원도도 시간만 되면 달려가곤 하는데요. 1년 중 몇 회는 제주도나 강원도 혹은 지방에 골프여행을 꼭 가곤 합니다. 골프와 미식이 동반하는 여행이라고 하면 좋겠네요. 매년 가는 골프여행 이지만, 발길을 옮길 때마다 한국은 넓고 골프장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국내에서 골프치기 가장 재미있는 곳은?
모든 골프장이 저마다 특성이 있고 남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스코어가 잘 나오는 골프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하는 코스에 재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가끔은 코스의 풍광이나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되기도 하죠. 예전엔 그렇게까지 좋은지 몰랐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여기가 이렇게 좋은 곳이었나’라고 느낀 적이 많은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코스라고 하면 베어크리크 크리크코스, 라비에벨 올드코스, 제주 나인브릿지, 스카이 72 오션코스 등을 좋아합니다. 국내코스 중 200개가 넘는 곳을 가봤지만 아직 못 가본 코스들이 300개가 넘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골프선수는?
모름지기 무언가에 빠지면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동경하거나 매료되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좋아하는 골프선수가 있는데요. 모두가 좋아하는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맥길로이는 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골프를 즐기면서 제게 기술적인 면이나 감성적인 면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줬던 골퍼는 ‘벤 호건’입니다. 저는 벤 호건의 저서 ‘FIVE LESSONS’를 정말 열독했었는데요. 그는 명언도 많이 남겼는데 ‘골프가 재미있는 한 당신의 실력은 는다’라는 말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고 늘 희망을 거는 말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선수 중에는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주형 선수를 좋아합니다. 한국남자골프 역사상 그 보다 스타성과 캐릭터를 겸비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여자선수로는 이정민 선수를 좋아합니다. 이정민 선수는 개인적으로 꼭 라운드를 함께 하고 싶은 선수인데요. 그가 골프를 대하는 자세, 슬럼프를 극복하는 태도는 골프라는 스포츠이자 수양을 어떻게 임해야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정민 선수와 필드에서 나란히 걸으면 골프와 인생에 대해서도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들의 스포츠로 여겨지던 골프가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골프가 유행하는 이유,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비춰졌던 골프의 ‘근엄함’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는 MZ세대들의 골프패션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금기시 됐던 컬러 없는 셔츠나 후드티를 필드에서 종종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너만 하니?’, ‘아니, 나도 해’와 같은 거죠. 사실 골프장 사진이나 스윙사진 만큼 인스타그램에 핫하게 올릴만한 것도 없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젊은 세대들의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골프가 유명해진 것도 사실이고요. 중요한 사실은 그들에게 더 이상 골프가 나이든 사장님, 사모님들의 우아 떠는 취미는 아니라는 거죠. 물론 최근에는 MZ세대들이 골프를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간혹 들립니다. 아마 적지 않은 비용과 생각만큼 늘지 않는 실력 때문일 텐데요. 골프비용이 조금 더 저렴해진다면 젊은 친구들이 다시 돌아오거나 새롭게 유입될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골프는 여느 스포츠와 달리 아직도 진입
장벽이 다소 높은 종목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골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가장 쉬운 방법은 연습장과 스크린 위주로 골프를 자주 치는 것입니다. 사실 골프가 빨리 느는 사람은 연습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연습만으로도 충분히 골프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죠. 골프채는 본인이 골프를 시작했다고 공표해 버리면 누군가에게 쓰던 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고채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스크린은 골프의 재미를 느끼면서도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대한민국골프만의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골프는 필드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습타석에도, 스크린골프장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골프를 칠 수 있습니다.
초심자들에겐 골프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일도
부담이 될 수 있는데요. 입문용으로 추천해주실
만한 장비 추천 부탁드립니다.
골프입문자들이 골프채를 선택할 때 하는 가장 큰 실수가 남들이 쓰지 않는 특이한 채를 선택하는 것인데요. 베스트셀링 골프클럽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골프채가 널리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관용성이 뛰어난 좋은 장비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저는 적어도 입문하는 분들은 가장 많이 팔리는 골프클럽을 선택하라고 권합니다. 물론 프로샵에서 실제 시타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인터넷에서 브랜드만 보고 사는 것은 얼굴도 보지 않고 결혼하는 것과 같습니다. 국민드라이버라고 불리는 드라이버, 국민아이언이라고 불리는 아이언을 구입한다면 무난할 거 같습니다. 미스샷 보다 위험한 것이 미스클럽입니다.
골프덕후로써, 내년에 꼭 해보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골프로 유튜브를 시작하고 칼럼을 쓰고 골프책을 세권이나 냈지만, 저는 아직 골프의 본향이라고 하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를 가보지 못했습니다. 골프를 역사적으로 혹은 인문학적으로 탐구하면서 스코틀랜드의 많은 코스들의 이름과 히스토리를 접했지만 아쉽게도 직접 가보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2023년에는 스코틀랜드 골프투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드코스의 스윌큰 브릿지에도 가보고 싶고 디오픈챔피언쉽의 챔피언벨트도 보고 올드 톰 모리스의 동상 앞에 서보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스코틀랜드까지 갔으니 싱글몰트위스키 투어도 같이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네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광고프로덕션 ‘시대의시선’ 대표이자 기획실장이다. ‘쿠쿠하세요’ ‘KTF Have a Good Time’ ‘우리의 대표브랜드, 삼성’ ‘SK텔레콤 NUGU’ ‘요즘은 이런 식, 풀무원’ ‘맛은 쌓인다, 백설’ ‘파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갑니다, 옥션의 법칙’ ‘세상의 베이스가 되다. 포스코’ 등의 카피를 쓰고 광고 제작에 참여했다. 골프가 좋아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땄다. 글쓰기를 좋아해 골프 칼럼을 쓰고 있고, [나쁜골프]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일보에 「강찬욱의 진심골프」를 연재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프의 기쁨』 『나쁜 골프』 등이 있다.
주요 저서골프의 기쁨, 나쁜 골프, 진심골프
인스타그램@cw.kang
유튜브나쁜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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