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
어딘가로 늘 달려가야만 하는 삶. 때로는 속도를 맞추는 것조차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세상이 아닌 ‘나를 향해 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녀는 러닝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 새로운 자신을 마주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페이스로 달릴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가능성을 확장해 가는 러닝 전도사 안정은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Interview
반갑습니다 정은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달리기를 통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 러닝 전도사 안정은입니다. 현재 10년 차 러너로, 러닝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5권의 책을 출간하고, 군부대 등 기관·기업 강의, 러닝 코치와 러닝 이벤트 기획 회사의 대표까지. 취미가 직업이 된 덕업일치의 꿈을 100% 실현 중이랍니다. (웃음)
러닝을 시작하기 전
다양한 이력이
눈에 띕니다.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다른 분들에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다면 제게는 ‘러닝 포인트’가 있어요.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개발자로 취업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이후 꿈에 대해 고민하다 승무원에 도전했는데요. 외국어 공부부터 다이어트까지 준비를 마치고, 제가 원했던 중국 항공사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드 배치로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았고, 2년의 기다림 끝에도 결국 비자를 받지 못했어요.
그때의 충격이 너무 컸을까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어요.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중 바람이라도 쐬자는 마음으로 밖을 나선 적이 있는데요. 우울감이 너무 심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져 시선에서 도망치기 위해 무작정 달렸어요. 5분 정도 달렸을까요.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췄는데 신기하게 날숨으로 원망과 미움을 덜어지고, 들숨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자신감이 채워졌어요. 그렇게 하루에 1분씩 늘려가며 달리기를 시작했고, 지금은 250km의 고비사막을 달릴 정도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어요. 그날이 제 인생의 ‘러닝포인트’랍니다.
그간의 기록이
상당하시더라고요.
풀코스 완주 횟수와
최고 기록 자랑해 주세요!
풀코스 마라톤 13번, 250km 몽골 고비 사막 마라톤, 100miles(160km) 논스톱 트레일 러닝, 2번의 철인 3종 경기까지! 10km 최고 기록은 43분,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 48분이에요. 400개가 넘는 마라톤 완주 메달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소중한 메달은 대한민국 최연소로 세계 6대 마라톤을 완주한 6성 메달이랍니다.
세계 6대 마라톤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세계 6대 마라톤은 도쿄, 보스턴, 런던, 베를린, 시카고, 뉴욕 마라톤인데요. 2025년부터 ‘시드니 마라톤’이 새롭게 합류하며 7대 마라톤이 되었어요. 물론 시드니 마라톤도 완주했답니다. (웃음) 전 세계 마라토너들의 꿈의 무대다 보니 매년 경쟁률이 80:1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요. 매 순간 필름처럼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마지막 6성 메달을 받던 런던 마라톤에서의 순간은 결코 잊을 수 없어요.
올해 러닝과 일상을
아우르는 책을
발간하셨는데요.
<나의 가능성은
달리기에서 시작되었다>
소개 부탁드려요!
달리기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법’에 대한 이야기예요. 러닝 10년 차가 되니 달리기는 이제 인생철학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에게나 때론 불안이 찾아오고,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가 있잖아요. 저는 늘 러닝을 통해 해답을 찾아갔어요. 막막하고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인생의 큰 변화도,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한 걸음씩 내디디면 어느새 가능한 일이 된다는 걸 배운 거죠. 건강한 에너지가 어떻게 재충전되는지 궁금한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라요!
정은님이 겪은 가장
힘들었던 코스,
그 고비를 어떻게 넘으셨나요?
코로나가 한창 유행이던 시기에 참가했던 시카고 마라톤이 가장 힘들었어요. 1년 넘게 제대로 된 훈련도, 장거리 연습도 하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울면서도 달리는 러너들,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감정을 토해내는 사람들, 절뚝거리면서도 걸음을 내딛는 사람들. 현장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 달리고 있구나.” 누군가는 상실을, 불안을, 고립의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달리고 있었을 거예요. 시카고의 바람 속에서 러닝이 어쩌면 ‘삶의 회복’이자 ‘치유’ 그 자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 마음의 쉼과 치유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운동화를 선택하고 있어요. (웃음)
러너들에게는
'러너스 하이'가
찾아오기도 한다고요.
어떤 감각이나 생각이
드는지 궁금해요.
러너스 하이는 공식처럼 정해진 심박수나 러닝 시간에 맞춰 오는 게 아니에요. 거리가 길든 짧든, 속도가 빠르든 느리든 상관없이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출발 5분 만에, 또 어떤 날은 결승선을 앞두고 찾아오기도 하죠. 제게 찾아온 첫 번째 러너스 하이의 기억은 승무원을 포기하고 새 직업을 갖겠다고 다짐했을 때인데요. 고민이 많을 때면 러너스 하이가 실마리를 던져주더라고요. 달리기는 자기 자신을 가장 깊이 이해하게 하는 여행 같아요.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나게 되는 거죠. (웃음)
러닝 크루나 대회처럼
공동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두 개의 러닝 크루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스포츠 브라탑을 입고 달리는 ‘탑걸즈 크루’와 아이와 함께 달리는 ‘캥거루 크루’예요. 겉모습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혼자서 쉽지 않은 도전을, 함께하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는 점. 서로의 호흡에 힘이 실리고, 서로의 발걸음에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속담처럼요. 오래 그리고 더 멀리 달리고 싶다면 함께 달려보세요.
정은님은 요즘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제 하루는 크게 달리고, 굽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어요. 베이커리 카페도 운영하고 있거든요. 빠르게 달려 나가는 러너의 삶과 오븐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타르트의 시간 사이에서 삶의 균형을 배우고 있어요. 두 세계가 너무나도 다르지만, 시속의 차이가 오히려 제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최근에 태어난 귀여운 둘째 아이와 함께 새로운 가족의 일상도 꾸리고 있답니다. (웃음)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일상, 그 자체로 매일 감사해요.
요즘 러닝 붐이
대단한데요. 안전하게
러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우선 올바른 러닝화를 착용하고 달리는 것이 필수예요. 좋은 러닝화는 비싼 러닝화가 아니라 발 모양과 목표(거리, 시간 등)에 잘 맞는 러닝화예요. 그리고 달리기 전엔 준비운동으로 꼭 몸을 풀어야 합니다. 특히 하체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열어주세요. 마지막으로 무리하지 마세요. 즐겁게 시작하고 즐겁게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웃음)
-
발 모양과 목표(거리, 시간 등)에 맞는 러닝화 착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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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 근육,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준비 운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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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에 맞춰 무리하지 않고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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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크게 듣기보다 주변 소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음량 조절하기
-
러닝 후 충분한 휴식과 영양 보충하기
초보 러너에게
'이것'만큼은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기록보다 중요한 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입니다. 처음엔 거리나 페이스*를 재지 말고, 달린 총 시간만을 기록해 ‘달리는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하루 5분도 좋고, 30분도 좋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걷고, 뛰고, 웃음 짓는 그 순간부터 이미 여러분은 러너입니다. 작은 성취가 쌓이면 어느새 긴 길도 두렵지 않을 거예요!
러닝에서 속도를 나타내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1km를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
정은님이 생각하는
러닝의 매력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요?
러닝은 나의 가능성을 매일 새롭게 확인하는 시간이에요. 어제보다 단 1cm라도 성장하고 나아간 나를 만나며, 일상에서 다시 힘을 낼 용기를 얻습니다. 힘든 과정에서 이겨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단한 원동력이자 동기부여예요.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은 욕심쟁이라면 러닝을 통해 일상을 꾸려나가는 기초 체력을 키워보세요!
마지막으로 정은님이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에 대해 들려주세요!
앞으로도 달리기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전하고 싶어요. 달리기는 특정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취업 준비생도, 임신 중에도, 아이를 품에 안고 유아차 러닝을 하는 것처럼 달리기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애인 스포츠지도사(육상) 자격증을 취득했는데요.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함께 달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남녀노소, 생애 주기를 거치는 그 여정을 많은 사람과 달려가고 싶습니다.
“나만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러닝메이트다”
‘다리’를 들어 올리는 방법보다 ‘마음’을 들어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기보다 나만의 속도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발걸음을 맞추는 페이스메이커처럼요. 당신의 첫 달리기, 첫 걸음을 함께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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