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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리포트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향해,
폐배터리 순환경제 동향과 시사점

글 · 김민정 책임연구원 <정책연구실 지역정책TF팀>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차 샀어? 소음이 적고 주행감도 부드러운 게, 전기차구나!”

몇 년 전부터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이제 그 배터리들의 수명이 하나둘 다해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배터리가 무작정 버려질 경우 거대한 폐기물로 남아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것! 하지만 재활용과 재사용의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자원으로 거듭나는 ‘두 번째 삶’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도와 기술, 소비자의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할 테죠. 트렌드리포트에서는 폐배터리 순환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동향을 살펴보고 주요 쟁점과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콘텐츠 미리보기
  • 전기차 확산과 함께 다가오는 폐배터리 문제. 이를 해결할 순환경제에 대해 알아보아요.
  • 국내외에서 추진 중인 폐배터리 순환경제 정책과 제도를 비교해 보아요.
  • 폐배터리 순환경제를 둘러싼 주요 쟁점과 시사점을 살펴보아요.
01

친환경 자동차의 그림자, 폐배터리?!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관심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탄소중립을 향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며 발맞추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전기차의 확산입니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한 덕분에, 전기차가 도심 곳곳을 달리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죠.

하지만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불리는 전기차에도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 지나면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고, 결국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가 덩그러니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폐배터리에 각종 희귀자원과 유해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데요. 이를 그대로 폐기한다면, 친환경을 선택한 소비자의 선의가 환경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셈입니다.

이 문제를 풀어낼 해법으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순환경제는 기존의 선형경제(liner economy)와 달리 생산된 제품을 재활용·재사용하는 과정을 통해 사용 후 폐기가 아닌 ‘생산’으로 다시 연결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요. 전기차 배터리는 이러한 순환경제의 적용이 절실히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제조부터 사용 그리고 폐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오염에 대한 영향을 줄이면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형경제와 순환경제의 비교

선형경제 순환경제
자원채취, 대량생산, 폐기 순의 경제 모델 자원절약, 재활용 등 순환의 친환경 모델
[선형] 생산유통소비수거 및 폐기 [원형] 생산유통소비수거재활용디자인
(재료 원료 복원)생산 (다시 연결)
가치 창출 수단으로서 제품
(가능한 한 대량 판매, 생산원가 최대 절감)
서비스 창출을 위한 도구로서 제품
(제품의 부가가치 서비스 제공 구조)
글로벌 생산 체인에 의한 경제 생산 체인의 지역화로 생산과 소비 일원화
제품 공급이 소비자 욕구 유도
(신제품 출시와 판매 촉진에 따른 수요 유도)
사용자의 요구(needs)가 제품의 역할을 주도
(최선의 서비스 제공, 서비스 향상이 중요)
사용과 기능을 다 한 제품은 폐기물처리
(수리, 재사용, 재제조는 이익이 안 됨)
사용과 기능을 다 한 제품도 기업의 자산
(재사용, 재활용 기술 개발 및 원료로 활용)

실제로 2015~2017년에 보급된 전기차의 배터리가 교체 시점에 도달하면서, 2025년부터 폐배터리 발생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30년 기준으로는 전 세계에서 약 411만 대의 전기차가 폐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이제 폐배터리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순환경제 전환의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02

폐배터리 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국내외 주요 정책과 제도

폐배터리 순환경제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생산비용 절감과 핵심 광물의 수입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입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관련 제도와 정책을 앞 다투어 마련하고 있는데요. 폐배터리 수거 및 재사용·재활용에 대한 국내외 주요 국가의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우리나라는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술 개발 지원, 인프라 구축,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전기차 보급량이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2015년 5,712대에서 5년 만에 13만 4,962대로 급격히 증가했죠. 초기에 보급한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다해가는 지금, 다가올 폐배터리 문제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폐배터리 순환경제에 관한 법 제정과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추진과제를 시행 중입니다. 또한 2024년 1월부터 시행 중인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을 통해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지정하여 재사용·재제조를 중심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산업 활성화 방안

추진과제 주요 부처 내용
규제개선 및
제도 정비
환경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에 대한 폐기물 규제 면제
산업통상자원부 안전성 검사제도 마련 및 검사부담 완화
국토교통부 전기차 배터리의 별도 등록 및 관리체계 마련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전주기 이력관리체계 구축 및 정보공유방안 마련,
통합관리체계 구축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확대 & 기반 확충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사용 후 배터리 관련 기술 R&D 지원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신제품 기술 실증·상용화 지원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사용 후 배터리 친환경성 평가·인증 강화
EU

EU는 탄소중립 이행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세계 최초의 종합 배터리 규제인 「배터리 및 폐배터리에 관한 규정」을 202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요. 해당 규정을 통해 배터리의 생산부터 재사용·재활용에 이르는 배터리 전체 수명 주기를 관리하고, 배터리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EU 배터리 규정 주요 내용(2024.2.18. 시행)

구분 EU 배터리 규정 주요 내용 소비자*
Chapter Ⅱ
지속가능성 및
안전 요구사항
특정 물질 사용 제한 (Art.6) 배터리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화 및 등급 설정 의무 (Art.7) 폐배터리 수거 및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 (Art.8) 배터리 수명 정보 표시 의무 (Art.14)
안전
Chapter Ⅶ
공급망 실사 정책에
따른 경제 운영자 의무
공급망 실사 정책 수립 (Art.48) 공급망 실사 및 관리체계 구축 (Art.49) 공급망 리스크 관리 (Art.50) 공급망 실사 결과 공시 (Art.52)
공정경쟁
Chapter Ⅸ
디지털 배터리 여권
배터리 정보의 전자적 표시 (Art.77) 배터리 여권의 기술적 디자인 및 운영 (Art.78)
정보제공
*

소비자 정책과 소비자의 권익 측면에서 관련 정도를 연구자가 판단하여 표시함

아울러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리튬·니켈 같은 핵심 광물의 EU 역내 채굴·가공·재활용 역량을 확대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또한 「탄소중립산업법(NZIA)」을 통해 태양광, 배터리 등 탄소중립 제조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데요. EU는 이러한 폐배터리 순환경제에 관한 규제와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산업 전략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미국은 배터리 공급망 안정과 폐배터리 순환경제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입법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프로젝트에 약 7,400만 달러(약 1,024억 원)를 투자하고, 관련 기업에는 31억 달러(약 4조 2,900억 원)를 지원하며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에 힘썼습니다.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며 미국 내 재활용된 전기차 배터리 소재는 원산지와 무관하게 미국산 소재로 간주하고, 폐배터리 추출 광물을 북미에서 재가공할 시 보조금 혜택을 주는 제도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중국

일본과 중국 또한 국가 차원의 폐배터리 회수 및 활용에 관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기업이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면, 정부가 협력해 투자·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튬과 코발트 등 희유금속의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 재자원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로 폐배터리 회수 및 처리에 관한 법적 규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매립·소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줄임과 동시에, 원자재 회수를 위해 배터리 이력 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중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03

지속 가능한 폐배터리를 위한 시사점

‘순환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폐배터리의 재활용과 재사용은 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자원 확보와 경제성 측면에서도 높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폐배터리 관리와 활용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 과제라 보고,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앞서 살펴본 국내외 동향을 종합해 보면 폐배터리 순환경제를 둘러싼 주요 쟁점과 시사점은 ① 법·제도·정책, ② 기술확보 및 경제성, ③ 안전, ④ 환경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법·제도·정책

현재 국내에서는 폐배터리 관련 법·제도와 계획이 마련되어 시행 중이지만, 적용 범위에 따라 제도를 재구조화하고 구체적인 법규와 가이드라인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 중인 ‘미래 폐자원 거점수거센터’의 안착과 활성화를 위한 추가 노력이 요구되는데요. 소비자가 수거 절차나 회수 기준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권역별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현황

구분 경기 시흥시
거점수거센터
충남 홍성군
거점수거센터
전북 정읍시
거점수거센터
대구 달서구
거점수거센터
배터리 보관 용량 1,097개 636개 1,320개 400개
둘째 기술 확보·경제성

기술 확보 및 경제성 측면에선 현재 기술로는 폐배터리 재활용의 경제성이 낮아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겠습니다. 정부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등을 통해 배터리 관련 기준을 실증 특례로 허용하고 비용적·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며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데요. 규제가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할 경우 효과적 이행이 어려울 수 있으니, 적절한 규제와 기술 개발 및 보호(예: 특허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폐배터리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체계 및 인프라 구축도 필요합니다.

셋째 안전

차량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하듯, 폐배터리 역시 동일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폐배터리의 적재와 관리 등 재활용 과정 전반에서 안전을 확보하고 화재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예방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데요. 여기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에 관한 상식과 관리법, 위급 상황 대처법 등을 알리는 교육과 홍보가 병행되어야 사고를 예방하고 더 큰 피해로 번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넷째 환경

탄소중립은 정부와 산업계, 시민사회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범지구적 과제입니다. 여기서 폐배터리 순환경제는 단순히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니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소비자의 인식이 기업과 민간 부문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소비자가 자원을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보 제공과 교육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울러 그 과정을 통해 자원순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다가올 폐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기술, 안전, 환경적 가치가 균형 있게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번 트렌드리포트에서는 폐배터리 순환경제와 관련된 국내외 동향을 살펴보고, 네 가지 측면의 주요 쟁점과 소비자 관련 시사점을 짚어보았는데요. 소비자가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폐배터리 순환경제 체계가 정착되고, 지속 가능한 산업과 안전한 소비 환경을 함께 실현하는 길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

본 고는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행하는 「소비자정책동향 제141호(2024.08.30.) 폐배터리 순환경제 동향과 시사점」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소비자정책동향은 한국소비자원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