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으로 담아드려요”
한 아름 안겨 올 때 코끝으로 전해지는 은은한 향기에, 눈길을 사로잡는 색감에 다시금 행복해지는 꽃다발. 하지만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요. 여기 특별한 찰나를 영원으로 간직할 수 있게 돕는 이가 있습니다. 꽃에 담긴 그날의 감동을 소중히 다듬어 선사하는 러블리디어(나혜선)님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Interview
안녕하세요 나혜선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소중한 기억을 꽃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 꽃 보존 전문 브랜드 (주)러블리디어의 대표 플로리스트 나혜선입니다. 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담은 꽃을 말리는 것을 넘어 인테리어 오브제로 재탄생시켜 ‘추억이 공간에 머무는 경험’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국내외 워크숍과 자격증 과정을 통해 꽃 보존 기술을 전파하고, 제가 설립한 국제 플라워 스타일리스트 협회를 통해 업계의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꽃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성장하는 방법을 나누는 교육자로도 활동하고 있답니다.
플로리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꽃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직장 생활을 하던 때 ‘나를 위한 투자’를 해보자는 마음에 플라워 클래스를 수강했죠. 가볍게 취미로 시작했지만 2년 정도 꾸준히 배우다 보니 제 손에서 탄생하는 작업물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그러던 중 꽃을 구매하고 싶다는 지인이 하나둘 생기면서 자연스레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생화 플로리스트로 활동했지만, 버려지는 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예쁜 꽃이 시들어 사라지는 게 아깝기도 했고, 지속적인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고민이 많았죠. 그러면서 '꽃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꽃을 말려 형태를 보존하는 ‘리부케’ 기술을 접해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어요. 지금은 조화(인조 꽃) 분야까지 확장해 꽃이 주는 감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리부케 창업·컨설팅, 공방 마케팅 등 무료 교육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릴스 마케팅을 시작한 뒤 동종업계는 물론 관련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제가 가진 노하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무료 교육을 진행하게 됐죠. 매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마케팅·사업 인사이트를 나눴고, 요즘은 한두 달 간격으로 깊이 있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강의하다가도 채팅창에 올라오는 수강생 메시지를 볼 때마다 큰 힘이 됩니다. “강의 덕분에 시작할 용기가 생겼어요!” 같은 말이 다음 교육을 준비하게 만드는 든든한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웃음)

자신을 ‘꽃’으로 표현한다면요?
예전에 누군가가 저를 보고 ‘라넌큘러스’ 같다고 표현해 주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라넌큘러스는 꽃잎이 겹겹이 쌓인 구조인데요. 섬세하고 수줍은 느낌이지만 지켜볼수록 풍성하고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꽃이에요. 저도 제 모습이 그 꽃과 조금 닮아 있다고 느꼈어요. 소소한 관심으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꽃에 담긴 의미, 기술, 그리고 브랜드 방향까지 쌓여 지금의 저, 그리고 제 작업물이 탄생한 것 같아요! 또 라넌큘러스는 마른 후에도 정말 예뻐서, 공간에 추억을 남긴다는 리부케의 철학과도 잘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꽃 작업을 하실 때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평소 디자인 개발을 위해 레퍼런스를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 주로 해외에서 영감을 받곤 해요. 국내에는 꽃을 인테리어 오브제나 예술 작품으로 다루는 사례가 많지 않아 다양한 형태와 소재의 실험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해외 플라워 아트에서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자연스럽고 비정형적인 구조, 투명한 소재와 결합한 실험적인 디자인을 보면 ‘나도 저런 느낌으로 리부케를 풀어보고 싶다!’라는 창작 욕구가 올라와요.

의뢰인의 감정이나 이야기를 꽃으로 풀어내야 할 때, 어떻게 접근하나요?
의뢰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감정에 가까이 공감하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결혼식 이후에 리부케 작업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제가 결혼해 보니 신부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부케 하나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기는지’를 느끼고 나니, 작업하는 작품이 마치 제 결혼 부케를 다듬는 일처럼 느껴져요. 그날의 감정과 기억을 꽃에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답니다.
주로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꽃 보존 기술을 예술적 콘텐츠로 확장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요. 최근 국내 최초로 리부케 기술을 주제로 한 전시회 ‘히든 메모리’를 기획·주최하며, 대중에게 리부케의 가능성과 예술적 가치를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많은 분이 “꽃이 이렇게 남겨질 수도 있구나”라는 반응을 보여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웃음) 9월엔 미국 LA에서 리부케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인데, 정원 절반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리부케 기술과 창업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있고, 새 커리큘럼의 수업도 준비 중이라 바쁘지만 설레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전시회 ‘히든 메모리’ 포스터
전시, 교육, 리부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밸런스를 유지하나요?
가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만큼 지칠 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사명감 때문입니다. 꽃 보존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분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초보 사장님’들이라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기에 정보도 부족할 뿐 아니라 환경도 녹록지 않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브랜드 대표, 작가, 교육자 등으로 성장해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를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이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나요?
꽃을 매일 만지다 보면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특히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거나, 반복되는 작업을 하다 보면 꽃을 좋아했던 마음이 흐려지는 느낌이 들어 힘들죠. 그럴 땐 억지로 버티기보다 잠시 거리를 둬요. 꽃과 관련 없는 공간을 걷거나, 작업실 대신 전시를 보러 가기도 하고, 생각과 감정을 글로 정리하면서 한 차례 숨을 고르기도 해요. 그렇게 잠시 물러서 있으면 어느 순간 ‘나 이거 정말 좋아했지’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올라오더라고요. (웃음) 회복의 순간들이 조금씩 쌓여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것 같아요.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예전에 생화 꽃집을 창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제 주변에는 생화 꽃집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차이는 결국 ‘시작하는 태도’였던 것 같아요. 저는 별다른 계획 없이 창업을 결정했거든요. 꽃도 결국 하나의 비즈니스여서, 감성 하나만으로 오래가기 어려워요. 단순히 꽃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시작하지 말고, 사업적인 관점에서 철저히 준비하시면 좋겠어요. 그 마음만 바뀌어도 결과는 정말 달라질 수 있거든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까요?
지금까지 리부케 기술을 중심으로, 꽃 보존 분야에서 전문가로 자리 잡아 왔는데요. 앞으로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키워드를 품고 다양한 영역에서 브랜드를 확장해 가고 싶습니다. 또한 리부케의 가치를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는데요. 그간 국내에서 꾸준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꽃을 보존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시들지 않는 꽃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기억과 감정을 담는 따뜻한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랍니다!
본 기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를 담은 것으로, 한국소비자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시들지 않는 꽃으로,
일상에 감동을 전하는 사람이다”

꽃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선물이에요. 일상에서 지친 분들이 꽃을 통해 잠시나마 안정감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찰나의 순간을 꽃에 담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