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마음을 담아 선물하세요”
엄지와 검지를 꾹 눌러 와이어를 거침없이 접고 구부리니 뚝딱 만들어지는 티아라 하나.
퀸메이커님은 손수 만든 웨딩 액세서리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예비 신랑·신부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있는데요. 와이어를 하나하나 구부릴 때마다 삶도 더 곧게 뻗어나갔다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Interview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 유일의 웨딩 액세서리 공방, 퀸메이커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구효은입니다. 와이어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웨딩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으며 개인 유튜브 채널 ‘웨딩 액세서리 공예, 퀸메이커’를 통해 본식 티아라, 헤어핀 만들기 등 보시는 분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해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원데이클래스나 온라인 강의로 수강생들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어요.
‘퀸메이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퀸메이커는 제 닉네임이자 공방 이름인데요. ‘퀸(queen)’ + ‘메이커(maker)’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여왕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어찌 보면 거창한 이름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웃음) 제 삶은 공예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예를 접하고 난 뒤 우울감과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그야말로 여왕 같은 삶을 살게 되었거든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공예를 통해 여왕 같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와이어 공예, 그중 웨딩 액세서리 공예는 생소한데요.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몇 년 전 남편의 미국 유학길을 함께 떠나게 되었는데요. 대학원 생활로 늘 바쁜 남편과 달리 저는 집에만 있는 생활을 이어갔죠. 초반에는 합법적 백수 생활이 마냥 즐겁기만 했어요. (웃음)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잦은 야근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었거든요. 그런데 행복은 오래 가지 않더라고요. 낯선 타지에서 친구도, 가족도 없이 남편만 기다리는 삶이 이어지며, 저도 모르게 서서히 우울감이 찾아온 거죠. 한번은 멍하니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운 경험도 있어요.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고양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어요.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이후 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관성이 참 무섭다고 하죠. 무기력한 삶에 익숙해져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상을 보내던 중 SNS에서 흥미로운 게시글을 발견했는데요. 바로 ‘웨딩 액세서리 공예 강의’였어요. 보자마자 고등학생 때 품었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라는 꿈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액세서리를 파는 일을 하면서 미술을 놓지 않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웨딩’과 ‘액세서리’의 조합, 웨딩 액세서리 공예는 그려왔던 꿈의 모양 그 자체였죠! 이후 관련 강의를 듣게 되면서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헤어핀, 티아라, 헤어밴드 등 다양한 웨딩 액세서리 중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실까요?
아무래도 많은 분이 사랑해 주시는 본식 티아라가 가장 애착이 갑니다. 티아라는 초기 작품 중 하나인데요.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가며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던 기억이 남아서일까요? 유독 눈길이 많이 가는 액세서리입니다. (웃음) 각 잡혀 있지만 결국 빛나는 티아라처럼, 저를 닮은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때 느껴지는 짜릿함은 늘 새롭습니다.

원데이클래스로 만났던 수강생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따님이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방문해 주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결혼 전 웨딩 촬영에 사용할 액세서리를 제작하러 오셨나 싶었는데요. 이미 결혼했지만, 엄마와 예쁜 액세서리를 만들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왔다는 따님의 말이 새삼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결과물을 꼭 ‘웨딩’에 한정해 활용하지 않더라도, 만드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공예의 가치를 이해해 주신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인기가 많은 정규강의 외에도 무료강의를 운영하고 계신데, 이유가 있으실까요?
퀸메이커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와 일맥상통해요. 많은 사람들이 공예를 통해 ‘여왕 같은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래서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마음 편하게 공예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만들기’ 하나가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공방부터 영상 편집, 육아까지!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오프라인 수업은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평일에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랄까요? 주말만큼은 가족과 함께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죠! 평일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오래 있고, 남편과 저도 각자의 일로 바빠 추억을 만들기 어려운데요. 가족이 함께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웨딩 액세서리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매월 다른 디자인으로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다음 달은 어떤 작품을 진행할지 항상 고민에 빠지곤 하는데요. 그래서 평소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보면서 어떻게 변형하면 공예에 적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강의를 진행할수록 기존 수강생 분들이 보는 눈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고통과 즐거움을 동반한 창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할까요. (웃음)

웨딩 액세서리 공예가 지닌 매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신다면요?
의미 있는 날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공예다! 삶을 살아가며 중요한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될 ‘웨딩’이라는 행사에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더한다면 더없이 큰 기쁨이 될 거라 믿습니다. 만드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반짝하고 빛날 거예요.
웨딩 액세서리 공예가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까요?
무료 강의를 진행할 때마다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꼭 웨딩 액세서리가 아니더라도 만드는 즐거움, 거기에서 오는 성취감을 느끼시길 바란다고요! 5년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취미도서관’ 만들기. 사람들이 즐겁게 꼼지락댈 수 있는 공예들을 한데 모아 취미도서관을 열고 싶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만들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국의 1호점으로 개관한 ‘취미도서관’이 세계 곳곳에 열리기를 바라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웃음)

“누군가의 의미 있는 날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직업이다”

공예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해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다양한 공예를 경험해보세요! 고작 ‘만들기’ 하나가 우울과 무기력의 탈출구가 될 수도, 나아가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여왕 같은 삶을 사실 수 있도록 공예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