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콘텐츠 스크롤 시 움직이는 진행스크롤

나혼자 레벨업
손끝에서 시작된 마법
“뜨개의 다정함을 선물합니다”

글 · 바이브리

정성과 기술 그리고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뜨개. 정교한 손길로 꼬물거리기도 잠시, 세상 단 하나뿐인 특별한 작품이 탄생하는데요. 이러한 뜨개의 매력에 빠진 바이브리 공예가는 완성에서 오는 성취감과 창작의 재미에 사로잡혀 오늘도, 내일도 작업에 몰두합니다. 소비자시대 신년호에서는 단순한 뜨개 오브제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레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바이브리 공예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바이브리

Interview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뜨개로 다정함을 선물하는 공예가이자 사업가 ‘바이브리’입니다. 현재 활동명과 동일한 뜨개 브랜드인 ‘바이브리’를 운영하고 있고요. 온 오프라인 클래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또 스토어를 통해 ‘브리코튼’, ‘브리코튼 팝’, ‘브리 모헤어 3ply, 5ply’, 곧 오픈될 ‘브리뮬리’까지 6종의 브랜드 실과 함께 직접 디자인한 인형이나 소품을 키트화하여 판매하고 있어요.

Q

코바늘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웹에이전시에서 시작해 CJ E&M과 티빙, 그리고 프리랜서 생활까지. 꽤 오래 GUI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당시엔 GUI 디자이너가 제 천직이라고 생각할 만큼 회사 생활을 열심히 했어요. 그러던 중에도 어릴 적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시간이 생기면 늘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러 다녔어요. 어느 날은 니들 펠트를 배워 바늘로 양모를 콕콕 찔러가며 작은 인형을 만들기도 했고, 어느 날은 수채화도 배우고, 또 어느 날은 클레이를 배워 종일 조물조물하며 이것저것을 만들어 내기도 했죠. 뜨개도 당시 배웠던 취미 중 하나였어요. 작은 뜨개 공방에서 한 달 정도 배웠는데 너무 재미 있더라고요. 그때는 몰랐죠. 이때의 경험이 제 새로운 직업의 시작이 될 거란 걸요.(웃음)

Q

코바늘 매력에 푹 빠져 직업을 공예가로 전향하셨어요. 마음을 움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A

프리랜서를 하던 무렵, 지인이 집에 놀러왔어요. 예전에 만들었던 뜨개 인형을 보고 “너무 귀엽다. 왜 계속 만들지 않는 거야?”라고 물어왔죠.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잠시 멈춰있던 상태라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다시 뜨개를 해보자는 생각에 코바늘을 잡았어요. 배운지 몇 년이 지난 터라 기억을 더듬어가며 조금씩 뜨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재밌더라고요! 새로운 업무 의뢰가 들어오면 뜨개만 하고 싶다는 마음에 자주 거절했어요. 돌이켜보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뜨고 만드는 일이 좋았던 것 같아요. (웃음) 그러다 완성한 뜨개 결과물을 블로그에 소개하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제 디자인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났죠. 이걸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은 그때부터였어요. GUI 디자이너가 천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당시 공예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오프라인 클래스를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저도 다른 사람들과 이 재미있는 것을 나누고 싶어 오프라인 클래스를 열었어요. 그것도 홈클래스로요! 그렇게 바이브리가 시작되었답니다.

Q

취미로 코바늘 공예를 할 때와 직업으로 코바늘 공예를 할 때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A

취미로 즐길 때는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요. 물론 직업으로 삼으면서부터는 많은 부분이 달라지죠. 상품화 가능성, 실의 수급 여부, 난이도 등을 고려해야 하고, 나중에 키트를 만들 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지 등 많은 요소들을 신경 써야 해요. 예전처럼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드는 즐거움보다는, 여러 가지 실용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작업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며 뜨개 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직업으로 삼다 보니 업무의 90%가 제가 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일들로 채워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택배 작업이나 회계 업무 같은 거요. (웃음) 그럼에도 뜨개 과정에 행복을 느끼며 항상 즐겁게 일하고 있답니다.

Q

핸드메이드 직업을 삼으면서 남모를 고충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A

공예가는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오랜 기간 혼자 일하다 보니 모든 판단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생각을 좀 오래 하는 편이라 나름 숙고의 시간이라 평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업무 진행이 그만큼 늦어진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이제는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 ‘팀 바이브리’를 꾸려 일을 하고 있어요. 물론 함께 일하면서 해 낼 수 있는 일이 양적으로 늘어난 것도 좋은 일이지만, 함께 고민할 사람이 생겼다는 게 저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Q

코바늘 공예가만의 직업병이 있다면요?

A

오랜 시간 손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한 번은 손목에 무리가 와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어요. ‘TFCC’라는 병명이었는데, 근 1년간 매월 한 번씩 주사 치료를 받아야 했죠. 다행히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문신처럼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게 되었지만요. 어깨 충돌 증후군도 자주 앓아요. 뜨개가 매우 정적인 활동처럼 보이지만 은근 어깨와 팔을 많이 쓰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2~3번은 꼭 운동을 가고 뜨개나 업무를 하는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해줍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꼭 내 몸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Q

작품을 만드는 것 외에도 많은 기술과 시간 투자가 필요할 것 같은데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계세요.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 이 일은 너무 재미있어요. GUI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성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재미’인 것 같아요. 저는 ‘뜨개가 너무 재미있으니 다른 분들도 꼭 해보면 좋겠다’ 혹은 ‘아! 이 인형 진짜 너무 귀여운데 함께 뜨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새로운 디자인의 인형을 완성했을 땐 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키트로 만들어서 다른 분들도 만드는 걸 보고 싶기도 하죠. 아직도 이 일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런 마음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손재주가 없는데 할 수 있을까요”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코바늘 공예에 도전하고 싶지만, 시작을 두려워하는 분들께 한마디 전해주세요!

A

손은 우리 몸에서 각자의 개성과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예요. 그리고 이 손끝을 활용한 움직임은 단순한 ‘뜨개’라는 행위를 넘어, 우리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특별한 과정이죠. 그래서 저는 뜨개를 ‘각각의 우주’라고 표현해요. 결과물이 어떻든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가 된다고 보는 거죠. 예쁘지 않아도 괜찮고, 어디 하나 모나도 상관없어요. 오히려 요즘에는 그런 독특한 디자인이 더 사랑받는 시대니까요. 물론 코바늘은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특히 처음 시작할 때는 두 시간 동안 네모난 편물을 하나 뜨는 것이 전부일 수도 있죠. 하지만 이 작은 도전이 여 러분의 일상에 힐링을 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멋진 방법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걱정 말고 도전해 보세요.

Q

다가오는 을사년, 코바늘 공예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요?

A

2024년에는 ‘양’에 집중했다면, 2025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일 것 같아요. 그렇게 ‘바이브리’라는 작가명이자 브랜드명을 조금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바이브리하세요”는 유튜브 영상이나 튜토리얼 영상 엔딩 멘트인데요. 더 많은 분들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바이브리하는 날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고요!

‘코바늘 공예가’ 한줄평

“스스로에게 다정함을 선물하고자 하는 이를 도와주는 직업이다.”

실과 코바늘로 머릿속 형태를 만들어가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저는 잡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몰입하는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해요. 여러분들도 뜨개를 통해 각자 소중한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나를 상처내고 긁어대던 그 무언가를 뜨개로 조금씩 갈아내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에게 다정함을 선물할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 오늘도 바이브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