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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소중한 약속은 어디에?

노쇼(NO-SHOW). 고객이 예약을 해놓고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예약부도 행위’를 뜻하는 말입니다. 비행기, 레스토랑, 호텔, 공연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영업자는 바로 이 노쇼 때문에 시시각각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예약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보면, ‘바빠서 깜빡했네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겨서요’, ‘그럴 수도 있죠’라는 무례한 말을 내뱉기 일쑤.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로 인한 자영업자의 피해는 나날이 극심해져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죠.

노쇼, 호날두만이 아냐

지난 7월, 국내 축구 팬을 분노케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되어 있었던 팀K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 디펜딩 챔피언 유벤투스의 친선 경기에서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이라는 사전 홍보와는 다르게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수많은 팬은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단 1분도 못 볼 것을 알았으면 오지도 않았다’며 분노했지만, 결국 아직도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해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죠.

하지만 비단 월드 스타의 행보뿐만이 아닙니다. 국내의 한 유명 셰프는 여러 방송에서 ‘노쇼 때문에 2000만 원 정도 적자가 났다’며 ‘작은 가게의 경우 노쇼 때문에 망하는 곳도 많다’고 노쇼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2015년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서비스를 주체로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노쇼 비율이 10~20%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른 매출 손실은 무려 4조 5,000억 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이 누군가에겐 생계를 위협할 정도의 막심한 피해를 낳은 셈입니다. 이에 국내외로 노쇼를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배 째라’ 이제 안 통해, 노쇼 대처하는 각종 서비스

노쇼 패널티

가장 기본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제도는 바로 ‘노쇼 페널티’입니다. 사전 고지 없이 예약 시간에 나타나지 않거나, 예약 시간 직전에 취소하는 등 업소에 피해가 가는 경우에는 고객에게 서비스 전체나 일부의 값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죠. 혹은 예약 시 미리 결제하도록 안내하고, 취소할 시 시간에 따른 위약금을 차등으로 부과하도록 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도 ‘배 째라’는 마음으로 페널티에 따른 수수료 지급을 거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노쇼 보증 서비스

이에 해외에서는 ‘노쇼 보증 서비스’라는 일환으로 매월 회비를 지불하면 노쇼로 인한 피해액 전액을 보상해주는 회사까지 등장했습니다. 또 일본의 한 변호사는 “노쇼를 없애기 위해 회사를 차렸다”며 변호사가 직접 나서 무단 취소를 한 고객을 대응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언제, 몇 시, 인당 금액, 인원수, 전화번호, 예약명 등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입력하여 피해액을 무사히 회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무려 회수율 80% 넘겨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었죠.

항공사 패널티 정책 강화

국내 한 항공사는 노쇼 페널티 정책을 강화해 출국 게이트를 통과해 탑승 구역에 들어온 뒤 항공편을 취소하는 승객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 밝혔는데요. 비행 거리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여 티켓값의 일부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는 “이륙 직전에 티켓을 취소하는 손님이 많아, 탑승하려 했던 다른 승객이 불편함을 겪기 때문“이라 페널티 강화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연회시설의 경우, 위약금 강화

특히 올해부터는 국내에서도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 개정안이 시행돼 노쇼에 따른 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예약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앞두고 취소하거나 사전에 취소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식당에 나타나지 않으면 예약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특히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한 연회시설의 경우 위약금 규정이 더 강화되어, 예약 7일 전 취소할 시 계약금과 총 이용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하죠.

역지사지의 마음, 서비스도 소중한 ‘약속’

2015년, 유명요리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쇼 노셰프’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 캠페인의 효과로 인한 식당가의 노쇼 근절은 아주 잠시뿐, 그 효과는 몇 개월이 채 가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뮤지컬과 연극 같은 공연의 경우, 노쇼로 인해 텅 빈 관객석을 바라보는 관계자의 마음은 허탈할뿐더러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친 또 다른 관객에게도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봅시다. 기다려왔던 생일파티에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소중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한참을 기다린 뒤, 손님이 대거 ‘노쇼’한다면 누구나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을 테죠. 하물며 생업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의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쓰려옵니다.

노쇼의 근절을 위해 두 가지 약속을 기억해주세요.

01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취소 의사를 밝히고
규정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세요.

02

예약도 하나의 약속,
신뢰를 지켜주세요.

‘나 하나쯤이야’ 아닌 ‘나부터’의 가치, 세상을 바꾸는 소중한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