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은 시간을 숨기지 않으니까요”
빠르게 소비되는 물건들 사이에서 한 코씩 천천히 이어가는 작업은 묵직한 힘을 가집니다. 여기 코바늘이라는 작은 도구로 시간을 쌓고, 그 시간을 반려견 옷의 형태로 남기는 이가 있습니다. 체형과 계절, 촉감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옷 한 벌에는 반려견을 향한 배려와 애정이 깊이 스며있습니다. 강아지를 대하는 따스한 마음을 엮어 세상 하나뿐인 옷을 만드는 숩니공방 김수빈님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Interview
안녕하세요 수빈님,
반갑습니다.
소비자시대 웹진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코바늘로 반려견 옷과 소품을 만들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숩니공방의 김수빈입니다. 빠르지 않더라도 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진심을 담아 제 이름 ‘수빈’에서 따온 별명 ‘숩니’를 사용하고 있어요. 말하자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랄까요. (웃음) 여기에 손으로 만드는 모든 작업을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공방’이라는 단어를 붙여 ‘숩니공방’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뜨개가
직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가벼운 취미였어요. 그러던 중 반려동물에게 직접 옷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시에는 반려동물 코바늘 옷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하나하나 찾아보고 만들어야 했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첫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웃음) ‘알려주는 곳이 없다면 내가 알려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 과정을 기록하듯 유튜브에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시면서 취미였던 뜨개는 자연스럽게 일이 되었고, 지금은 삶의 중심이 되었네요.
다양한 뜨개바늘 중
코바늘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 대바늘 뜨개를 접한 경험이 있었는데, 어렵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 코바늘로 뜨개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코바늘을 배우고 나서 작품을 하나둘 완성하면서, 작업 결과가 비교적 빠르게 눈에 보인다는 점이 제 성향과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한 코 한 코가 비교적 빠르게 쌓이는 코바늘 덕에 큰 성취감을 느꼈고, 코바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것 같아요.
반려견 비숑 ‘제니’,
말티푸 ‘루이’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제니를 먼저 가족으로 맞이하면서 반려견 옷 뜨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에게 옷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작업의 출발점이었어요. 루이는 사촌 동생이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사정이 생겨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체형도 성격도 다른 두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지내며 어울리는 옷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디자인과 작업의 영역도 자연스럽게 넓어졌습니다. 지금은 제니와 루이는 실제 착용 모델이자 가장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존재입니다. (웃음)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코바늘
도안집을 발간하셨어요.
<숩니공방의 강아지
옷 뜨개> 자랑해 주세요!
이 책은 “처음 코바늘을 잡는 사람이 책 한 권만 보고도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도안을 그대로 따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구조와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는데요. 저 역시 독학으로 코바늘을 시작하며 막히는 지점이 많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어려워할 부분을 최대한 짚어 주고 싶었습니다. 익숙해진 이후에는 스스로 응용하고 변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랄까요. (웃음)
강아지 옷을 디자인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디자인의 분위기와 트렌드입니다. 반려동물 옷 역시 그 시기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싶거든요. 하지만 트렌드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착용감입니다. 실의 촉감, 계절에 맞는 두께, 활동성을 함께 고려해 강아지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수빈님이 지금까지
만든 강아지 옷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케이프입니다. 디자인을 완성하고 나서 스스로도 ‘이건 정말 잘 나왔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던 작품이에요. 코바늘로도 다양한 기법을 표현할 수 있고, 비즈와 같은 장식 요소를 더해 옷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작업입니다. 제 취향을 듬뿍 담았는데, 지금까지 많은 분에게 사랑받고 있어서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강아지에게 뜨개 옷을
입힐 때 유의할 점이
있을까요?
코바늘 옷은 대바늘에 비해 신축성이 적기 때문에 강아지가 불편해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지, 움직일 때 당기거나 조이지 않는지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강아지 피부는 예민해서 소재 선택 역시 신중해야 합니다. 너무 무겁거나 자극적인 실이나, 신축성이 없는 실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아요. 입고 벗는 과정에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최대한 구조를 단순하게 설계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반려견 옷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한
뜨개 초보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 역시 많이 서툴렀고, 풀었다가 다시 뜨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뜨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손재주보다 끝까지 해보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코바늘과 겪은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속도와 감각이 생길 거예요!
반려견 옷뿐 아니라
일상 소품도 제작하고
계시는데요.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가 궁금합니다.
네잎클로버 키링 도안 영상이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인 소품이라서 처음 뜨개를 접한 분들도 부담 없이 도전하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숩니공방을 많은 분께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고마운 콘텐츠입니다. 그간 강아지 옷 위주로 작업하던 제게 사람들이 어떤 소품에 관심을 가지는지를 알게 해줬고, 이후 작업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도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수빈님 일상이
궁금해집니다.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책을 출간하고 설렘이 가득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웃음)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직접 확인하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아직도 제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새롭고 신기한 기분이에요. 남는 시간에는 여느 때와 같이 작업실에서 뜨개 작업을 하며, 제니와 루이와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어느덧 새해입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뜨개를 한 번쯤 손을 뻗어볼 수 있는 취미로 느끼게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반려견 옷 뜨개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을 조금은 부드럽게 풀어내고 싶어요. 실 한 타래와 코바늘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저 또한 앞으로도 제 속도를 믿고,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차분히 이어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올리며
코바늘 하는 시간은
언제나 가장 확실한 행복이에요!”
좋아서 시작한 뜨개는 어느새 제 하루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올리며, 소중한 마음을 담아 한 코 한 코 이어 간 시간은 곧 일상을 붙들어주는 작은 행복이 되었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아요. 그저 좋아하는 일을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은 충분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