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산사를 걷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나뭇잎이 붉게 번지기 시작하면
분주했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쉬어 가고 싶어진다. 가을의 마지막 장은 산사(山寺)에서 완성된다.
단풍의 찬란함이 가시기 전 구례로 떠나보자. 이곳에 위치한 화엄사와 연곡사는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전각과 고요한 풍경을 선사하며 한 해의 끝자락을 천천히 돌아보게 안내한다.
- 웅장한 산사와 단풍의 조화, 화엄사에서 가을의 깊이를 느껴보세요.
- 연곡사와 피아골 단풍길의 한적한 산책로를 걸으며 쉬어가세요.
- 초보자도 무리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지리산 등산 코스도 추천해드려요!
지리산 가을 속으로! 구례 단풍 구경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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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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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곡사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로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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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등산 출발점(성삼재주차장)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산110-3

화엄사
단풍으로 덮인 천년고찰
단풍이 산사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면 발걸음이 자연스레 ‘화엄사’로 향한다. 화엄사는 구례를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 봄꽃을 맞이하러 많은 이들이 찾는다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곳의 매력은 가을에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산기슭을 타고 내려오는 서늘한 바람에 머리를 식히고, 전각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답답한 마음을 녹이며,산안개가 더하는 고요함 속에서 사색하기에 더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

천왕문을 지나 일주문으로 오르는 길부터 무수한 단풍잎이 화엄사를 찾아온 이들을 맞이한다. 가지마다 고운 빛의 잎들이 살랑이며 인사를 건네고 머리 위로 한 장, 흙길 위로 두 장 내려앉으며 가을의 기척을 고요히 전한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이맘때는 사람들이 많아 다소 북적이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면 자연을 따라 오래된 전각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보자. 어느새 주변의 소음은 멀어지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다. 화엄사에는 산사만이 주는 따스함이 머문다.

화엄사 (좌)불이문과 (우)암자
찬란한 단풍에 시선을 뺏기기도 잠시, 세월에 물들고 해진 전각의 기둥과 돌담에서 역사와 숨결이 느껴진다. 화엄사는 백제 성광 22년(544)에 인도스님인 연기조사가 창건한 고찰로 천년의 역사를 품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건 후 전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조선시대 인조와 숙종 때 주요 건물들이 복원되어 현재에 이를 수 있었다고. 이토록 오랜 역사를 품은 만큼, 화엄사에는 각황전(국보 67호)과 각황전 앞 석등(국보 12호), 사사자 삼층석탑(국보 35호) 등 위엄이 느껴지는 보물들이 가득하다.

천년의 산사와 자연이 함께 숨 쉬고 있는 화엄사를 걷고 있자면 ‘국보 종합선물세트’란 말이 아깝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보물은 다시 볼 수 없는 2025년 화엄사의 가을이지 않을까. 새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듯 휘날리는 단풍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풍경에 그치지 않는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 발밑의 낙엽이 부서지는 감촉,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까지 모든 감각이 한데 어우러져 가을의 마지막을 느끼게 한다. 이토록 고요하면서도 화려한 가을이라면, 한 해의 끝을 맞이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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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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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hwaeomsa.or.kr

연곡사
고요함이 머무는 산사
화엄사에서 차로 20분 남짓. 지리산 피아골 깊숙한 곳에 단풍과 함께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 있다. 바로 화엄사의 말사인 ‘연곡사’다. 화엄사가 웅장한 산사의 가을을 보여준다면 연곡사는 고요한 산사의 깊이를 품은 장소다. 절로 향하는 길목부터 단풍잎이 흩날리고 지리산 계곡의 맑은 공기와 낙엽 냄새가 은은히 섞여 든다.

연곡사는 화엄사와 마찬가지로 백제 성왕 22년(544년), 인도 승려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고즈넉한 멋과 불심이 여전히 이곳에 머물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곱게 물든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마음이 탁 트이고, 절을 감싸는 풍경은 오래된 시간 속에서 조용히 숨 쉬는 듯 평화롭다.
연곡사의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이맘때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져 걷는 내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주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더해지면 마치 한 폭의 풍경화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토록 오래된 산사의 고요와 계절의 색이 겹치는 모습, 이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느끼기에 연곡사만큼 좋은 곳도 드물다.

연곡사를 나와 약 4km 정도 오르면 지리산 최대의 활엽수림 지대, ‘피아골 단풍길’이 펼쳐진다. 10월 하순부터 이곳은 붉은빛으로 타올라 여행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산(山)은 붉게 타고, 물(水)은 붉게 물들고, 그 가운데 선 사람(人)도 붉게 물든다는 삼홍(三紅)의 명소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연곡사에서 시작된 고요한 여운이 피아골 단풍길에서 절정을 이루는 셈이다.

[사진 출처] 구례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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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로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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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www.yeongoksa.kr
꿀팁 하나!
등산 초보도 도전 가능!
지리산 노고단 코스
가을이 깊어질수록 단풍을 따라 산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구례까지 왔다면 능선을 따라 단풍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지리산’ 등산을 빼놓을 수 없을 노릇. 경험이 적어도 괜찮다. 지리산의 3대 주봉 중 하나인 노고단은 경사가 완만하고 탐방로가 잘 정비된 덕분에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코스다.
노고단 등산은 성삼재 주차장에서 출발해 정상에 올랐다가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왕복 약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평소 등산을 즐겨왔다면 2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중간 지점인 ‘노고단 고개’ 부근까지 만이라도 걸어보길 추천한다. 붉게 물든 숲과 흩날리는 가을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다.

노고단 정상까지의 등반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현장에서 예약도 가능하다지만 잔여분이 없다면 노고단 고개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인기가 많은 가을의 경우 일찍이 마감되니, 사전에 계획 후 예약까지 해두길 바란다. 가을의 막바지, 짧은 시간이더라도 지리산의 가을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걷는 동안 답답했던 마음은 비워지고 새로운 계절의 숨이 천천히 차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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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코스
성삼재주차장 ~ 노고단 정상 ~ 원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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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거리
정상까지 약 8.5km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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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시간
3시간 내외
여행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여행 유튜버이다.
여행을 떠나는 모든 분들의 행복을 소원하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