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콘텐츠 스크롤 시 움직이는 진행스크롤

여행월력
연휴 길 위의 쉼표,
공주에서 가을 산책

글 · 박사민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석 연휴. 오랜만에 고향 집에 가는 것도 설레지만,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자꾸만 옆길로 샌다.
이럴 땐 잠깐 답답한 차에서 내려 선선한 가을바람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걸어보자.
역사의 숨결과 가을빛이 곱게 깃든 공주는 길 위에서 잠시 ‘쉼표’를 찍기에 참 좋은 도시다.
연휴의 소란에서 살짝 비켜서 편안하고 따뜻한 풍경을 선사한다.

콘텐츠 미리보기
  • 무령왕릉에서 걸으며 백제의 왕과 왕비가 잠든 역사의 시간을 만나보세요.
  • 공산성 성곽길을 따라 금강과 공주 시내가 펼쳐지는 가을 풍경을 감상해 보아요.
  • 백제문화제를 즐기며 긴 추석 연휴를 더 알차게 채워보길 바라요!

잠시 멈추고 걷기 좋은 공주 산책 코스

여행코스
  •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충남 공주시 왕릉로 37

  • 공산성

    충남 공주시 웅진로 280

  • 백제문화제(금강신관공원)

    충남 공주시 금벽로 368

무령왕릉 아이콘

무령왕릉

왕이 잠든 길을 걷다

장거리 이동을 하다 보면 잠시 조용히 숨을 돌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땐 북적이는 휴게소 대신, 공주로 핸들을 틀어 ‘무령왕릉’을 찾아가보자. 무령왕릉은 백제 무령왕과 왕비가 나란히 안장되었던 유적으로, 그 시대의 정교한 기술을 확인하고 조용한 오솔길에서 전해지는 아늑한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사진 출처] 공주시

가을빛이 내려앉은 무령왕릉의 숲은 유난히 고즈넉하다. 발밑에선 바삭거리는 낙엽이 조용히 속삭이고, 나뭇잎은 바람결에 한 줌씩 흩날린다. 또 햇살은 가지 사이로 부드럽게 스미고,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선다.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옮기다 보면 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지고, 풍경은 어느새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든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 이 길을 다시 걷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찾아들 만큼, 길 위의 시간이 다정하다.

숲길은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평탄하다. 그 덕에 아이의 손을 잡고 걷기에도, 연세 있는 부모님과 나란히 산책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걷다 보면 군데군데 놓인 벤치가 발걸음을 붙잡아 잠시 앉아 쉬어가기도 좋다. 푸른 가을하늘이 고분의 곡선을 감싸는 풍경은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훌륭하다. 누구와 함께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곳, 이러한 점들이 무령왕릉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고분 중에서도 무덤의 주인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유일한 왕릉이다. 발견 당시 외부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유물 또한 풍부하게 남아 있었다고. 그 덕분에 오늘날에도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고분 앞에 서면 “여기가 진짜 왕의 무덤이야?” 하고 묻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늘 아래를 천천히 걷는 어르신의 발걸음도 함께 겹쳐진다. 이곳은 누구에게든 유익한 역사 공간이자 휴식의 공간이 되어준다.

무령왕릉 이용정보
  • 주소

    충남 공주시 왕릉로 37

  • 운영시간

    하절기(3월~10월) 09:00~18:00(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동절기(11월~2월) 09:00~17:00(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 명절 및 신정 당일 휴무

  • 이용요금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혼자 즐기는 빵지순례 아이콘

공산성

백제 도성을 걷다

무령왕릉에서 차로 5분 남짓.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공주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백제의 도성을 지켜냈던 ‘공산성’이다. 해발 110m 능선이 금강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어 걷는 길마다 시야가 저절로 트이고, 몸은 물론 마음까지 환히 열리는 기분이 든다. 가을바람이 살랑이는 계절, 이곳만큼 걸어보기 좋은 곳도 드물다.

성곽 안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잔디와 커다란 나무들이 내어준 그늘이 가장 먼저 반긴다. 귀성길 차 안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이라면, 잠시라도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답답함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방문객이 제법 있어도 공간이 넉넉해 복잡하거나 붐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그림처럼 담기는 풍경 덕에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이제 성곽길을 따라 걸어보자. 곳곳에 조금 가파른 길이 있지만 잘 정돈돼 있어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큰 어려움은 없다. 숨을 고르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성곽 너머로 금강과 공주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와~’ 하고 감탄하기도 잠시, 언제 왔는지 모르게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성곽 전체를 다 둘러보려면 1~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귀성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면 굳이 전부를 보려 애쓰기보다 가까운 오르막에 올라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오는 걸 추천한다. 30분 남짓의 시간으로도 공산성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공산성은 과거와 현재, 자연과 도시가 겹쳐지는 곳이다. 높지 않은 성곽 위를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한 도시의 역사를 발끝으로 더듬는 기분이 든다. 특히 해가 기울기 시작한 무렵이면 이곳의 하늘은 유독 깊고 바람은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모쪼록 긴 연휴를 맞은 이달, 공산성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며 고요한 가을을 만끽해 보자.

공산성 이용정보
  • 주소

    충남 공주시 웅진로 280

  • 운영시간

    하절기(3월~10월) 09:00~18:00(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동절기(11월~2월) 09:00~17:00(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 명절 및 신정 당일 휴무

  • 이용요금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꿀팁 하나!

역사가 춤추는 축제
백제문화제

가을빛으로 물든 공주에서는 해마다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바로 역사와 문화를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 ‘백제문화제’다. 올해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리며, 마침 추석 연휴와도 맞물려 있어 가족과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도심 곳곳에서는 공연과 퍼레이드, 전통 체험과 전시가 이어지고, 앞서 소개한 공산성에서는 ‘백제(園)’을 주제로 한 미디어 융·복합 공연이 펼쳐진다. 낮에는 유적지와 함께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을, 밤에는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더해져 다양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공주시

축제를 즐기러 온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있다. 평소 주말에만 운영되던 공주시티투어버스가 축제 기간에는 특별 운행한다는 것. 공주역과 시청에서 출발해 주요 관광지는 물론 축제장까지 편리하게 데려다주니, 운전 걱정은 내려두고 마음 편히 축제에만 집중하면 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특히 더 든든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