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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월력
물과 기억이 흐르는 시간
‘옥천’을 걷다

글 · 박사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선풍기 바람이나 아이스크림은 잠깐의 더위를 식혀주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음의 시원함을 찾아 옥천으로 떠나보자.
호숫가를 따라 초록이 가득한 정원을 걷고 고요한 옛 마을에서 쉬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잊히고,
그 자리에 잔잔한 시원함이 스며든다. 여기서 ‘여름’이라는 계절을 조금은 다르게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콘텐츠 미리보기
  • 각종 식물과 대청호가 어우러진 수생식물학습원에서 자연의 시원함을 느껴보세요.
  • 육영수 생가와 정지용 생가에서 고요하고 절제된 마음의 시원함을 만나보세요.
  • 옥천 여행 시 알아두면 좋은 정보도 놓치지 말아요!

청량함을 따라 걷는 옥천 여행 코스

여행코스
  •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 255

  • 육영수 생가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119

  • 정지용 생가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56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아이콘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

호수와 초록이 만든 유럽 마을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청호. 내륙의 바다라 불릴 만큼 깊고 넓은 수면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생명과 풍경을 품어낸다. 그 대청호의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늘이 내려준 듯한 특별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바로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이다.

정문을 지나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초록으로 가득 찬 숲속, 그 안에 숨은 듯 자리한 검은색 건물들이다. 변성암과 절제된 색감으로 조화롭게 꾸며진 이 건물들은 마치 유럽의 작은 성을 닮았다.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정겨움이 느껴져 마음이 차분해지는 듯하다.

이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자. 진짜 매력은 건물 너머 펼쳐진 풍경 속에 있다.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은 다양한 수생식물과 지천으로 핀 야생화, 푸른 하늘과 산 그리고 잔잔한 호수가 어우러져 하나의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곳에는 무려 수백 종에 이르는 야생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풍경 감상도 잠시, 각기 다른 얼굴을 가진 들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바쁘게 흘러간 계절의 속도가 문득 느려지는 것만 같다.

[사진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연못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물 위에서 피어난 수생식물들이 또 다른 장면을 펼쳐낸다. 특히 넓은 잎 사이로 청초하게 피어난 수련은 매우 인상적이다. 고요한 물 위에 고고하게 떠 있는 꽃잎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이곳의 공기와 풍경이 얼마나 맑은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대청호의 물길을 따라, 곱게 피어난 꽃들을 따라 뚜벅뚜벅 걸으면 어느새 두 다리는 무거워진다. 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식물에서 느껴지는 생명력 그리고 호수와 정원 사이를 스치는 바람이 지난날의 피로를 지워주는 듯하다. 이곳은 단순히 예쁜 풍경만을 제공하는 장소가 아니다. 생태적 체험, 감성적 위로 그리고 함께 걷는 이들과의 추억까지 모두 품은 다정한 공간이다.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 이용정보
  • 주소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 255

  • 운영시간

    월~토요일 10:00 ~ 18:00 ※사전예약을 한 경우만 입장 가능

  • 이용요금

    성인 8,000원

육영수·정지용 생가아이콘

육영수·정지용 생가

과거의 길에서 찾는 마음의 시원함

자연의 시원함으로 마음을 식혔다면 옥천의 구도심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호수와 숲이 주는 청량함과는 달리, 조용하고 깊은 울림이 주는 청량함이 기다린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이 거리에는 대한민국 근대사와 문학을 상징하는 인물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바로 기품을 간직한 ‘육영수 생가’와 섬세한 언어의 시인이 살던 ‘정지용 생가’다.

육영수 생가

먼저 찾은 곳은 ‘육영수 생가’. 고(故) 육영수 여사는 우리나라 제5~9대 대통령인 박정희 대통령의 배우자(영부인)로, 이곳은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공간이다. 생전 검소하고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고 알려진 그녀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도 ‘국민의 어머니’라 불릴 만큼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한 삶의 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 이 생가에서는 유독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진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깔끔한 마당과 단정한 가옥, 담백한 돌담길 그리고 조용히 내려앉은 햇살까지. 화려함보다 절제된 분위기가 이곳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생가의 마당은 비교적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지만, 실내는 출입이 불가하다. 그럼에도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여운을 남긴다. 소박한 가구들, 낮게 깔린 천장, 세월의 흔적이 담긴 창틀과 마루 등 그 시절의 공기와 기운이 공간 안에 은은히 남아 있어 여름의 뜨거운 온도마저 잠시 잊게 해준다.

육영수 생가 이용정보
  • 주소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119

  • 운영시간

    09:00~17:30 ※ 매주 월요일/1월 1일/설·추석 연휴 휴일

  • 이용요금

    무료

정지용 생가

육영수 생가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이끈 시인이 머물던 ‘정지용 생가’로 향해보자. 1902년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정지용 시인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시어로 한국 문학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은 인물이다. 『향수』, 『고향』, 『유리창』 등 그의 대표작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안겨준다.

정지용 생가는 초가로 지어진 단층 한옥으로, 부엌과 방 2칸으로 이루어진 안채와 방 2칸 그리고 마루로 구성된 사랑채가 마당을 중심으로 차분히 배치돼 있다. 정돈된 마당과 작은 방, 낮은 담장 등 소박한 생가를 보고 있자면 한마디 말보다 여백이 더 많은 시처럼, 조용히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리는 듯하다.

정지용 생가 이용정보
  • 주소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56

  • 운영시간

    09:00~17:30(정지용 문학관과 동일) ※ 매주 월요일/1월 1일/설·추석 연휴 휴일

  • 이용요금

    무료

꿀팁 하나!

옥천으로 떠나기 전
놓치지 말아야 할 여행 계획TIP

조용한 공간에서의 힐링을 기대하며 떠난 여행길. 막상 도착한 장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면 아쉬움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옥천은 조용하고 한적한 지역이라 가게들이 비교적 일찍 문을 닫는 편이다. 특히 식당과 카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곳이 많고, 화요일이 휴무인 경우도 적지 않다. 마음에 둔 장소가 있다면 방문 전 운영 시간과 휴무일을 꼭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육영수 생가와 정지용 생가를 비롯한 구도심 관광지들은 대부분 월요일에 쉰다. 옥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수요일부터 주말 사이 일정으로 계획하는 것이 실패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아울러 알뜰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디지털 관광주민증’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도 잠시 지역 주민처럼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코레일 열차 이용 시 저렴한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식음료 매장이나 숙박 업체를 이용할 때에도 할인(혹은 서비스)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도 무려 1,500원 할인된 가격에 입장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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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를 담은 것으로, 한국소비자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