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포착해 인스타툰 그려요”
반복되는 일상 속 쉬어가는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계신가요? 책장을 넘긴다거나 운동을 즐기는 등 다채로운 취미가 있겠지만, 인스타툰*을 보면서 가벼운 쉼표를 찍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우리를 피식 웃음 짓게, 때로는 진한 공감을 자아내게도 하는 이야기를 네모 칸 속에 그려내는 인스타툰 너브라브(라구)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웹툰(Webtoon)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연재하는 짧은 만화

Interview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스타툰 작가 ‘너브라브’의 라구입니다. 작고 사소한 이야기에 웃음과 위로를 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너브라브’라는 이름을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데요. 거창한 뜻은 없고, 인스타툰 주인공 캐릭터인 ‘라구’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이름이에요. ‘라쿤 꼬리를 가진 너구리’인 라구를 떠올리다 ‘너구리 러브, 라쿤 러브… 그럼 너브라브?’하며 말장난처럼 지었는데요. 입에 착 붙고 정감도 있어서 지금까지 쓰고 있답니다. (웃음)
작가님이 연재하고 있는 인스타툰을 소개해 주세요!
너브라브는 일상 속 순간들을 짧고 따뜻하게, 그리고 재밌게 풀어낸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예요. 학생, 직장인, 아이 등 특정 세대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보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잔잔한 위로가 되는 에피소드부터 유쾌한, 때로는 소름이 돋는, 몽글몽글한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감정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너브라브식’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연재하는 인스타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동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동물은 특정 나이나 성별 이미지에서 자유로운 존재라고 생각했거든요. 귀여운 외형 뒤에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성격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동물 캐릭터들이 에피소드에서 저마다 역할을 해내면서 한 편의 만화가 완성되죠!
여러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하나의 틀 안에서 구성되는 방식

그림을 따로 전공하신 적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인스타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제가 대학생일 때 페이스북이 유행했는데요.“나도 한 번 페이지를 만들어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고, 그게 바로 ‘대학생 너구리’였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채널이 성장했고 어느새 팔로워 23만 명을 넘겼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라고요. 매너리즘에 빠져가던 찰나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채널을 만들었고, 지금의 너브라브가 탄생하게 되었네요!
저는 전기전자 전공으로, 그림이나 만화를 따로 배워본 적은 없어요. (웃음) 인스타그램 채널을 만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 연습을 시작해 이렇게 툰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 덕에 인생의 방향까지 바뀌게 된 셈이죠!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의 소소한 선택이 이렇게까지 확장됐다는 게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많은 분의 애정을 받는 주요 캐릭터 ‘라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페이스북에서 운영하던 ‘대학생 너구리’ 채널을 인스타툰으로 확장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너구리가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보는 재미가 중요한 만큼 어떻게 하면 캐릭터의 매력을 부각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그러던 중 우연히 본 라쿤 꼬리가 귀엽게 느껴졌고, “너구리 캐릭터에 라쿤 꼬리를 붙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번뜩였어요. 그렇게 ‘라쿤 꼬리를 가진 너구리’ 캐릭터 라구가 탄생하게 되었죠. 가끔 파스타 이름 아니냐고 놀리시는 분들도 있지만요. (웃음) 그리고 라구의 성격은 제 성격과 다름없어요. 그래서인지 라구를 그릴 때는 유독 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툰 속 다양한 캐릭터 중 작가님의 최애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부 제 손에서 태어난 친구들이라 누구 하나를 쉽게 고르긴 어렵지만… 최애를 뽑아야 한다면 귀여운 ‘토식이’를 꼽고 싶어요! ‘토식이’는 라구의 베스트 프렌드인 핑크색 토끼 캐릭터예요. 겉보기엔 바보 같은 면이 있지만, 라구에겐 누구보다 든든한 친구죠. 둘은 죽이 척척 맞아서 남다른 궁합을 뽐내기도 해요. 물론 라구 여자친구 ‘꼬냥이’도 소중한 캐릭터고, ‘삼색이’나 ‘여울이’도 다들 매력이 있지만, 라구의 옆자리를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역시 토식이인 것 같네요!
그리고 너브라브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었는데요. 특히 토식이는 가장 친한 친구를 생각하고 만든 캐릭터라 그런지 애정이 더 깊은 것 같아요. 현실에서도, 만화에서도 항상 곁에 있어주는 친구 같은 느낌이랄까요. :)

▲ 토식이와 라구
7.9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계시는데요.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 비결이 있다면요?
너브라브 계정은 1년 만에 10만 팔로워를 달성했어요. 초반에는 1천 명대에 머물러 팔로워 수가 오르지 않던 시기도 있었어요. 페이스북 ‘대학생 너구리’ 페이지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지만, 일부러 페이스북을 통한 홍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정말 순수하게, 너브라브 그 자체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운영 비결을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돌이켜보면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굿즈는 최대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자주 만들고, 스토리는 매일 업로드하고, 다른 인스타툰 작가님이나 브랜드 협업도 적극적으로 했고요. 또, DM이 오면 꼭 답장을 드리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왜 7.9만이냐고요? 사실 제가 현재 직장인입니다. 툰만 그리던 때처럼 활발하게 소통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꾸준히 라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속도가 느려졌을 뿐 멈춘 건 아니니까요!


인스타툰을 작업하면서 시간을 가장 많이 들이는 부분이 궁금해요.
물론 캐릭터를 귀엽게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토리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요. 보통 작업할 때 스토리와 대사부터 짜는 편인데요. 완성한 대사는 최소 10번 넘게 읽어 봐요. 남자, 여자, 직장인, 학생의 입장에서요. 소리 내서 읽다 보면, 말투가 주는 뉘앙스까지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너브라브 인스타툰으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같은 말이라도 톤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누구나 편하게 웃고, 공감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처음에는 캐릭터가 귀여워서 눈길이 가더라도, 결국 기억에 남는 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라 생각하거든요!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특별히 하는 활동이 있나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얻곤 해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친구·지인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 속 한 마디가 만화의 소재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틈이 날 때 훌쩍 여행을 떠나곤 하는데요. 여행 중에 느끼는 감정이나, 공감이 가는 상황을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메모해 두는 편이에요. 돌아와서는 기록을 꺼내 이야기로 만들 수 있게 치열하게 고민한답니다. 그래서인지 순수 창작보다 직접 겪었던 이야기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게 되더라고요. 가만 보면 너브라브 인스타툰은 제 이야기임과 동시에 모두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웃음)
지금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려주셨는데요. 가장 애착이 가는 편이 있다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역시 ‘연예인과 군 생활’ 시리즈예요. 배우 윤시윤님과 군 생활을 함께하게 됐고, 그때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만든 만화인데요. 유명한 분인데도 먼저 말을 건네고, 세심하게 챙겨주시던 모습이 지금까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이후 놀랍게도 윤시윤 배우님이 인스타툰을 보게 되셨나 봐요, 그리고 "요즘 힘들었는데, 정말 고맙다"며 직접 연락을 주셨어요. 살면서 연예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날이 몇 번이나 있겠어요? (웃음) 이후 영화 <탄생> VIP 시사회 초대권도 보내주셔서 가볍게 인사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만화로 다시 이어지는 인연도 있구나 싶었던, 저에게는 감동적이고 소중한 기억이에요!
어느새 완연한 봄이 다가왔네요! 앞으로 작가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정말 눈 깜짝할 새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직장과 작업을 병행했던 터라 활발히 활동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다시, 조금 더 너브라브답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한 해로 만들고 싶어요. 요즘은 만화뿐 아니라, 너브라브 세계관을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계획 중입니다. 스토리는 깊게, 캐릭터들은 입체적으로 확장해서 말이에요. 굿즈나 클래스 등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도 마련하고자 합니다. 좀 더 큰 꿈을 말씀드리자면 너브라브 속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목표도 있어요. (웃음) 돌이켜보니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네요. 궁극적으로는 재밌어서 툰을 그리던 순수한 감정을 잊지 않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천천히, 오래 가는 너브라브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라구가 되겠습니다.
“짧은 이야기로, 긴 여운을 남기는 직업이다”

좋은 순간을 하나라도 잡았다면 하루의 할 일은 다 한 셈이라는 말이 있죠.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 속 편안하게 웃음 지을 시간이 필요하다면 인스타툰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 앞으로도 ‘너브라브식’ 웃음과 위로를 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