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던 동심을 찾아드려요”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곱게 접은 종이비행기를 하늘 높이 날리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세상 누구보다 진심으로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의 꿈을 한 아름 싣고, 푸른 하늘로 날리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위플레이의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Interview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나 둘 셋, 위플레이! 안녕하세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팀 위플레이(weplay)입니다. 위플레이는 오래 날리기 국가대표인 저(이정욱 선수)와 멀리 날리기 국가대표인 김영준 선수, 곡예비행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가 함께하고 있는데요. 전국 각지에서 종이비행기 대회,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종이비행기로 모두의 동심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위플레이라는 팀을 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정욱 선수 : 저희는 2015년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나이도 전공도 모두 달랐지만, 이색스포츠인 종이비행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웃음) 종이비행기 세계 대회 출전 이후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던 것 같아요.
김영준 선수 : 어릴 때부터 다양한 스포츠를 좋아했고, 체육 선생님을 꿈꾸며 체육교육학을 전공했는데요. 종이비행기 세계에 입문하게 된 이후, 문득 ‘학교 안이 아니라 밖에서 아이들에게 종이비행기 스포츠를 알려주는 교육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승훈 선수 : 돌이켜보면 관심사가 꽤 다양했던 것 같아요. 과학을 좋아했고, 춤과 노래의 매력에 빠져 있던 때도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관심사를 통합할 수 있는 ‘곡예비행’이라는 해답을 얻게 됐죠!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고나 할까요? (웃음) 곡예비행의 경우 비행기를 원하는 경로로 날게 하려면 항공역학 등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고, 비행을 퍼포먼스로 만드는 예술적 감각까지 더해야 하거든요.
이정욱 선수 : 저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다큐멘터리 PD를 준비했었어요. 어느 날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처럼 종이비행기 대회도 저희만의 색깔을 담아 멋지게 기획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이 친구들을 만났어요. 우연한 기회로 만난 셋이지만, ‘종이비행기로 세상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라는 목표가 같아 팀을 꾸리게 되었죠.

종이비행기도 올림픽이 있다고요.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종이비행기 올림픽은 3년마다 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열립니다. 에너지 드링크 회사 레드불(Red Bull)이 주최하고 있어요. 지난 2022년에 열린 세계 대회는 전 세계 62개국 61,0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종목은 3가지로 거리를 재는 ‘멀리 날리기’, 초를 재는 ‘오래 날리기’,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곡예비행’이 있죠. 현장에서는 ‘종이비행기가 얼마나 날겠어?’라는 생각도 잠시, 눈앞에서 종이비행기가 시속 100km의 속도로 60m를 넘게 날아가는 걸 보게 됩니다. 특히 곡예비행 종목에서 3대의 종이비행기를 동시에 날린 뒤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모습은 직접 두 눈으로 보셔야 믿어지실 거예요. (웃음)

위플레이분들은 종이비행기 날리기 연습을 어디서, 어떻게 하시나요?
대개 스포츠 종목들은 경기장 여건, 홈어웨이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지곤 하는데요. 종이비행기 세계 대회도 경기장 환경에 따라 전략이 필요해요. 저희는 종이비행기 세계 대회 시즌이 되면 실내에 있는 대형 체육관이나 야구장을 대관해서 연습합니다. 대회는 ‘Hangar-7’이라는 이름의 실제 비행기 격납고(경기장 길이 약 100m, 높이 약 15m)에서 열리는데요.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활용해서 경기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거리와 파울 라인을 맞춘 뒤 연습하고요. 헬륨 풍선을 15m 높이로 띄워서 천장 높이를 맞춰 훈련하고 있습니다.
실제 항공기를 격납고에 넣어두는 것처럼, 종이비행기를 보관하는 장소가 따로 있다고요.
종이비행기는 재료 특성상 습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기타,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의 경우 공연장의 온습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연 전 줄을 튜닝하잖아요. 종이비행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관함 안에는 습도를 조절하기 위한 제습제가 들어있고요. 날개와 동체의 각도 유지를 돕는 아크릴, 하드보드로 만든 홀더(Holder) 등 종이비행기 제작 시 사용하는 도구들도 있답니다. 이렇게 종이비행기와 제작 도구들을 보관하기 때문에 격납고라고도 부르죠. (웃음)

비행기를 잘 날릴 수 있는 꿀팁이 있나요?
종이비행기를 접는 데 여러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중 중요한 하나만 꼽으라면 ‘무게중심’입니다. 겉보기에 아무리 멋진 종이비행기라도 무게중심이 뒤쪽에 있으면 앞으로 날아갈 수가 없어요. 대략 전체 길이의 1/3~1/4지점 정도에 무게중심을 맞춰야 종이비행기를 던졌을 때 날아갈 수 있습니다. 사람도 한쪽 발을 내디디며 무게중심을 어디로 옮기냐에 따라 걸어가는 방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죠.
종이비행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종이비행기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제작’이고 다른 하나는 ‘비행’인데요. 종이비행기는 현장에서 직접 접어서 날린다는 매력이 있어요. 특히 자르거나 붙이는 방법은 쓰지 못하고, 오직 접기만 써야 한다는 점도 특별해요. 어떤 성능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어떤 기술로 날릴 것인가에 따라 다양한 기종으로 종이비행기를 접고, 미세하게 튜닝하는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번 비행이 다릅니다.
또 하나는 비행의 불확실성입니다. 우리는 종이비행기가 ‘난다’라고 단순히 표현하지만, 사실 비행경로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던질 때 손에서 전해진 힘을 추진력으로 날아가는 단계, 힘을 잃고 자유낙하를 하며 활공하는 단계로 구분해요. 활공하는 단계가 특히 재미있어요. 양력과 중력이 실시간으로 작용하며 고도가 달라지고, 추진력과 저항력이 싸우며 방향이 이리저리 바뀌는 걸 보면 실시간으로 무선 조종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예요. 예기치 못한 변수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비행을 마치는 순간 찾아오는 즐거움. 종이비행기를 날려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웃음)


종이비행기 국가대표만의 직업병이 있다면요?
새로운 종이를 보면 꼭 접어보고, 휘어보고, 찢어보면서 종이의 특성을 파악해요. 두께, 섬유질의 종류 등에 따라서 종이의 힘이 모두 다르기에 다양한 종이를 수입해 나름의 연구를 합니다. 주변에 캘리그라피를 하는 분들은 잉크가 얼마나 고르게 번지는지, 표면 마찰에 의해 펜이 얼마나 저항을 받는지가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같은 종이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게 새삼 재밌었습니다. (웃음)
종이비행기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종이비행기는 ‘동심’이다! 종이비행기 대회를 열면 부모님도 함께 참가하는 경우가 많아요. 비행기를 날릴 때 표정을 보면 아이들이나 부모님이나 똑같더라고요. 긴장과 설렘이 함께 있는 얼굴로 진지하게 종이비행기를 날리는데, 이럴 때 보면 동심이 물씬 느껴집니다. 종이비행기가 뭐길래 잘 날면 방방 뛰면서 기뻐하고, 추락하는 순간 머리를 감싸 쥐며 안타까워하나 싶잖아요. 어떤 분이 ‘직장 생활을 한 뒤로 이렇게 사소한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슬퍼한 적이 있었나 싶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이 참 와닿았어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로서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은 무엇인가요?
종이비행기를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작년에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재단(메이크어위시)을 통해 6살 남자아이를 알게 됐어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를 만나서 같이 짜장면도 먹고,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게 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짜장면을 먹고 싶었냐고 물어봤더니, ‘짜장면 면은 노란색이고, 소스가 검은색이잖아요. 짜장면을 볼 때마다 위플레이 옷이 생각났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강연이나 행사를 운영할 때 기장복을 입고 어깨에 4줄 견장을 달고 있는데, 그 아이에게는 꼭 짜장면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웃음) 이후에도 한 번 더 만나 아이가 좋아하는 감자피자도 먹고, 유튜브 구독자들과 함께 기부금을 모아 치료비를 전달했는데요. 앞으로도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꿈과 희망을 키우는 친구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려고 합니다!

“종이비행기를 통해 동심을 수호하는 직업이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유난히 좋아하던 놀이나 장난감이 두어 개 정도 떠오르실 텐데요, 종이비행기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그 시기를 행복하게 보냈으면 해요. 순수한 열정으로 보낸 시간은 훗날 사라지지 않는 동심으로 남아 환하게 빛날 테니까요.